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송영숙 공동 대표 선임에 한미약품 자리싸움 마무리 수순, 남은 건 자금 조달-바이오 전환의 ‘자기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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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매듭, 임종훈·송영숙 공동 대표 공동 대표 구축
바이오 전환 청사진 그리는 임종윤 전 사장, "1조원 자금은 어디서 구하나"
급격한 전환도 불안 요소, "R&D 구조 변화 감당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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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의 모습/사진=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을 매듭지은 한미약품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이사회 다수를 차지한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이 회사의 주력 분야를 합성(케미칼)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단 포부를 밝혔기 때문이다. 우선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표 대결은 일단 승리로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는 ‘자기증명’의 시간이다. 바이오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거듭 쏟아지는 상황인 만큼 재원 마련 및 인재 채용 등에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미사이언스, 임종훈·송영숙 공동 대표 선임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전 10시께 한미약품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차남인 임종훈 사내이사를 송영숙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장남인 임종윤 사내이사는 한미약품 대표를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표 대결에서 승리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자기증명이다. 앞서 임 전 사장은 향후 한미약품그룹 수익성 향상을 위해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탁개발(CDO)과 임상시험수탁(CRO) 분야에 뛰어들어 한미약품그룹을 한국의 ‘론자’로 만들겠단 목표다. 론자는 스위스에 위치한 전 세계 1위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이다.

이를 위해 임 전 사장은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후 바이오공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부적인 방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 유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위탁생산(CMO) 방식보다 CDO와 CRO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단 전략이다. 아울러 그간 추진해 온 혁신신약 개발 파이프라인도 확대한다. 임 전 사장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목표로 1차적으로 시가총액 50조원 비전을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200조원까지 한미약품그룹을 키우겠다는 포부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을 위해 2021년 세계적인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전문가들과 함께 팬데믹 사이언스센터 설립을 위한 계획‧설계를 이미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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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청사진 내걸었지만, “문제는 자금 조달”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당장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선 1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는 건 사모펀드 등 투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또 한미약품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비상장 계열사인 온라인팜 등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종윤 전 사장의 보유하고 있는 코리그룹(COREE Group)의 IPO나 구주 매각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도 있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전 사장이 지난 2009년 홍콩에 설립한 연구개발(R&D) 및 바이오헬스케어 기술투자기업이다. 또한 DXVX의 투자 유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DXVX는 임 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바이오헬스케어기업으로, 해당 기업에서 임 전 사장의 지분율은 19.5%(581만6,189주)가량이다.

더욱이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 구축 외에도 자금이 필요한 곳이 많다.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이어갈 자금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비만치료제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신성장동력을 비만 관리로 선정,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비만치료제는 의약품 업계에서 핫한 아이템 중 하나인 만큼 대대적인 전환을 선언한 임 전 사장 입장에서도 쉬이 포기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임종윤·임종훈 이사는 시총 성장 방안으로 비만치료제를 직접 언급한 바도 있다. 이들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라는 소도시에 본사를 둔 일라이이릴리는 최근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며 시총 약 981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도 시총 777조원 수준이다. 이에 비춰 보면 시총 200조 달성을 향한 도전도 완전히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R&D 효율 저하 우려↑, 급격한 전환이 ‘돌부리’ 될까

결국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 셈이지만, 시장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거듭 쏟아진다. 임종윤·임종훈 이사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을 잡는다고 알려지면서 R&D를 축소할 가능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사모펀드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경우 R&D 예산 축소는 당연한 수순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딜에 참여할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사모펀드가 임종윤·임종훈 이사의 지분율에 육박할 정도로 지분을 확보하거나 최대주주로 들어오면 R&D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력 분야를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급격히 전환하려 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주력 분야를 완전히 바꾸는 만큼, 사내 R&D 구성 자체에 변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은 본질부터 다르다. 합성의약품은 화학 물질을 배합해 인공적으로 만든 의약품인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재조합 DNA 기술을 응용해 미생물세포 배양조직세포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의약품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생산, 즉 ‘제조’가 아닌 ‘배양’을 해야 하는 제품이다.

때문에 합성의약품은 간단히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복잡한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맞춤형 소량 생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복제품 단계에서도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은 상당히 다른 속성을 띤다. 예컨대 합성의약품의 복제품 제네릭은 화학 공정으로 만들어지기에 오리지널 합성의약품과 동등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의 복제품 바이오 시밀러는 생물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제품은 제조가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연구 직원들 입장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의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언급이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모양새다.

임 전 사장이 바이오의약품을 강조한 데엔 고개를 끄덕인 이들도 많다. 바이오의약품은 통상 합성의약품에 비해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고, 환자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 수요도 꾸준히 발생하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 대비 약효가 우수하고 부작용이 적어 전체 과정(임상 1상~신약 승인)에서의 성공률이 높다. 임 전 사장이 바이오의약품을 시총 성장의 핵심으로 꼽은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다만 무리한 전환을 이끌면서 자금력도, 인재 풀도 함부로 낭비하다 보면 한계를 기업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임 전 사장은 “투자 유치 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서 실패하면 물러나겠다”는 배수진까지 친 상태다. 바이오의약품과 자신의 자금 유치력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