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 확장세에 지마켓, 연회비 인하·1,000억원 투자로 ‘저가 경쟁’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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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분위기 반전 나서나, "빅스마일데이에 1,000억원 투자할 것"
연회비 인하 등 전략까지 합세, C커머스 가격 경쟁력 따라잡는다
수수료 인하 출혈 멎기도 전에, '초저가'로 다시 한번 불붙은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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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마켓

신세계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이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이탈하는 고객들을 잡고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공세에 맞불을 놓겠단 것이다. 이를 위해 지마켓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신규 회원의 연회비를 대폭 인하하고 빅스마일데이 할인 행사에 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지마켓, 연회비 인하·할인 행사 나선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지마켓은 매출 1조1,967억원, 영업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이 334억원 줄었다. 이에 지마켓은 흑자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마켓은 내달 2일부터 6월 3일까지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의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연회비를 80% 이상 대폭 인하하는 이벤트를 개최한다. 신규 회원은 기존 3만원이었던 연회비를 84% 인하한 4,900원에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연회비의 3배에 달하는 스마일캐시 지급 △멤버십 1년 무료 연장 혜택 제공 △스마일카드 사용 시 추가 스마일캐시 4,900원 지급 등도 함께 진행한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5월 빅스마일데이에 고객 혜택 비용으로 약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빅스마일데이 행사 투입 비용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마켓은 우선 할인쿠폰과 카드 할인 등 가격 혜택으로 700억원 상당을 투입한다. 기존 빅스마일데이에 고객에게 제공한 할인비용에서 약 50% 늘린 650억가량을 상품 가격경쟁력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복 할인이 가능한 카드사 할인 규모도 역대 최대 규모인 5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해당 비용은 고객에게 최대 15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고가쿠폰을 비롯해 브랜드 중복 할인쿠폰, 카드사 즉시 할인 혜택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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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내세운 C커머스에 ‘잠식’ 시작된 국내 시장

이 같은 지마켓의 전방위적 혜택 강화는 초저가를 내세우며 시장 장악에 나선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시장은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업체에 잠식당하는 분위기다. 직접구매(직구) 플랫폼을 통해 중국산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 데다 C커머스 업체들이 파격적인 가격 혜택을 내세운 특가전으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다.

실제 알리는 지난달 18일부터 창립 14주년 기념 할인전인 ‘1,000억 페스타’를 진행 중이다. 1,000억 페스타는 매일 하루 두 차례 계란, 고구마, 오렌지 등 식품류와 생필품을 최저 1,000원에 판매하는 타임딜 행사다. 상품의 원가는 물론 배송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C커머스가 초저가 전략을 활용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694만 명과 636만 명가량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1번가와 지마켓을 뛰어넘은 수치다. C커머스를 이용하면 물건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지마켓의 할인 전략은 C커머스의 가격 경쟁력을 상대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C커머스 따라가는 국내 업계, 출혈경쟁 심화 양상

다만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C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을 따라가다가 출혈경쟁만 심화해 자멸할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실제 시장에선 국내 유통업계의 여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의 수수료 면제 혜택을 따라가면서 적잖은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앞서 알리는 한국 상품 판매 채널인 ‘K-베뉴’를 론칭하면서 모든 입점&판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판매 시스템 역시 한국에 맞게 수정하면서 진입 허들을 극도로 낮췄고, 약 1억 달러(약 1,382억원)의 소싱 센터를 설립해 해외 판로 확보를 지원하겠단 계획도 발표했다. 국내 셀러를 모집하기 위한 전략이다.

알리와 테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점령하면서 C커머스로 둥지를 옮긴 이들도 늘었다. 셀러가 빠져나갔단 건데, 이로 인해 국내 쇼핑몰 플랫폼들은 근간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도 서둘러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롯데온은 디지털 가전 3개 카테고리 판매 수수료를 9%에서 5%로 인하했고, 11번가는 조건에 부합하는 판매자에 상품 주문 금액 1,000만원 전까지 수수료 제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도 온라인 신규 입점 셀러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수수료 0%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티몬은 최대 60일간 판매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를 침식하던 수수료 경쟁이 초저가 경쟁에까지 잔불을 옮겨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출혈 경쟁이 더 심화할 수 있단 지적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