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IDC 청사진 내놓은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자금 수혈·IDC 투자 ‘두 마리 토끼’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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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소유 파주 토지 매입한 LG유플러스, "최대 규모 IDC 지을 것"
부채 비율 279% LG디스플레이, "파주 토지 매입으로 유동성 확보 도운 셈"
경쟁력 높은 IDC 사업, 매출 성장률도 LG유플러스 18.2%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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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LCD 산업단지 내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가 경기도 파주시에 초대형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짓는다. 평촌메가센터를 뛰어넘는 국내 통신사 최대 규모로,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IDC 산업에 공격적 투자를 통해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일각에선 파주 IDC 건립이 적자를 이어가는 LG디스플레이에 자금 수혈을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IDC 분야의 높은 성장성이 이미 경영 실적으로 증명된 만큼 시장에선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 파주메가센터 설립한다

지난달 30일 LG유플러스는 이사회를 열고 LG디스플레이가 소유한 경기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 토지·건물을 1,053억원에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매매 일자는 오는 5월 14일이다. 해당 부지엔 초대형 IDC 파주메가센터(가칭)를 설립할 예정이다. 부지 면적은 7만3,712㎡(2만2,298평)로, 건설이 완료되면 평촌메가센터를 뛰어넘는 회사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입 결정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최근 늘고 있는 IDC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서버 안정성 및 보안 강화를 위해 데이터를 중복해서 저장하는 ‘서버 이중화’ 방식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난 점도 신규 센터 설립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주 IDC는 LG유플러스의 전국 14번째 IDC이자 수도권 내 8번째 IDC”라며 “파주 IDC가 건립되면 하이퍼스케일 상업용 IDC를 국내 최초로 3개 보유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 남부에 이어 경기 북부에도 하이퍼스케일 IDC를 확보함으로써 기업 디지털 전환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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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적자’인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가 자금 공급원?

그러나 업계에선 “파주 IDC는 LG디스플레이에 자금을 대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LG디스플레이에 효용이 없는 부동산을 사들여 유동성 제고를 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 최근 LG디스플레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조2,530억원, 영업손실은 4,694억원이다. 전기 대비 매출은 2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엔 불확실성이 확산하자 3조원 규모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 투자 기한을 2028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환경에 취약한 상황이란 방증이다.

재무 상태도 좋지 않다. 순차입금은 13조7,900억원으로 지난해부터 1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부채 비율은 279%로 작년 연말(308%) 대비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248%)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나마 지난 3월엔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하면서 1조3,000억원가량을 확보했으나 시장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실질적인 재무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경쟁력 강화 및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8세대 라인 투자에 돌입한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6세대 라인으로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다소 뒤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는 국면에 재무 개선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다. LG유플러스의 IDC 확대 행보에 업계가 LG디스플레이를 거듭 겹쳐 보는 이유다.

IDC 사업 경쟁력↑, “매출 성장세 가장 높아”

다만 일각에선 “IDC의 사업 경쟁력이 최근 들어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LG유플러스가 언급한 ‘IDC 수요 대응’ 목적에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지난해 공개한 경영 실적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IDC였다.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3분기 IDC 매출이 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성장했고, KT는 1,938억원으로 전년 대비 34.54%, LG유플러스는 8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 매출이 늘었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 매출 성장률이 SK텔레콤 1.1%, KT 1.6%, LG유플러스 2.7%로 연간 1~2%대에 머물러 있음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수치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LG유플러스는 파주 IDC를 기점으로 IDC 경쟁력을 본격 제고할 방침이다. IDC를 기업 인프라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장 이후 세계적으로 AI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할 IDC를 찾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며 “2000년대 초반 IDC 사업을 시작해 이미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충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LG유플러스의 파주 토지 매입은 IDC 신규 부지가 필요했던 LG유플러스와 자금이 필요했던 LG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