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CEO 말 한마디에 5억 달러 배상, 기업 흔드는 ‘말실수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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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4억9,000만 달러에 합의하겠다" 승인 요청서 제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말실수로 막대한 금액 보상
더존비즈온 공시 실수로 주가 하락하자 주주들 집단 소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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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사진=애플

최근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애플이 투자자들에게 4억9,000만 달러(약 6,526억8,000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게 됐다. 6년 전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 중국 수요와 관련해 발언한 것이 문제였다. 애플은 최근 영국 노퍽 카운티 연기금 등 주주들과 합의 승인 요청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배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중국 부진 숨기려다 6,500억원 ‘빚’

18일 CNBC·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애플과 원고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합의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승인 요청서에는 애플이 소송을 낸 영국 노퍽 연기금 등 주주들과 4억9,000만 달러에 합의하겠다고 밝힌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WSJ은 “지난해 9월 마감된 애플 회계연도의 연간 수익은 970억 달러”라며 “이번 합의금은 회사의 연간 수익 중 이틀(수익)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노퍽 카운티 연기금 등 주주들의 집단소송은 지난 2019년 1월2일 애플이 미·중 갈등을 이유로 분기 매출 전망치를 최대 90억 달러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애플이 분기 매출 전망을 낮춘 것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다음날 애플의 주가는 10%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4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해당 발표 전인 2018년 11월 쿡 CEO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쿡 CEO는 실적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브라질,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등에서 환율 등으로 매출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중국은 그 범주에 넣고 싶지 않다”며 중국 내 아이폰 수요 둔화 및 판매 감소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러나 며칠 후 애플은 공급업체들에 생산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원고인 애플 투자자들은 쿡 CEO가 중국의 아이폰 수요 둔화를 알고 있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애플의 비즈니스 지표와 재무 전망은 피고가 시장이 믿도록 유도한 것만큼 강력하지 않았다”며 애플이 중국 실적이 저조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더 일찍 공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변호사인 숀 윌리엄스는 “이번 합의는 주주들에게 엄청난 결과”라며 자평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회사의 잘못은 없다고 강조하며 장기간 소송으로 발생한 비용 문제를 피하고자 합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합의는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최종 승인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합의금 지급 대상은 쿡 CEO 발언과 애플의 분기 매출 전망 발표 사이 애플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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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일론 머스크 X(옛 트위터) 계정

“테슬라 상폐” 글 올렸다가 550억원 배상한 일론 머스크

앞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말실수로 막대한 금액을 보상해 준 바 있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8월 당시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은 확보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 발언 후 테슬라 주가가 폭등했는데, 머스크는 돌연 3주 만에 다시 말을 바꾸며 테슬라 상장폐지를 백지화했다. 급등했던 주가는 10% 넘게 폭락했고 이 기간 테슬라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140억 달러(약 17조원) 낮아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테슬라 주주들도 머스크와 테슬라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23년 9월 뉴욕 연방법원은 머스크가 2018년 테슬라 상장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올린 트윗으로 손실 본 투자자들에게 4,153만 달러(약 549억원) 지급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로써 투자자 3,350명은 평균 1만2,400달러(약 1,638만원)씩 나눠 갖게 됐다.

‘더존비즈온’, 공시 실수 집단소송 직면

국내에서도 순이익을 잘못 공시한 기업이 집단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있다. 지난 2021년 ICT 서비스 기업 더존비즈온의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의 공시 실수로 최대 17.5%의 손해봤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주주연대는 “상장기업은 투자자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회사 과실로 분기 실적을 잘못 공시한 것은 명백히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회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더존비즈온은 2021년 10월 27일 당해년 3분기 순이익이 16억2,500만원이라고 공시했으나, 이틀 뒤인 29일 이를 108억9,500만원으로 정정공시했다. 이에 더존비즈온은 공시 변경에 따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문제는 순이익 92억원을 적게 공시하면서 회사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더존비즈온 주가는 잘못된 공시가 나간 지난 27일 이후 28일까지 9만7,400원에서 8만400원으로 17.4%(1만7,000원) 급락했다. 정정 공시 이후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8만원대였다. 더존비즈온 주주 A씨는 “세무회계 프로그램 점유율 1위 기업이 회계 실수로 인한 공시 오류를 저지를 것이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공시에 오류가 있었던 만큼, 손해를 끼친 더존비즈온은 주주에게 배상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사가 잠정실적을 공시할 의무는 없지만, 잘못된 정보를 공시한 데 따른 책임은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창천의 윤제선 변호사는 “회사의 명백한 과실로 잘못된 정보를 공시한 이상, 해당 공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