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기술 한계에 ‘계륵’된 SM C&C, SKT 협력체계 무너지나
시너지 효과 못 본 SKT-SM C&C, 메타버스 사업도 부진
SM C&C 매각 분위기 확산, SKT도 보유분 일부 손상차손 반영
미디어렙법 리스크 직면한 카카오, SM C&C 매각 '눈앞'
SK텔레콤(SKT)이 가상현실(VR) 사업 시너지를 위해 투자했던 SM컬처앤콘텐츠(SM C&C)가 계륵으로 전락했다. 콘텐츠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사업을 전개해 나가려던 취지였지만, VR 기술적 한계와 킬러 콘텐츠 부재로 메타버스를 대중화하기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거듭 나온 탓이다. SKT는 이용자 유입이 이어지는 해외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해 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을 지속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SKT가 SM C&C의 보유분 일부를 손상차손으로 반영한 것을 근거로 매각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부진한 메타버스 사업, SKT-SM C&C 협력 마무리되나
25일 업계에 따르면 SKT가 지난 2017년 투자했던 SM C&C는 최근 연이은 적자 행진으로 매각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T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SM C&C에 대해 18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SM C&C가 지난해에만 99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T의 SM C&C 장부가액 역시 전년(653억원) 대비 36.29% 줄어든 416억원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추세는 VR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부문에도 이어졌다. SKT가 지난 2021년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는 인기 아이돌과 협력해 다양한 VR·AI 콘텐츠 등을 선보였음에도 시장 수요와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프랜드는 지난해 4분기 지속적인 콘텐츠 개선에도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전 분기(420만 명) 대비 14.8%가량 줄어든 360만 명에 그쳤다. SK스퀘어가 2021년 메타버스 협력을 위해 코빗에 투자한 900억원(지분 32%)의 가치 역시 지난해 말 84.3% 급감했다.
SKT 측은 SM C&C 매각설에 우선 선을 그었다. SKT 관계자는 “메타버스 인기가 높은 해외 시장에 집중해 글로벌 서비스로 키울 예정”이라며 “동남아 IoT(사물인터넷), 통신사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연내 AI 기능도 접목해 글로벌 친화 서비스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M C&C 손상차손과 관련해선 “기업 가치 하락에 따라 손상차손을 반영한 것”이라며 “통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접점이 많아 앞으로 협력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시장에선 아직 기술적 완성도가 낮은 VR 산업을 캐시카우로 키우는 건 시기상조란 의견이 거듭 나오고 있어, SKT가 사업 가치 하락을 면치 못한 SM C&C를 그대로 끌고 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조직 효율화 나선 SM C&C, 매각 준비 과정?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SM C&C가 조직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M C&C는 앞서 지난 22일 광고사업 부문 임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조직 효율화를 위한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서 언급한 조직 효율화가 구조조정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SMS C&C 관계자는 “급변하는 광고 산업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광고사업 부문의 조직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인력 감축안 등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일각에선 SM C&C가 조직 효율화를 언급한 데 “매각을 위한 몸집 줄이기를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는 지난해부터 자회사 SM C&C와 키이스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비주력 자산을 정리해 실적 개선을 이루겠단 취지에서다. 카카오가 최대 주주에 오른 뒤 미래 비전인 ‘SM 3.0’을 제시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1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매각 분위기 ‘가열’했다
SM C&C 매각설에 불이 붙은 건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면서 법적으로 SM C&C를 유지할 수 없게 된 탓도 크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를 통해 SM C&C의 특수관계자가 됐는데, 카카오의 SBS M&C 주식 10%와 SM C&C가 겹치면서 미디어렙 소유제한 규정을 위반하게 된 것이다. 미디어렙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특수관계자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이에 SM엔터 차원의 SM C&C 매각 움직임도 가열하는 양상이다. M&A 전문가 선임 등 본격적인 준비 과정에 돌입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3월 SM엔터는 정기 주주총회 직후 신규 이사회를 열고 장 CFO를 단독 대표로 선임했다. 장 대표는 M&A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로, SM 측 설명에 따르면 장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 PwC에서 13년간 근무하며 회계감사와 기업 인수, 매각 자문, 인수실사, 기업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사실상 SKT, SM엔터, 카카오 모두 SM C&C 매각에 힘을 보태는 격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