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A부터 미국 반독점법까지, 애플 ‘폐쇄적 생태계’ 규제 압박 심화
미국 법무부·소비자,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 제기 EU DMA로 한 차례 쓴맛 본 애플, 결국 꼬리 내려 미국 정부 압박 본격화, '고향'에서도 생태계 일부 개방할까
미국 소비자들이 애플 측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반경쟁적 행위를 통해 제품의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 최근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편승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은 지난 22일 아이폰 고객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연방법원에 최소 3건의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EU를 중심으로 애플 대상 ‘반독점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플의 ‘고향’인 미국에서마저 관련 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의 ‘애플 때리기’
집단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타사의 메시징 앱, 디지털 지갑, 기타 품목 등의 서비스를 아이폰에 다운받지 못하도록 차단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애플의 복합적인 반독점 행위가 사용자들의 애플 생태계 이탈을 막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해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1일 미 법무부가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제기한 애플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 위반 소송과 유사한 논리다. 미국 법무부는 애플이 고객을 자사 생태계에 가두는 정책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했으며, 애플 제품에 대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앱 다운로드 제한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반경쟁적 행위가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독점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지적이다.
차후 법원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미국 애플 고객 수백만 명이 이에 따른 혜택을 얻게 된다. 실제 애플은 전자책 및 앱스토어 정책과 관련한 집단소송에서 지금까지 5억5,000만 달러(약 7,415억원)를 합의금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이번 집단소송을 대리한 스티브 버만 변호사는 “우리는 과거 애플페이가 모바일 지갑의 경쟁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애플을 고소한 적이 있다”면서 “법무부가 우리의 접근 방식에 동의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U, ‘DMA’ 앞세워 반독점 규제
지금까지 독점적인 고유 생태계는 애플의 ‘성공 비결’로 꼽혀 왔다.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 애플 전용 운영 체제, 고유 앱 등을 앞세워 애플 기기를 쓰는 소비자를 붙잡고, 독자적인 생태계 내에서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며 덩치를 불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국 정부는 이 같은 폐쇄적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애플을 시장 경쟁을 저하하는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례로 EU(유럽연합)의 경우, 빅테크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를 통해 꾸준히 애플의 숨통을 옥죄어왔다. DMA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한 거대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해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 따르면 게이트키퍼 지정 기업들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 한다. 2008년 앱스토어 출시 이후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 앱을 독점 제공하도록 규제해온 애플이 본격적으로 EU의 규제 범위에 들었다는 의미다.
DMA상 의무를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연간 총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위반이 반복될 경우 과징금 비율은 20%까지 상승할 수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DMA가 본격 시행되며 규제 압박이 거세지자, 애플은 결국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올해 늦은 봄부터 개발사들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 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지역 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자체 앱스토어 외부에서도 IOS(애플 운영체제)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끝나지 않는 규제의 굴레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신규 앱스토어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만큼, 애플 독점 생태계가 해체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신규 이용 약관에 따르면, 애플 생태계 진입을 원하는 신규 앱스토어는 은행에 100만 유로(약 14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해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이후에는 ‘핵심 기술 수수료’ 명목으로 다운로드 건당 50센트(약 600원)를 애플 측에 납부해야 한다.
해당 약관을 접한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관련 조치가 DMA를 완전히 준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에는 애플 ‘생태계 개방’ 조치의 DMA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출하기도 했다. 애플 측이 웹 브라우저·운영체제 기본 설정 등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빅테크 규제에 앞장서는 EU 측의 압박이 점차 거세지는 가운데, 본토인 미국에서도 반독점 분쟁이 발생하며 애플은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에서는 차후 애플이 미국 시장에서도 EU 내 ‘앱스토어 개방’ 조치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 과징금 등 리스크를 고려해 ‘공정 경쟁’ 요구를 일부분 수용, 폐쇄적인 생태계를 일부 개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