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구글의 AI 초파리, 단순하지 않은 초파리 움직임 완벽 재현
HHMI와 딥마인드, 초파리의 뇌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가상의 초파리를 설계 실제 초파리처럼 움직이는 가상 초파리, 높은 유연성과 싱크로율 자랑해 앞으로 유전자 변이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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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실험 생물 중 하나인 초파리는 생후 50일 정도로 짧은 생애 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초파리의 삶마저도 단순한 것은 아니다. 초파리는 복잡한 일과와 계획, 그리고 때때로 로맨스로 하루하루를 채우는데, 과학자들은 초파리의 작은 뇌가 어떻게 이러한 복잡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초파리의 20만 개 뉴런 사이의 연결을 보여주는 가상 지도인 ‘커넥톰'(뇌 회로도)을 개발해 연구 중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머리에 이어 가상의 몸도 만들었다. 미국 버지니아에 위치한 하워드휴즈 의학 연구소(HHMI)의 자넬리아 연구 캠퍼스와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은 초파리의 미묘한 습관과 움직임을 관찰하기 쉽도록 실제처럼 보이고 움직이는 가상의 초파리를 설계했다.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이 프로젝트에 관한 논문은 지난 3월 중순에 사전 인쇄 서버인 ‘bioRxiv’에 게시됐다.
이 가상 곤충은 “걷고, 날고, 심지어 몸단장까지 하는 파리의 실제 행동을 묘사한다”고 발달 생물학자 루스 레만(Ruth Lehmann)은 언급했다. “이러한 유형의 연구는 생물학에 대한 우리의 근본적인 이해의 한계를 시험한다”라며, “초파리 멜라노가스터만큼 분자부터 행동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의 전체 규모에 걸쳐 자세히 연구된 생물체는 거의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화이트헤드 생의학 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은 레만은 초파리 유전학과 신체 발달을 연구해 왔다.
작지만 복잡한 초파리 뇌, 무조코 시뮬레이션과 강화학습으로 이해 시도
수조 개의 연결로 이루어진 인간의 뇌나 인공 신경망과 비교하면 파리의 뇌는 아주 작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쉽다는 뜻이 아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HHMI의 신경과학자 스리니바스 투라가(Srinivas Turaga)는 “뇌의 신경세포 네트워크는 누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지,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신 가상 파리 프로젝트(아직 디지털 커넥톰을 통합하지 않은)는 행동, 즉 신체가 신경계 연결을 해석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투라가는 설명했다.
먼저 이 가상 곤충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들은 고해상도 현미경을 사용하여 실제 암컷 초파리의 팔다리, 날개, 관절 등 해부학적 구조를 스캔했다. 이러한 정밀한 측정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구글의 딥마인드 연구소 자회사에서 개발한 다중 관절 역학(Multi-Joint Dynamics with Contact)의 약자인 무조코(MuJoCo)라는 물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3차원 모델을 조립하고, 가상의 파리가 실제 파리처럼 움직이도록 시뮬레이션된 물체를 학습시켰다.
바로 여기에 인공지능, 더 구체적으로는 강화 학습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강화 학습을 통해 가상 초파리는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을 관찰하고, 해당 행동을 수행하고,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성능을 향상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가상 초파리가 해당 작업을 제대로 수행할 때까지 이 과정이 반복되는 식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를 훈련하는 데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100개 이상의 자유도를 가진 가상 파리, 실제 파리와 일치하는 움직임 보여줘
한편 초파리 AI에 관찰하고 학습할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투라가와 그의 동료들은 돌아다니는 초파리의 관절과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다음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이 움직임을 추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살아있는 파리의 주요 관절과 기타 신체 부위에 가상의 점을 배치하고, 실제 파리의 움직임을 촬영한 수 시간 분량의 동영상(비행 궤적만 272개 클립 포함)을 수집하여 AI는 다리를 돌리거나 날개를 펄럭이라는 연구원의 명시적인 지시 없이도 실제 초파리처럼 움직이는 방법을 학습한다. 또한 “초당 2센티미터로 똑바로 걸어”와 같은 명령을 입력하면 가상 초파리는 관절의 위치나 발을 땅에 얼마나 세게 밀어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냈다.
딥마인드의 AI가 실제 초파리처럼 몸을 비틀고 각 부위에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을 학습한 후엔 자유도가 100 이상을 기록했다. 각 자유도는 신체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자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로봇 공학에서 최첨단으로 간주한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컴퓨터과학·인공지능 연구소의 박사후 연구원 잭 패터슨(Zach Patterson)은 강조했다. 가상의 로봇을 포함한 대부분의 현실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 30~70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가상 파리의 걷는 속도, 걸음걸이, 몸의 방향, 비행 궤적, 날개 짓 패턴을 실제 파리와 비교한 결과, 가상 파리의 모든 움직임은 실제 동물의 움직임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비행을 요청하자 시뮬레이션된 파리는 실제 곤충과 똑같은 일련의 동작을 한 걸음 한 걸음 수행한 것이다.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모델링의 정확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라며, “그리고 이를 [연구] 커뮤니티에 유용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로 제공할 수 있다”고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인 매튜 보트비닉(Matthew Botvinick)은 소감을 밝혔다.
가상 초파리, 유전자 변이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도 도움이 될 전망
실제 초파리의 동영상을 ‘시청’함으로써 특정 행동을 모방하는 가상 초파리의 능력은 실제 곤충의 새로운 행동을 연구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나 뉴런이 켜지거나 꺼진 유전자 변이가 있는 초파리의 행동을 학습한 AI는 유전자가 활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더 구체적인 패턴 분석이 가능해지며 움직임과 관련된 특정 관절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이렇듯 사실적인 가상 환경과 그 안에서 물체가 움직이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유명한 딥마인드의 개발자들은 여러 실험동물의 상세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였던 쥐에 대한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초파리 AI 프로젝트의 성공에 힘입어 언젠가는 개, 타조, 제브라피시 등으로 가상 동물원을 확장할 계획이다.
동물에서 영감을 받아 소프트 로봇을 제작하는 패터슨은 HHMI와 딥마인드가 가상 모델에 추가한 새로운 기능 덕분에 무조코 시뮬레이터를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고 있다. 패터슨은 “실제 로봇에서 작업을 하는 데 이 시뮬레이터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기계가 공중을 날거나 물속을 헤엄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