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용 ‘의료 앱’ 공개한 애플,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 본격화
비전 프로, '애물단지' 탈출했다? 전용 의료 앱 대거 공개 신체·정신건강 관리 포괄하는 서비스들, 시장 예측 들어맞아 업계, 출시 예정 제품 '애플링'과 비전 프로의 시너지에 주목
애플이 자사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에서 이용 가능한 의료 앱(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비전 프로 출시 이전부터 거론되던 애플의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 전망이 현실화한 것이다. 섬세한 조작을 요구하는 시뮬레이션·공간 컴퓨팅 중심의 의료 앱이 다수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애플이 ‘애플링(Apple Ring)’ 출시를 통해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비전 프로 헬스케어, 출시 전부터 주목
외신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애플이 비전 프로를 통해 헬스케어·의료 산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해 왔다. 지난해 10월 포브스와 디인포메이션 등은 “애플이 2024년 출시 예정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치료하는 헬스케어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 보도했다. “비전 프로로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사용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을 고려하고 있다”는 애플 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것이다.
포브스는 “비전 프로의 주요 개발 목적은 엔터테인먼트”라면서도 “애플은 지난 6월 자사 기기에 기본 탑재된 ‘건강’ 앱에 사용자의 기분, 정신건강 상태를 입력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짚었다. 애플이 비전 프로에도 여타 기기와 유사한 신체·정신건강 상태 진단 기능을 탑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이들 외신은 비전 프로의 헬스케어 기능이 제품에 탑재된 센서, 카메라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후 애플 측은 비전 프로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마이크 록웰(Mike Rockwell) 기술개발 부사장은 비전 프로의 핵심 분야로 건강 관리 훈련 및 교육을 꼽았다. 수술 시 정보 확인용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의료계, 섬세한 실무 교육이 필요한 항공업계 등으로 비전 OS(Vision OS)의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애플의 의료 산업 진출에 대한 예측들이 현실이 된 셈이다.
베일 벗은 ‘비전 OS용’ 의료 앱
애플의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 계획은 11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가닥이 잡혔다. 애플은 자사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비전 OS 앱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 앱들을 선보였다. 디지털 콘텐츠와 실제 세계를 혼합하는 몰입형 앱을 통해 △의료 전문가의 임상 훈련 △수술 계획·시뮬레이션 △환자 치료 등 의료계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3D 기능을 활용해 수술 계획 수립을 돕는 ‘myMAKO(마이마코)’ △공간 컴퓨팅을 활용해 의료인에게 실감 나는 의료 장비 교육을 제공하는 ‘시라노 헬스’ △인체 해부학에 대한 몰입형 대화 홀로그램을 통해 의료 교육·환자 상담을 돕는 ‘시네마틱 리얼리티’ △직관적인 제스처와 공간 컴퓨팅을 통해 환자 기록 관리를 지원하는 ‘에픽시스템’ 등 의료 산업에 초점을 맞춘 비전 OS용 앱을 다수 선보였다.
시장이 점쳤던 정신건강 관리 앱도 모습을 드러냈다. 시다스-시나이의 ‘자이아’는 맞춤형 환경에서 AI(인공지능) 기반 대화형 치료법을 제공, 이용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앱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후에도 헬스케어 생태계 확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신체 정보 감지 기능이 탑재된 기기 ‘애플워치’를 필두로 움직이던 헬스케어 사업 최전선에 비전 프로를 배치, 본격적인 생태계 고도화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전 프로, 애플링과 ‘헬스케어 시너지’ 낼까
애플이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공간 컴퓨팅 등 섬세한 조작을 요하는 기능을 필두로 의료 산업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의 이목은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링(Smart Ring)’ 출시에 집중되고 있다. 스마트링은 센서, NFC 컨트롤러, 심박수 측정 등을 내장한 웨어러블 폼팩터다. 장시간 착용이 용이하고보다 정밀한 생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초소형 스마트워치’인 셈이다.
애플은 수년 전부터 스마트링 관련 특허를 꾸준히 출원, 자사 스마트링인 애플링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특허청(USPTO)에 스마트링에 적용되는 근거리 무선통신(Near Field Communication, NFC) 관련 전자 시스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애플링이 비전 프로의 섬세한 조작감을 완성할 ‘열쇠’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비전 프로는 별도의 컨트롤러가 없으며, 마우스·터치 스크린 등 일반적인 입력 장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조작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차후 애플링이 비전 프로와 연동돼 사용자 움직임을 정밀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될 경우, 비전 프로의 활용도 자체가 눈에 띄게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출시 직후 ‘비싼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샀던 비전 프로가 본격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애플은 시장에 또 다른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