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그룹 인수 이후 ‘중국산’ 딱지 붙은 로터스, 오히려 잘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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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지리그룹 투자 딛고 사상 최대 판매량 달성
"중국산이라고 무시 마라" 지리그룹과 질주하는 스웨덴 볼보
저가는 볼보, 프리미엄은 로터스? 지리그룹의 판매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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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의 전기 SUV ‘일레트라’/사진=로터스

2017년 중국 지리(GEELY)그룹의 품에 안긴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Lotus)’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이 인수하면 럭셔리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불식, 성공적으로 전기차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다.

지리그룹 품에서 성장하는 로터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로터스의 차량 판매량은 6,970대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로터스 지분을 대거 인수한 중국 지리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전기차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지리그룹은 로터스의 지분 51%를 확보한 뒤 30억 달러(약 4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 공격적으로 성장 동력을 공급한 바 있다. 이는 고가 전기차 시장의 경쟁자인 포르쉐, 테슬라 등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리그룹은 로터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8억7,000만 달러(약 1조 1,99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볼보, 폴스타, EcarX, 지커 등 지리그룹의 품에 안긴 여타 자동차 브랜드도 줄줄이 미국·스웨덴 증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연이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지리그룹의 ‘중국산 럭셔리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고스란히 투입됐다. 그 중심축에는 로터스가 있었다.

시장에서는 로터스가 중국 전기차 시장의 ‘타깃 확대 전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최근 중국은 1,000만원짜리 초저가 전기차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럭셔리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 세계 각국 전기차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지리그룹은 로터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싸구려’ 제품을 판매한다는 기존의 시장 인식에서 탈피, 새로운 시장 수요를 겨냥하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 ‘볼보’ 전철 밟을까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로터스가 지리그룹 산하 스웨덴 자동차 기업 ‘볼보(Volvo)’와 유사한 성장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지리그룹은 2010년 3월 포드로부터 18억 달러(약 2조4,800억원)에 볼보 승용차를 인수했고, 2017년에는 유럽의 헤지펀드 ‘세비안캐피털’로부터 볼보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볼보AB’ 지분 8.2%를 매입했다. 당시 인수 금액은 32억4,000만 달러(약 3조4,860억원)에 달했다. 지리그룹이 볼보의 승용차·상용차 부문 전반을 장악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볼보가 지리그룹의 품에 안긴 이후 매서운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2010년 지리그룹이 볼보 승용차를 인수했을 당시, 시장에서는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는 평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곤 했다. 지리그룹의 과감한 M&A가 실패로 귀결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하지만 지리차는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몸집을 키우면서도 볼보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았다. 생산 라인 전체를 바꾸고, 소형차 라인업도 늘렸다. 출시 후 10년 동안 변화가 없어 시장의 외면을 받던 볼보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은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탈바꿈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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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사진=볼보

이 같은 성장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볼보그룹(VLVLY)의 매출은 전년 동기와 유사한 1,310억 스웨덴 크로나(SEK, 약 16조5,439억원), 주당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증가한 6.92 SEK 수준이었다. 영업이익은 182억 SEK, 영업이익률은 13.8% 선에 머물렀다. 트럭 인도량 감소,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초저가도 초고가도 ‘수비 범위’ 내?

볼보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올여름부터 5인승 전기차 ‘EX30’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최초 사례다. 판매가는 최저 3만5,000달러(약 4,800만원)로, 비슷한 스펙을 가진 테슬라의 소형 SUV 모델Y보다 8,000달러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중국 자원과 국가 보조금 등을 활용해 제조 비용을 절약,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볼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볼보 공장 등 미국 현지 제조 시설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27.5%의 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볼보 측은 미국에 EX30을 판매하게 되면 대당 15∼20%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볼보가 지리그룹 저가 전기차 수출 부문의 ‘대표 주자’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후 로터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특성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지리차의 수비 범위 역시 넓어지게 된다. 현재 로터스는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전기차 공장에서 차량 생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공장에서 로터스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엘레트라’, 전기 승용차 ‘에메야’ 등이 고객의 품에 안길 채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