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력 키우다 돛 내릴 것” 훈풍 타고 DS 흑자 전환 노리는 삼성, 상반기까지는 감산 이어가나
삼성전자 올해도 '탄력적 감산', "섣불리 감산 끝내진 않을 것" 흑자 전환 기정사실화한 삼성이지만, "SK하이닉스 성장세는 더 커" AI 산업 발전에 낙수효과 톡톡히 받은 삼성, 올해 전환점 마련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감산 전략을 올해 상반기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등 기조를 이어 가기 위해 감산을 유지하되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에 대해서는 공급을 확대하는 ‘탄력적 감산’에 나선단 것이다.
삼성 1분기 실적에 업계 시선 ‘집중’, “반도체 훈풍에 흑자 전환 이뤘나”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달 5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통상 결산 종료 후 5영업일에 잠정실적을 발표해 왔다. 올해 1분기 잠정실적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DS 부문이 대규모 적자를 벗어나 본격적인 반등 흐름을 탈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결산을 통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 등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2분기 본격 감산에 들어간 이후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적자 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 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79억5,000만 달러로 전 분기(52억5,000만 달러) 대비 51.4% 증가했고, 동기간 시장 점유율도 38.9%에서 45.5%로 큰 폭으로 늘었다.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 경쟁 기업들이 수익성이 좋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집중하면서 일반 D램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영향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낸드 시장도 훈풍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낸드 매출액은 114억8,58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4.5% 늘었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DS 부문의 흑자 전환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지만 삼성전자는 당분간 감산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감산 전략으로 어렵게 시장 반등을 이끌어낸 만큼 섣불리 감산을 종료하는 대신 시장 흐름을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상승세 보이는 SK하이닉스, “HBM 경쟁 우위 여전”
다만 감산 전략을 이어가되 현 상황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HBM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며 ’18만 닉스(주당 18만원)’에 등극했다. 삼성전자가 약보함에 머무른 점과 대조되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건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 부지를 확정했단 소식 덕이다. 앞서 WSJ(월스트리트저널)는 26일(현지 시각)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공장 건설에 40억 달러(약 5조2,77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증권가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7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7만6,600원에서 2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19만원에서 23만6,000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김형태 김앤장법률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업이익은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에 따라 추가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며 “컨센서스 1조2,000억원을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미 경쟁사(마이크론)의 HBM3E 시장 진입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되나 연간 목표 매출이 7억 달러에 불과하고, 국내 경쟁사(삼성전자)의 생산 능력, 수율 안정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연내 HBM 경쟁 우위가 훼손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전했다.
기회 포착한 삼성전자, “우선 물량 조절로 대응력 키울 듯”
현재 삼성전자에 필요한 건 기회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AI 스마트폰 등 AI 기술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AI가 확산함에 따라 2024년 스마트폰의 D램 탑재량은 지난해보다 12.5%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오랫동안 최악의 업황이 이어져 온 낸드플래시 산업은 이미 반등이 시작됐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1분기 낸드 고정가격은 지난해 1분기 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30% 수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7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웅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AI 산업 발전에 따른 낙수 효과가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전이되는 가운데 업계는 보수적 생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영업실적 개선을 지속적으로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며 “감산 기조로 재고 부담이 완화되면서 메모리 가격은 반등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은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전환점’을 맞기 좋은 환경이란 의미다. 우선 물량을 조절하며 대응력을 키우다 내외부 환경에 삼투압이 발생할 여지가 줄었을 때 무난하게 돛을 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