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마련” 반복하는 산업부, 전기차 충전 방해 단속 ‘지지부진’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 4개월째 지지부진, 왜?
단속 법적 근거 마련도 '아직', 전기차주 불편 언제까지 이어지나
스마트 단속 시스템 임의 도입한 서울 중구, "긍정적이긴 하지만"
정부가 올해 1월 전기차 충전소 내에서 충전 없이 주차만 하는 전기차 등을 단속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까지 해당 내용이 담긴 단속 가능 시기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충전 방해 논란에 직접 ‘단속’ 시사한 정부
현행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1조의2’에 따르면 전기차가 급속충전소에 1시간 이상 머물게 되거나 완속충전소에 14시간 이상 머물면 당사자가 기초지자체에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기차 충전 없이 충전소에 1시간 이내 머무는 전기차에 대해 다수 기초지자체들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행위가 전기차 소유주들의 충전 권리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짐에도 정책상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내놓은 게 친환경 모빌리티 규제혁신방안이다. 해당 안에는 “충전행위 없이 충전 구역 점유 시 방해행위로 단속”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이는 전기차라도 충전소 내 충전을 진행하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충전 가능 시간을 완속 기준 최대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포괄적인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 기준도 추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기차를 둘러싼 각종 정책적 논란을 해소해 효용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법적 근거만 찾는 산업부, 우려 목소리↑
문제는 산업부가 규제혁신안에 따른 단속 가능 시기를 여전히 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가능한 한 빨리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목표”라며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렇다 보니 전기차주 커뮤니티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사실상 전기차가 처음 도입된 시기부터 꾸준히 논란으로 불거져 온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아직 단속에 대한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실망감을 내비친 것이다.
일각에선 지난 2022년 정부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이하 친환경차법)을 개정 시행한 때와 같은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충전시설과 친환경차 주차 공간 확보를 의무화했다. 신축의 경우 총 주차대수의 5% 이상, 기존 건물의 경우 2% 이상 확보를 기준으로 뒀으며, 전기차 충전방해 행위를 제재하는 조항도 명시했다. 전기차 충전 자리에 내연기관 차량을 주차하거나 물건을 쌓아두면 과태료 10만원, 고의로 충전시설을 훼손하거나 충전 구역 표지선 및 문자를 훼손하면 과태료 20만원 등이다. 법은 충전방해 행위 단속을 시장·군수·구청장이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넓혀 효과적인 단속이 이뤄지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군·구에 재량권을 주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과태료를 곧바로 부과하는 곳과 유예하는 곳이 특별한 기준도 없이 난립한 것이다. 당해 기준 서울시에 속한 총 25개구 중 충전방해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곳은 모두 8개구였으며, 나머지 17개구를 단속 유예 중인 데다 유예기간 종료 시점도 일정하지 않았다. 전기차주 입장에선 멀쩡한 법이 유명무실해진 셈이고, 내연기관차주 입장에선 법이 시행 중인 줄도 모르고 과태료만 부과받은 셈이다.
임의 단속 나선 중구, “단속 난립 문제 재연될 수도”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는 전기차 충전소에 불법 주차한 내연기관차를 단속하기 위해 임의로 충전소 두 곳에 스마트 단속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단속 시스템은 차량 진입이 감지되면 서버로 충전소 주변의 영상을 전송하며, 충전은 하지 않은 채 주차만 하는 경우엔 경광등과 방송으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중구는 앞으로 단속 시스템이 설치된 충전소에서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로 적발된 차량에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커뮤니티에선 각종 민원에 직접 단속 시스템 마련에 나선 중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가 많지만, 일각에선 상술한 재량권 난립 문제가 다시 전기차주를 옥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지역에서 큰 문제 없이 주차하던 내연기관차주 입장에선 중구만의 시스템이 주차 공간 탈취로 여겨져 전기차추와 내연기관차주 간 갈등이 가중할 수 있단 의견이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지역 차원의 일부 단속 정도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정책적 결함이 전기차 수요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단 평가가 나오는 만큼 정부 차원의 보다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