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전략도 끝물” 미국·EU ‘반독점법’에 꼬리 내린 애플, 규제 아래 앱시장도 변화의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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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생태계' 전략 애플, 미국·EU 눈총에 '안절부절'
당위성 잃은 닫힌 정원, 결국 유럽서 앱 다운로드 제한 해제
눈앞으로 다가온 DMA, 애플 시장 생태계 변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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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양측에서 애플을 겨냥하고 나선 탓이다. 미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은 디지털시장법(DMA)의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을 정조준했다. 양 고래 사이 새우처럼 끼인 애플의 모습에, 업계에선 애플의 경쟁력이 적잖이 깎여나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DMA를 피하기 위해 유럽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플의 정책 변경 사항이 차후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 “애플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

미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각)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5년간의 조사 끝에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뉴저지 연방법원에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구축해 온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치로, 애플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만 앱 다운로드나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왔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애플은 수년 동안 의도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는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며 “애플은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제 행위로 인해 그 권력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인해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지난 한 해 동안 970억 달러(약 130조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100개 이상의 국가 GDP(국내총생산)를 초과하는 수치다. 미 법무부는 아이폰이 미 스마트폰 시장의 65% 이상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점이 애플의 이익 극대화 수단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위해 아이폰 기능을 의도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경쟁사들의 혁신적 소프트웨어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애플이 경쟁사 하드웨어 기기를 아이폰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기능을 제한했다고도 지적했다. 안드로이드 등 애플 외 다른 운영시스템(OS)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기기를 갈아타기 어렵게 만들었단 판단이다. 이외 애플이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아이폰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인앱결제) 이용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겨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폰에서만 ‘애플 페이’를 가능하게 하고 아이폰 간 전송과 달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간 문자 전송 시에는 차별을 둔 점도 거론됐다.

짓눌리는 애플, 골칫거리된 ‘닫힌 정원’ 전략

애플은 유럽으로부터도 반독점법 위반 협의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앞서 EU 경쟁당국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6,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최근엔 DMA의 레이더망에도 애플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각종 외신에 따르면 EU의 DMA 첫 조사 대상으로 애플을 유력시되고 있다. 이에 애플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EU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서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U가 중점 조사 대상으로 ‘앱스토어 개발자에 대한 수수료 정책 및 이용약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양 고래 사이에서 짓눌리는 양상이 짙어지는 가운데, 애플의 최고 성공 요인으로 꼽히던 ‘닫힌 정원(Walled Garden)’ 전략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수익 창출에 적잖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나 각종 규제에 집중포화를 당하면서 결국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당초 닫힌 정원 전략은 애플의 자랑거리였다. 닫힌 정원이 한 번 애플의 세계에 발을 들인 고객들을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 소위 ‘콘크리트층’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애플의 닫힌 정원이 타 기업이나 규제당국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었단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2020년 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이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 이외 사이트 등에서 앱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애플의 정책을 문제 삼았다. 특히 하드웨어에 폐쇄 전략을 적용한 점은 소비자로부터도 반감을 샀다.

앞서 애플은 성능 향상을 이유로 맥에 SoC(시스템온칩)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캐시메모리, RAM 등을 열 수 없는 블랙박스화된 칩 안에 몰아넣었다. 이는 곧 개인 사용자가 용량을 자의적으로 늘리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 이로 인해 개인 사용자가 맥에 램 16G를 추가하기 위해선 한화 약 27만원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했다. 애플이 결국 전략적 ‘선’을 넘어버리면서 각국 규제당국으로부터도, 시장으로부터도, 일부 소비자로부터도 폐쇄 전략의 당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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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철옹성, 100조원대 수수료 수익 주저앉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도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스티브 잡스 시대부터 시작된 견고한 철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나선 것이다. 애플은 지난 1월 “EU의 DMA를 준수하기 위해 앱 장터 개방 등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정책 변경 사항을 발표했다. 정책 변경에 따라 EU 27개국 사용자는 3월부터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 장터에서도 아이폰·아이패드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자사 결제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결제에 15~30%의 고액 수수료를 부과해 왔는데, 지금까지는 사실상 수수료를 내지 않은 방법이 없었기에 ‘애플 통행세’로 불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애플로 통하는 결제 수수료를 우회할 방도가 공식적으로 생긴 만큼, 매년 100조원대의 수익을 거두던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도 다소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의 독점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미 유럽에선 브라우저를 사파리로 일괄 공급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은행이나 개별 금융 서비스의 간편결제에 애플페이를 강제할 수도 없게 됐다. 붕괴하는 애플의 누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해당 사례는 빅테크 독점 횡포를 법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의 이번 정책 변경은 유럽에만 적용됐지만, 미국 또한 애플 때리기에 합류한 만큼 향후엔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사례가 연달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규제를 기점으로 빅테크 독점이 자리 잡은 시장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