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마저 강판” 비리 폭로에 김정호 해고한 카카오, ‘혁신의 아이콘’이 몰락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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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비리 폭로하던 김정호 총괄, 결국 카카오서 '해고'
'김범수의 칼' 노릇했지만, 카카오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혁신의 아이콘' 카카오, 김 전 총괄 해고로 스스로 혁신성 내친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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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전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의 모습/사진=브라이언임팩트

지난해 11월 사내 욕설 논란 이후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등의 공개 폭로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김정호 전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결국 해고됐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김 전 총괄의 일갈에도 문제 해결을 뒤로 한 채 감추기에만 급급하던 카카오가 결국 자사의 최대 이점이던 혁신성마저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정호 총괄, 결국 카카오 떠난다

18일 카카오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김 전 총괄을 해고한다는 내용의 내부 공지글을 게시했다. 김 전 총괄이 확인되지 않은 사내 정보를 외부로 무단 유출했단 게 이유로, 정식적인 해고 사유는 ‘언론 대응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가이드 위반’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김 전 총괄은 자산개발실이 추진한 제주 ESG센터, 서울아레나, 안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3개 프로젝트에 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카카오 임직원들의 골프장 법인회원권 사용도 도마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괄이 일부 직원에게 폭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정 업체가 제주도 신축 건물 설계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맡게 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다 폭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괄은 당시 SNS에 “업무 관행을 지적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후 “(카카오) 특정 부서는 한 달에 골프는 12번씩 쳤다”, “형식만 경쟁이고 사실상 특정 업체에 공사 발주 계약을 몰아주기 위한 장치가 있었다”는 등 폭로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김 전 총괄이 제기한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지난 15일 윤리위는 “그룹준법경영실과 외부 법무법인에서 진행한 ‘자산개발실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 결과 및 상임윤리위원회와 외부 법무법인에서 진행한 핫라인 제보 조사 결과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내부 공지를 올렸다. 법무법인 두 곳에 감사를 맡긴 결과 김 당시 총괄이 주장했던 ‘카카오 내부 비리’의 상당 부분은 사실관계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단 것이다. 카카오 측은 “(김 총괄이) 조사 과정에서 발언한 진술 내용도 상당수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내부 승인 프로세스에 따라 시공사를 선정했고 시공사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시공사와 유착관계 등은 확인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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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전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SNS를 통해 폭로한 글 내용/출처=김 전 총괄 페이스북

‘조직 쇄신’ 어디 갔나, 김 총괄이 보여준 카카오의 현실

다만 업계의 시선은 이와 상반된다. 애초 조직 쇄신을 위해 외부 영입했던 김 전 총괄에 대해 각종 폭로를 일삼았단 이유로 해고를 결정한 건 결국 팔이 안으로 굽은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김 전 총괄이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을 맡게 된 배경에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의 삼고초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괄 역시 당시 SNS를 통해 “김 창업자와 저녁을 먹으면서 정말 어려운 부탁을 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김 창업자가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김 전 총괄을 회사에 영입했단 방증이다.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건 김 전 총괄이 SNS를 통해 명확지 않은 내부 비리를 공개 폭로했단 점인데, 이 대목에 대해서도 업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모양새다. 김 전 총괄이 SNS라는 ‘확성기’를 이용해 내부 비리를 쏟아낸 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부적인 창구로서는 비리 척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방증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김 전 총괄이 각종 내용을 폭로하던 때에도 업계엔 비슷한 의견이 쏟아진 바 있다. 중간관리직이 자신의 권한을 넘어 실무담당자와 개발자 위에 군림하면서 동시에 경영진의 눈과 귀를 막고 있어 김 창업자 등 주요 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손조차 댈 수 없는 상황 아니냔 내용이다.

실제로 김 전 총괄은 당시 “약 두 달 동안 조사를 해보니 담당 직원이 30명도 안 되는 관리부서장이 경력이 많은 시스템이나 개발부서장의 250% 연봉을 받고 연간 20억원 수준의 골프 회원권까지 보유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언급하며 “내 권한 아래의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비위를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내부 비리에 대한 반감은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팽배하다. 지난해 11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카카오 직원 400여 명이 모여 김 당시 총괄의 내부 비위 의혹 공개저격이 옳은 일이었냐는 투표가 진행됐는데, 당시 투표에 참여한 직원 중 약 90%가 ‘김 총괄이 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노조 역시 제기된 비위 의혹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카카오가 택한 ‘구원투수 강판’의 끝맛이 깔끔하지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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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혁신’, 카카오에 남은 건 ‘잔해’뿐

통상 기업은 내부 비리를 예방하고 조직 쇄신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내부 인사와 다소 유리된 이를 통해 기업 내 비합리적 요소를 막아줄 만한 감사 시스템을 확립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점에서 김 전 총괄은 내부적 몸살을 앓던 카카오에 있어 말 그대로의 ‘구원투수’였다. 김 전 총괄은 김범수 의장의 삼성SDS 입사 선배이자 30년지기 친구였던 만큼 ‘김범수의 칼’로서 활약할 여지가 많았고, 김 전 총괄 자신에 대한 비리 리스크도 적었다. 김 전 총괄이 지난해 12월 회사 기밀에 준하는 내부 사정을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 공개한 데 대해 사측에 ‘셀프 징계’를 요청한 것 또한 카카오에 있어 김 전 총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사례였을 것이다.

비즈니스워크에 따르면 내부 고발을 한 임직원 중 82%가 기업으로부터 해고 압박을 받거나 사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다. 내부 비리를, 고발을 대하는 기업의 일반적인 태도다. 카카오는 김 전 총괄을 조직 쇄신에 앞장설 좌장으로 앉힘으로써 몸소 혁신성을 내보였다. 김 의장과 가까운 인물인 데다 자리도 자리인 만큼 내부 비리 세력에 등을 맞대도 김 전 총괄만큼은 불이익을 벗어날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김 전 총괄이 최종 해고되면서 카카오는 스스로 타 기업과 크게 차별성 없는, 혁신성 없는 기업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