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테슬라 슈퍼차저팀 해고 후 “속도 늦출 것” 업계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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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충전망 담당 인력 대부분 정리 해고
머스크 "전기차 충전소 완만한 속도로 추진할 것"
글로벌 완성차 업계 보급 차질, 전기차기업 ‘겹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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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 설치된 테슬라 슈퍼차저/사진=테슬라 코리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충전망 담당 인력을 대부분 해고하고 충전소 확장 속도를 늦추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기차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북미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대다수 업체가 테슬라의 충전기 연결 방식인 ‘NACS’를 채택한 데다 테슬라 충전소 ‘슈퍼차저’를 함께 활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슈퍼차저 팀 인력 500여 명 해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테슬라의 슈퍼차저 인프라 담당 책임자인 레베카 티누치와 그의 밑에서 일해 온 약 500명의 슈퍼차저 팀 인력의 거의 전부를 해고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전날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관련 입장을 전했다. 그는 “테슬라는 여전히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할 계획”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위치에 대해서는 더 완만한 속도(slower pace)로 추진하고, 기존 위치의 100% 활용과 확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공중분해로 테슬라의 향후 슈퍼차저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머스크는 내부 메모에서 현재 건설 중인 급속충전소는 완공을 목표로 하되 계획 단계의 급속충전소는 일부만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 밝혔다. 그동안 테슬라는 2012년부터 전 세계에 5만여 대의 슈퍼차저를 설치하며 전기차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 왔는데 이번 구조조정으로 인해 인프라 확충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대규모 감원은 테슬라의 연속된 구조조정 중 하나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초 “간결하고 혁신적이며 배고픈 회사”가 돼야 한다며 전체 직원의 10% 규모에 해당하는 1만4,000여 명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이번 조치를 통해 인력과 비용 절감에 대해 절대적으로 강경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기 바란다”며 “일부 경영진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우수성, 필요성, 신뢰성 테스트를 명백하게 통과하지 못한 사람을 3명 이상 고용하는 관리자는 사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전기차 기업에 큰 타격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감원이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슈퍼차저팀 감원은 바이든 정부의 재선 캠페인 와중에 그의 전기차 정책 추진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확대를 위해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NEVI(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에도 75억 달러(약 10조4,175억원)를 배정해 업계를 지원해 왔다.

이어 블룸버그는 “테슬라의 충전기를 활용하려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잠재적으로 손상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실제로 전기차를 제조 업체들은 충전기 연결 방식을 두고 기존의 미국 표준인 CCS 규격과 이미 미국 전체 충전망의 60%가량을 점유한 테슬라의 NACS 규격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테슬라의 NACS 방식을 함께 채택하기로 했다. 가장 큰 업체인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자사의 차량에 NACS 규격을 탑재했을 뿐만 아니라 슈퍼차저도 함께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다 보니 업계 관계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GM은 전날 성명에서 “테슬라 슈퍼차저 팀의 변화와 그 잠재적 영향에 대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새로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슈퍼차저 네트워크의 공급업체인 불렛EV 차징설루션의 공동 CEO인 안드레스 핀터도 전날 “슈퍼차저 네트워크의 계약자로서 우리 팀은 (테슬라 충전망 담당 인력 해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테슬라는 이미 연방 정부의 NEVI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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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월 한파 당시 ‘테슬라 무덤’ 만들었던 슈퍼차저

테슬라의 슈퍼차저 팀 공중분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제는 경쟁업체들과 차별화하는 요소가 아닌 충전망 사업에 중점을 두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에스컬렌트의 부사장 KC 보이스는 “업계가 이미 NACS를 채택한 지금, 머스크는 슈퍼차징 부문을 전략적인 해자(경쟁업체들과 크게 차별화한 요소)라기보다는 비용 센터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슈퍼차저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속도 조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한파가 닥친 미국 시카고 지역에서는 자동차를 연결해도 충전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슈퍼차저 부근이 ‘자동차 무덤’으로 변한 바 있다. 당시 한 테슬라 소유주는 차량 충전을 시작해도 “여전히 0%”라며 “결국 충전이 안 되는 차를 버리고 친구 차를 타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작동 가능한 충전소를 찾기 위해 견인 트럭을 부르는 일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하의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추운 날씨에 장기간 노출되면 배터리 성능도 저하된다고 부연했다. 노르웨이 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영하 2도가 되면 영상 23도일 때보다 18.5% 짧아진다. 이에 테슬라는 슈퍼차저 네트워크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올 초부터 V4 슈퍼차저 디스펜서 설치와 연장 케이블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