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눈치 보는 바이든 정부, 전기차에 유리하게 ‘연비 계산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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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비 계산 더 낮게 책정
업계 반발에 일부 후퇴한 모양새
주목적은 전기차 보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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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연비 계산법 강화, 1갤런당 29kWH

19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는 전기차의 연비를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직접 비교할 때 전기차의 연비를 기존보다 낮게 계산하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내연기관차의 연비는 기름 1갤런(약 3.8ℓ)으로 달릴 수 있는 마일(약 1.6km) 수로 표기한다. 그러나 기름을 쓰지 않는 전기차는 이런 방식으로 연비를 계산할 수가 없다.

대신 복잡한 계산법을 적용해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같은 기준으로 연비를 표시하는데 이번 규정은 이때 사용하는 환산 계수를 기존 1갤런당 82킬로와트시에서 1갤런당 29킬로와트시로 조정했다. 이는 에너지부가 작년에 제시한 1갤런당 23.2킬로와트시보다 완화된 수준이다. 작년에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전기차의 연비가 기존에 비해 72% 줄어들지만, 이날 공개한 기준에서는 65%만 감소한다. 아울러 에너지부는 당초 계획대로 새 기준을 2027년부터 바로 적용하는 대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환산 계수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저 연비 기준인 기업평균연비제(CAFE)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측정해 이 기준보다 높아야 벌금을 내지 않는데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많이 팔수록 유리하다.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평균 연비를 끌어내리는 차량을 많이 팔아도 연비가 높은 전기차를 충분히 팔면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지금의 환산 계수를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다며 개정을 촉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전기차의 연비를 너무 관대하게 계산해 자동차 제조사가 소량의 전기차만 팔아도 연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의 연비를 낮게 평가하면 결국 내연기관차의 연비를 개선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으며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규정 완화를 주장해 왔다.

작년에 제시한 규정대로라면 미국 자동차 3사가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해 2032년까지 내야 할 벌금이 제너럴모터스(GM) 65억 달러, 스텔란티스 30억 달러, 포드 10억 달러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미국 자동차 3사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제조사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들을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도 이날 발표된 규정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vs 휘발유 연료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연비를 비교해 봤을 때 전기차의 연비가 압도적으로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국내 여론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전기차 사용자들의 1개월 주행거리와 충전비용을 살펴본 결과, 1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충전 비용은 314원 정도로 휘발유 차량 주유비의 18%에 불과했다. 다만 전기차 원산지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수입 전기차의 월평균 주행거리(2,171km)가 국산(2,019km)에 비해 약 8% 길었던 반면 10km당 충전비용은 수입(277원)이 국산(333원)보다 20% 저렴했다.

이는 수입 전기차의 다수(조사 대상 수입 전기차의 76%)를 차지하는 테슬라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테슬라(74%)는 국산(68%)이나 수입차 평균(72%)에 비해 완속 충전 이용률이 높은데, 전용 완속 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의 비용이 무료기 때문이다. 회생제동 기능이 높은 단계로 고정돼 전비가 높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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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0년 타야 본전 뽑는다?

하지만 10년 운행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삼성SDI의 ‘100km 주행 후 충전비와 유류비 전격 비교’ 영상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주유비는 휘발유 리터당 1,519원 기준 1만원, 전기차의 충전비는 급속충전 347.2원/kWh 기준 6,000원으로 확인됐다. 한 달에 1,500km를 운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기차는 한 달 충전비가 9만원, 내연기관차는 15만원이다. 10년으로 환산 시 전기차 충전비 1,080만원, 내연기관차 유류비 1,800만원으로 약 720만원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기준으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비교했을 때 차량 가격·연료비·보험료·자동차세 등을 고려하면 평균 13년가량 타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다. 지난 2022년 일부 유럽 국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가 끊기면서 전기차 충전비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내외적 변수에도 약하다. 이렇다 보니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기차의 경제성이 점점 떨어진다” “지금도 10년 넘게 타야 본전 뽑는다”, 내연기관차를 탈 수 있을 때까지 타는 게 경제적으로 더 낫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