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재발 막는다, 8대 산업 공급망 ‘자립화’에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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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8대 공급망 프로젝트’ 이행회의 개최
요소 공급망 얼라이언스 발족, 생산‧수급관리계획도 마련
다만 업계선 "근본적 대책 여전히 미흡하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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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자국 보호무역주의 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공급망 자립화·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이 부족한 요소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포함한 종합적인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내비쳤다. 제2, 제3의 ‘요소수 대란’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인 네온도 2028년 완전 자립화를 목표로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에 대한 편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정책도 빈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 연간 계획 구축, 국내 생산 추가 지원도 검토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조달청 등 관계 부처와 롯데정밀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8대 산업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 이행 회의’를 개최했다. ‘8대 산업 공급망 선도 프로젝트’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 정부가 특별히 공급망 자립·다변화를 추진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요소와 함께 양극재, 양극재, 반도체 소재, 반도체 희귀가스, 희토류 영구자석, 마그네슘, 몰리브덴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먼저 기술개발, 생산투자, 대체처, 비축 등 종합지원사업 메뉴판을 마련한다. 프로젝트 추진기업은 오는 6월 공급망기본법 시행 시 선도사업자로 지정하는 등 맞춤형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 예컨대 희토 영구자석의 경우 폐자석 재활용 희토영구 자석 제조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기술개발이 완료되면 신속히 생산공정에 투입해 실증을 병행 지원한다.

주요국의 수출통제 품목이나 시장 변동성이 큰 품목 등 단기 수급 안정화가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글로벌 수급 동향 분석, 국내 수요 및 재고 등을 토대로 연간 수급관리계획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민관 공동 구매 등 조달방식을 다양화하고 위기시를 대비해 IPEF 공급망 협정 등을 활용한 국제 공조도 추진한다. 아울러 KOTRA에 공급망안정품목 대체처 발굴 헬프데스크를 신규로 설치해 주요 품목별 대체국 및 대체기업 리스트를 사전에 확보하고 수요기업의 대체처 발굴을 상시 지원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별로 업계-지원기관 등으로 민관 합동 공급망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공급망 안정화 과제 및 애로를 상시 발굴하고 공급망 지원기관 협의체도 운영한다. 반도체 공정용 희귀가스인 네온의 경우 오는 2028년까지 완전 자립화를 목표로 재활용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지원한다. 네온은 국내 기업이 정부 연구개발(R&D)을 통해 현재 국내 수요의 약 30%를 생산하고 있다. 크립톤, 크세논 역시 정부 R&D를 통해 작년 제조기술을 개발해 검증 단계에 있다.

불화수소의 원소재인 무수불산은 대체수입을 늘리고 있으며 황산니켈, 수산화리튬, NCM 전구체 등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소재 국내 생산을 위한 투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히 흑연을 대체할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는 내년을 목표로 실리콘 음극재 상용화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마그네슘의 경우 내년을 목표로 국내에서 가용한 자원을 활용한 산화마그네슘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몰리브덴은 연내 초고순도 몰리브덴 정련 기술 확보 및 실증을 추진한다.

‘요소수 대란’ 근원적으로 방지

정부는 또 올해 5조원대 규모로 마련될 ‘공급망 안정 기금’을 활용해 국내에 요소 생산 시설을 새로 짓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간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인 중국 내 수급 불안 때마다 되풀이되던 ‘요소수 대란’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원료이자 농업용 비료로 쓰이는 요소는 제조하는 데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사업성이 낮아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도 요소를 생산했으나 2011년 4월부로 완전히 중단됐다. 당시 롯데정밀화학이 마지막까지 요소를 생산했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요소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용(차량용 포함) 요소의 경우 지난해 기준 90%가량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차량용 요소수는 디젤(경유) 내연기관의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요소 공급이 막힐 경우 디젤차 운행 자체가 멈출 수밖에 없다.

2021년 10월 요소수 대란도 이런 이유로 발생했다.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인해 국내 차량용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국에서 매점매석이나 오픈런 현상이 이어졌다. 또 당시 건설장비와 화물차 운행이 멈추면서 운송업계는 물론 건설, 발전, 철강 등 주요 산업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뿐 아니라 같은 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공급망 균열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이에 정부는 ‘요소 공급망 얼라이언스’를 발족해 근본적 수급 안정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얼라이언스는 국내 생산시설 구축방안이나 연간 수급관리 계획 수립 등을 포함한 수급 안정화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검토해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협의·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얼라이언스 논의 결과를 토대로 요소 수급 불안이 반복되는 추·동절기(9월∼차년도 2월)에 대비해 연간 요소수급관리계획도 선제적으로 수립해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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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다변화 지원책 손질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비용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한, 업계는 제3국에서 10~30% 정도 높은 가격을 주고 원재료를 구입해야 하는데, 원재료 수입 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매서운 요소수 대란을 겪었음에도 중국에 대한 요소 수입 의존도는 되려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품귀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21년 전체 산업용 요소 수입 45만199톤 중 중국 수입 비중은 83.4%(37만5,348톤)였고, 2022년 71.7%(전체 40만6,917톤 중 29만1,813톤)로 다소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88.1%(전체 35만6,050톤 중 31만3,847톤)로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에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직면한 문제는 2021년 대란과는 달랐다. 중국은 자국 내 생산량 부족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업계는 다른 속내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30일 중국 수출입을 담당하는 해관총서는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이 수입 예정이었던 산업용 요소의 수출을 보류시켰는데, 해당 요소는 수출 검사까지 완료한 상태에서 해관에 붙잡혀 배에 실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로, 실제 자국 내 요소가 부족했다면 통관 검사 단계조차 거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공급망 의존도는 절대적으로 높다. 현재 중국은 요소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상술했듯 요소 공급 중단 당시 국내 산업 전체가 휘청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공급망 교란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공급망 안정화’ 방안이 또다시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