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신세계 투자 받고 몸값 4천억까지 뛰었던 메타버스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말로
한화·신세계 투자까지 받은 어반베이스, 적자 누적에 결국 회생 전 매각 절차 한때 몸값 4천억까지 뛰었지만 매출 부진, 영업 적자 장기화 직면 VC 관계자들 "아파트 3D 도면 가치 인정받아 매각되는 것 다행"
한화그룹(한화호텔앤드리조트)과 신세계그룹(신세계아이앤씨)의 투자를 받았던 메타버스 기반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한때 몸값이 4천억원까지 뛰었지만,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데다 투자금을 구하지 못해 결국 매각으로 방향을 정했다.
28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어반베이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진행하기 위해 최근 이정회계법인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주관사는 기업 정보자료(Information Memorandom) 등의 주요 자료들이 완성되는 대로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계획이다.
대기업 투자, 몸값 4천억까지 치솟은 메타버스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2014년 설립된 3차원(3D) 공간데이터 전문기업이다. 2차원(2D) 도면을 3D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링 기술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영역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어반베이스는 이 기술로 국내 아파트의 약 96.5%에 해당하는 98,000여 개의 3D 도면을 구축하며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도면 데이터베이스가 확대되자 국내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였다. 2020년에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고, 2021년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13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한화는 어반베이스의 기업 가치(밸류에이션)를 4,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재무적투자자(FI) 목록에 등재된 CKD창업투자, 삼성벤처투자, 브리즈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들은 VC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전문투자기관들이다. 어반베이스는 누적 투자금이 250억원에 달하면서 성장세를 달렸다.
그러나 외적인 확장에 비해 재무적인 성과는 초라했다. 2020년 매출액 12억원에 이어, 2021년 14억원, 2022년 16억원 등 매해 1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적자는 14억원, 24억원, 82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투자자들이 영업이익이 나오는 스타트업들에만 투자하겠다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돌변하자 투자금을 구할 길이 없어졌다. 2023년 중 기업공개(IPO)를 타진하기도 했으나,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투자금으로 화려한 외양, 매출액은 답보, 누적 적자 커져만 가는 스타트업들
VC업계 관계자들은 그나마 어반베이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평가다. 다행히 국내 아파트 대부분의 3D 도면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무형 자산을 취득하려는 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회생 전 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무형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대주주들이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투자금으로 인재 유치 및 시장 신호 효과 등을 위해 화려한 외양을 꾸미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매출액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누적 적자가 장기화 되는 것이 스타트업의 고질적 문제인 만큼, 향후 스타트업 채권자들도 어반베이스처럼 영업 목적상 유·무형 자산이 생성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성향이 강해지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구주 매각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발행을 통해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하고 새 투자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와 한화 등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IB업계의 관계자는 “통상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새 투자자에게 배정하고, 매매 대금은 회사로 투입해 운영 자금으로 쓰게 된다”며 “인수 대금의 일부는 회생담보권과 회생 채권을 변제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