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C&C 매각 준비하는 SM엔터-카카오, SKT도 손상차손 반영으로 ‘매각설’에 힘 실어
SM C&C 손상차손 반영한 SKT, '매각설' 개연성 더하나
카카오에 법적 리스크 가하는 SM C&C, "매각 기정사실화"
SM엔터도 매각 준비 과정, 남은 과제는 '기업가치 향상'
SK텔레콤(SKT)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와의 협력 과정에서 투자한 SM컬처앤콘텐츠(SM C&C)의 보유분 일부를 손상차손으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SM C&C의 연이은 적자로 SM엔터가 매각한다는 설이 불거지는 가운데 2대 주주인 SKT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SM엔터와 카카오, SKT 등 SM C&C와 연결된 이들 모두가 매각 개연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단 점이다. 이에 시장은 SM C&C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SKT, SM C&C 188억원 손상차손 반영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T는 2023년 SM C&C에 대해 188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SKT가 투자를 단행한 이후 SM C&C가 적자를 지속한 영향이다. 손상차손이란 투자 자산의 시장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해 자산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격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을 때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SKT는 SM C&C의 장부가액을 2022년 653억원에서 2023년 416억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시장은 SKT의 움직임을 ‘SM C&C 매각 준비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SM C&C는 SM엔터 그룹의 계열사로, 종합 광고를 비롯해 △마케팅 프로모션 △배우 매니지먼트 △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SKT가 SM C&C에 지분을 투자한 건 지난 2017년의 일이다. 당시 SKT는 SM C&C의 최대주주인 SM엔터와 콘텐츠 협력을 위해 손잡고 상호 증자 및 지분 양수도를 추진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리버(현 드림어스컴퍼니)와 SM C&C에 각각 250억원, 6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M엔터 또한 각각 400억원, 7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SM C&C는 이렇게 투자받은 돈으로 2017년 SK플래닛의 광고 사업인 M&C 사업부를 인수하며 SKT와의 접점을 확대했고, SKT는 SM엔터와의 콘텐츠 협력에 더욱 힘을 실었다. 당시 SKT는 AI(인공지능)와 VR(가상현실)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함에 앞서 엔터 분야 경쟁력을 가진 SM엔터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육성하겠단 청사진도 세웠다.
그러나 최근 SM C&C를 통한 광고 사업과 SM엔터와의 협업은 수그러든 상태다. SM C&C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SKT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SM엔터 또한 비주력 자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히며 SM C&C의 미래가 어두워진 탓이다. SKT가 글로벌 신사업 진출을 위해 SM엔터와 손을 맞잡은 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T는 지난 2018년 SM엔터와의 협업을 통해 엑소, 레드벨벳 등 아이돌을 가상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소셜VR’과 AI 플랫폼 ‘누구(NUGU)’, 한류 콘텐츠를 결합한 ‘홀로박스(HoloBox)’ 서비스 등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해외를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또 시정명령 받은 카카오, SM C&C 매각 속도 내나
카카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차 시정명령을 받았단 사실도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가 시정명령을 받은 데엔 SM C&C 편입의 영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측은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면서 SM C&C의 특수관계자가 됐는데, 카카오는 이미 SBS M&C의 주식 10%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이는 미디어렙 소유제한 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특수관계자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매각 분위기가 가열하자 SM C&C는 기업가치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영실적과 주가 모두 안정적인 지표를 보여야 모회사 입장에서 매각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인 강호동을 끌어들인 것이다. SM C&C는 지난 3월 강호동을 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지난 1일엔 강호동을 비등기 임원 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유명인을 포섭해 밸류업을 노리겠단 취지인데, 실제 강호동의 이사 선임이 알려진 날 SM C&C의 주가는 9.27% 반짝 올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다만 중요한 건 강호동 이사 선임 효과가 일시적인 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경영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거다. 현재 SM C&C의 실적 부진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M C&C는 지난해 1,273억1,087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9.4% 하락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4.0% 오른 20억8,573만원으로 집계됐지만, 당기순손실이 99억1,537만원을 기록하며 결국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실적이 비교적 부진한 데다 주가도 강호동 효과를 제외하면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인 만큼, 현재로서는 SM C&C가 매각 과정에서 제값을 받기는 어려우리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매각 ‘준비’ 과정이 보다 면밀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매각 준비 시작한 SM엔터, M&A 전문가 선임하기도
이에 SM엔터도 SM C&C 매각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장철혁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선임이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해 3월 SM엔터는 정기 주주총회 직후 신규 이사회를 열고 장 CFO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장 대표는 M&A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로, SM 측 설명에 따르면 장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 PwC에서 13년간 근무하며 회계감사와 기업 인수, 매각 자문, 인수실사, 기업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그는 스킨푸드와 동아탱커에서 CFO 업무를 수행하며 부실기업의 회복을 위한 조직개선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SM엔터의 새로운 수장 자리에 M&A 전문가가 앉게 되면서 SM엔터 차원의 SM C&C 매각 움직임에도 속도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장 대표의 비핵심자산 매각 의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제 SM C&C 대표는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출마하면서 향후 직무수행계획 중 ‘비핵심자산 매각과 효율적 자금운용’을 최상단에 배치한 바 있다.
또 본업인 음악과 무관한 비핵심자산의 매각을 통해 핵삼사업 성장을 도모한다는 건 SM엔터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SM엔터-SKT-카카오 등 SM C&C와 연결된 기업 모두가 매각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시장에선 SM C&C의 매각이 초읽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거듭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