비판 속 첫발 내딛은 EU DMA, DMA 따라 만든 ‘플랫폼법’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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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DMA 본격 시행, 6개 빅테크 기업 압박 본격화
게이트키퍼 6개사 중 5개사가 미국 기업? 미국의 불만 호소
일률적 규제로 비판 이어져, '한국판 DMA' 플랫폼법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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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부터 유럽연합(EU) 27개국 전역에서 디지털시장법(DMA)이 본격 시행된다. 사전 ‘게이트키퍼(Gate keeper, 소비자와 판매자 간 관문 역할을 수행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로 지정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EU의 압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DMA가 미국 중심 규제·기업 성장 저해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DMA를 모방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안'(이하 플랫폼법)의 빈틈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빅테크 숨통 옥죄는 DMA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원) 이상 △최근 3년간 EU 내 연매출이 75억 유로(약 10조원) 이상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4,500만 명 이상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아마존 △애플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등 6곳이며, EU는 이들 기업이 운용 중인 운영체제, 소셜미디어(SNS),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총 20여 개 서비스에 대해 별도의 의무 사항을 부여했다.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들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자사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결합·이전하고 광고에 활용하는 행위, 자사 서비스를 경쟁업체보다 더 잘 노출되도록 하는 ‘우대 행위’ 등도 금지된다. 구글, 메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용하는 기업의 경우, 이용자 동의 없이 특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를 획득한 뒤 이를 다른 자사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의무를 위반할 경우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의무를 위반하면 과징금은 매출액의 20%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DMA 시행 첫날 이들 게이트키퍼 기업으로부터 DMA 준수를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측의 보고를 토대로 경쟁사들과 함께 DMA 준수 여부를 평가하고, 이행 조처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즉각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두고 왜 우리한테만” 미국의 반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게이트키퍼 기업 6곳 중 5곳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현재 유럽 플랫폼 시장은 흔히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라 불리는 미국 글로벌 기업에 사실상 ‘점령’당한 상태다. 카카오, 네이버 등 자국 플랫폼 기업이 막대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시장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EU가 이들의 횡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미국 기업에 강력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고 본다. 실제 GAFA 4개 기업은 모두 게이트키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졸지에 ‘주요 규제 대상’이 된 미국은 EU 측의 강경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초당파 의원들은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EU의 디지털 시장법(DMA)이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디지털 부문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하며 소비자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치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U 측이 중국, EU 회원국 등 여타 국가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는 외면한 채 미국에만 불공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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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다수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적인 콘텐츠 검열 및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 △인공지능(AI)의 생체인식 정보 수집 및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학습 과정을 규제하는 ‘AI법(AI Act)’ 등 EU의 강력한 디지털 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빅테크 업체들의 유럽 지역 사업 전반이 규제로 인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흘러나온다.

기업 경쟁력 약화 위험, 국내 규제도 재고해야

시장의 공정성을 위한 강력한 규제는 기업의 성장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전과 같은’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 기업들이 매출 감소, 비용 증가 등 직접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개별 사업 특성 △비즈니스 모델(BM) △시장 내 실제 영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DMA의 경우, 시장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을 넘어 기업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데 그치는 법안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 일부 전문가들은 DMA이 글로벌 표준 법안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하며, 타국 역시 이를 섣불리 차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안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법) 역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플랫폼법은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최혜 대우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부당행위를 사전 규제하는 법안이다. 사실상 DMA의 규제 방식을 그대로 베껴온 셈이다.

이에 국내 IT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토종 플랫폼 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독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DMA를 무조건적으로 모방한 사전 규제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해외 플랫폼 기업의 국내 시장 침식을 돕는 악수라는 것이다. 지금은 DMA 시행 이후 EU 플랫폼 시장에 나타나는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국내 시장이 ‘배워야 할’ 부분을 솎아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