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매 부진에 다급해진 애플, ‘바이두 AI’ 탑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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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 '중국 AI' 탑재한다? 바이두와 협상 논의
중국에서 얼마나 안 좋길래, 최신 휴대폰 할인까지
이례적 할인에도 역부족, 향후 전망도 먹구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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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에 중국 최대 포털기업 바이두의 인공지능(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이례적인 할인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팀 쿡 CEO(최고경영자)가 수차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콧대 높던 애플이 중국 내 점유율 수성을 위해 고심하는 모양새다.

애플, 중국 판매 아이폰에 ‘어니봇’ 탑재 고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바이두의 AI ‘어니봇(Ernie Bot·중국명 원신이옌)’의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어니봇은 바이두가 오픈AI의 챗GPT 대항마로 선보인 생성형 AI 모델이다. 이번 협상은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사 기기에 현지 기업 AI 모델을 활용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또한 규제의 영향도 있다. 중국에서는 AI 모델 출시 전에 중국 규제당국인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된 40여 개의 AI모델 모두 중국 업체가 개발한 모델이었다. 챗GPT는 물론, 구글의 제미나이 등 대표 AI 모델들은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애플보다 앞서 AI 기술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24가 중국 외 지역에서는 제미나이를 사용하면서도 중국에서는 어니봇을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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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5 시리즈’ 이례적 할인까지 했지만, 4위로 하락

애플의 중국 고객 다잡기 속내는 이례적인 할인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애플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 중국 내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을 인하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을 꺼리던 콧대 높은 애플이 이례적으로 아이폰 최신 모델 할인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애플은 지난 1월 중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15 가격을 최대 500위안(약 9만원) 할인해 판매했다. 이달 들어선 할인폭이 더욱 확대됐다.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는 아이폰15 프로맥스를 정상가보다 1,300위안(약 24만원)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6만원보다 할인 폭이 더 커진 것이다. 다른 쇼핑몰 징둥닷컴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하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할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곤두박질쳤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첫 6주 동안 중국 시장 내 판매율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하면서 지난해 19%로 1위였던 점유율도 15.7%로 내려앉았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내 애국 소비 열풍이 불면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기업 화웨이가 완전히 부활한 영향이 컸다.

화웨이는 메이트60 시리즈의 흥행으로 올해 초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64%로 대폭 증가하면서 중국 내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와 국영 기업 등이 외국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자 이를 대체하는 수요가 몰려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화웨이에서 2020년 분사한 기업인 아너(Honor)의 점유율도 16.3%를 차지하며 4위인 애플을 앞지르며 3위에 안착했다. 여기에 오포(OPPO), 비보(VIVO), 샤오미 등이 공격적인 저가 공세를 이어간 점도 애플 실적 부진을 부추겼다. 아울러 애플의 최신 라인인 아이폰15 시리즈가 이전 모델 대비 이렇다 할 차별점이 없어 기기 교체 수요도 미비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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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팀 쿡 애플 CEO 웨이보

속 타는 팀 쿡, 또 중국 방문

애플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쿡 CEO는 최근 1년 새 세 번이나 중국을 방문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도 쿡 CEO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만큼 중요한 곳은 없다”며 추켜세우는 등 중국 내 점유율 수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X)에 방중 사실을 공개하며 “오늘 아침 정카이와 함께 와이탄을 산책하고 상하이 전통 조찬을 즐겼다”며 “이 비범한 도시에 돌아오는 것은 늘 나를 매우 기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하이 출신인 중국 배우 정카이와 함께 찍은 사진, 영상과 함께 ‘니하오(你好)’의 상하이 방언인 ‘눙하오(儂好·Nongaho)’라고 인사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아울러 단편영화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게임 제작자를 만난 글을 추가로 올리며 애플이 중국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기도 했다.

쿡 CEO의 이번 방중은 지난 21일 상하이 징안광장에 오픈한 애플스토어 징안점 개장과도 관련이 있다. 애플스토어 징안점은 부지 면적이 3,835㎡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애플 매장으로, 뉴욕 5번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쿡 CEO는 지난해에도 중국 내 아이폰15 판매량이 전작에 비해 부진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약 4,000조원)를 돌파하며 증시 역사를 새롭게 썼던 애플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애플은 경쟁사들에 비해 생성형 AI 개발에 뒤처지면서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도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에 뺏겼다. 게다가 현재 2위 자리로 위태로운 판이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출하량을 늘리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중국 제조사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비롯해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기술 등을 활용한 제품들이 다수 출시되며 아이폰의 경쟁력을 근저에서 위협하고 있어서다. 애플도 아이폰에 AI 기술 적용 및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 부분 뒤처져 있는 데다 상용화 시기도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단숨에 스마트폰 업계 1위로 올라선 뒤 무려 17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AI라는 글로벌 시장의 큰 물결 속에서 애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에 투자자들은 초조해 하고 있고, 시장도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