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기록하며 왕좌 앉은 CJ올리브영, 상장 포기하고 승계에 집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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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중소 브랜드와 투자금 업고 업계 정상 섰다
2022년 IPO 잠정 중단 이후 '승계'에 초점 맞춰
지분 재매입·배당 축소 등 승계 위한 움직임 다수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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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이 K뷰티 시장 내에서 ‘승기’를 잡았다. 중소·신진 뷰티 브랜드 상품을 앞세워 오프라인 H&B(헬스앤뷰티) 시장을 석권,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2021년 투자 유치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올리브영은 최근 막대한 기업가치를 활용해 경영 승계를 위한 사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초고속 성장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2조7,809억원) 대비 39.1% 증가한 3조8,68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2,714억원) 대비 69.7% 증가한 4,6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등 전통적인 시장 강자들의 실적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연결 기준 매출은 3조6,739억원, 영업이익은 1,081억원에 그쳤다. 

올리브영의 성장 비결로는 적극적으로 국내 중소 브랜드를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전략이 꼽힌다. 올리브영은 고객이 다양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개인의 취향에 최적화한 브랜드를 추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 현재 올리브영에 입점한 제품 2만여 개 중 중소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이다.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1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달성한 브랜드 중 국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1%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올리브영이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이룩했다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지난 2020년 올리브영은 오너가 보유한 구주 약 2,700억원, 신주 1,360억원을 합해 총 4,0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올리브영 2대 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당시 22.56%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올리브영은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온라인 사업 확대, 배송 서비스 고도화 등을 단행,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IPO 대신 합병? 올리브영의 미래는

이런 가운데 업계의 이목은 올리브영 및 CJ그룹의 눈앞에 놓인 ‘선택지’에 쏠리고 있다. 애초 올리브영은 지난 2022년 시장 침체를 근거로 IPO(기업공개)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시장에서는 탄탄한 실적을 갖춘 올리브영의 IPO는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시장의 기대를 넘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점이다. CJ 측이 여유롭게 상장 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애초 CJ그룹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키워 이재현 회장 자녀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CJ그룹이 올리브영과 CJ㈜를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최근까지 올리브영의 최대주주는 CJ㈜(지분율 51.3%), 2대 주주는 코리아에이치앤비홀딩스(글랜우드PE, 22.6%)였다. 그룹 후계자인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는 11%, 장녀 이경후 CJ ENM브랜드전략실장 경영리더는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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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경영리더의 CJ㈜ 지분율은 각각 3.20%, 1.47%에 그친다. CJ올리브영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CJ㈜와 합병할 경우,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의 합병 지주사 법인 지배력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때 변수는 FI(재무적 투자자)인 글랜우드PE의 존재다. 현재 지분 구조를 유지하며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FI가 지주사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CJ그룹 입장에서 지주사에 막대한 지분을 가진 FI가 남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처사일 수밖에 없다.

승계 최적화 위해 움직이는 CJ

이에 CJ 측은 본격적인 지분 구조 개편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올리브영은 이사회에서 글랜우드PE가 보유한 지분 중 절반을 재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2021년 글랜우드PE의 올리브영 지분 매입은 프리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리브영은 지난 2022년 상장을 잠정 중단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글랜우드PE는 사실상 IPO를 통한 차익 실현을 포기한 채 지분 전량 재매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CJ 측이 글랜우드PE의 지분을 매입한 이후 올리브영이 재차 자사주 형태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CJ올리브영이 해당 지분을 매입 후 소각하게 되면 이선호 경영리더 지분은 14.2%, 이경후 경영리더 지분은 5.4%가량으로 상승하게 된다. 합병에 한층 적합한 환경이 형성되는 셈이다. 지분 재매입 금액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리브영이 2021년 지분 매각(당시 기업가치 1조8,000억원)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기업가치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리브영의 배당 축소 기조 역시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전년보다 적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처럼 기업이 배당을 줄이면 미처분 이익 잉여금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순자산 가치가 증가하게 된다. 오너 3세의 지분이 올리브영의 배당 축소가 승계의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