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소비에 맥 못추는 테슬라, 中 수요 부진 만회 위해 ‘소방관’ 급파
테슬라 2인자, 텍사스 본사에서 중국으로 다시 파견
애국소비 열풍에 따른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대응 차원
테슬라 'FSD'로 중국 시장 반전 기대, 업계는 '글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판매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방관’을 중국에 급파할 예정이다. 지난달 머스크는 중국 깜짝 방문 당시에도 그를 대동했는데 몇 주 만에 다시 중국으로 파견한 것이다. 애국소비로 인한 중국 내 부진으로 지난달 출하량마저 고꾸라진 가운데, 머스크의 소방관 카드가 반전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2인자 중국에 급파견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 CEO가 테슬라 2인자인 톰 주(Tom Zhu) 테슬라 수석부사장을 중국에 급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주 부사장은 머스크 CEO, 바이바브 타네자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테슬라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린 최고 임원 3인방 중 한 명으로, 한때 머스크 CEO의 일부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머스크 CEO의 중국 깜짝 방문 시에도 동행하며 리창 총리 등 중국 고위 당국자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주 부사장은 2014년 4월 테슬라에 입사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설과 운영을 이끄는 등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2022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하이가 봉쇄됐을 당시에는 직원, 협력업체와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업 정상화를 이끌었다. 또 사이버트럭 등 주요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생산 차질을 겪던 미국 캘리포니아 오스틴과 프리몬트 공장에 해결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2023년 자동차 부문 수석부사장에 오른 주 부사장은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 테슬라 내에서 ‘소방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중국 ‘애국소비’ 벽에 점유율 뚝뚝
머스크 CEO가 소방관 주 부사장을 중국으로 급파한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 입지가 갈수록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테슬라의 올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 달러(약 29조54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떨어졌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221억5,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11억2,900만 달러(약 1조5,400억원)로 지난해보다 55%나 빠졌다. 특히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46억 달러(약 6조 2,800억원)로 2022년 4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국 내 전기차 출하량도 대폭 감소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의 4월 중국 판매량은 6만2,1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31만2,048대를 팔아 48.97% 성장한 것과 상반된다. 4월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차량의 인도 대수도 전월 대비 30.2% 쪼그라들었다. 중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80만 대에 달했지만,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감소한 것이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배경에는 중국인들의 애국소비(궈차오·國潮) 열풍이 있다. 실제 궈차오 브랜드들은 애국소비 열풍이 불 때마다 약진을 거듭했다. 지난 2021년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미국 기업이 중국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 논란이 불거진 신장 지역의 면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소비자들이 리닝과 안타 등 토종 스포츠 브랜드로 대거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애플도 애국소비를 등에 업은 현지 기업들에 밀려 중국 시장에서 왕좌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이폰의 중국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하면서 3위로 추락했다. 중국 춘절 연휴에 아이폰15 시리즈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이 이례적인 15% 할인 행사까지 했음에도 중국 브랜드 공세에 밀려난 것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도 애국소비 열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던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자리는 중국 뷰티 브랜드 △보차이야 △펑화 △프로야 △위메이징 등이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선전 중이다. 한때 K뷰티 제품들이 상위권을 휩쓸던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도 더 이상 한국 브랜드에 있어 대목이 아니다. 알리바바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광군제의 중국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프로야가 20억5,100만 위안(약 3,870억원)의 누적 매출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매출 상위 10위권에 든 로레알, 랑콤,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 매출을 크게 앞선 수치다. 반면 LG생활건강의 ‘후’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완전자율주행(FSD) 사업 청신호, 관건은 ‘데이터 해외 전송’ 승인
한편 테슬라는 FSD 사업이 중국 내 부진을 타개할 반전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안전 검사에서 외자기업 최초로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데이터 처리 4항 안전 요구 검사 상황 통지(제1차)’에서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차종(모델3·모델Y)이 모두 검사를 통과했다. 그간 FSD 중국 출시에 걸림돌이었던 핵심 규제 중 하나를 통과한 것이다.
다만 관건은 테슬라가 중국 정부로부터 데이터 해외 전송에 대한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테슬라를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차량은 중국 군사 시설, 정부 기관, 국영 기업에 진입하는 것이 금지되며 공항, 기차역, 경찰서 내 공공 주차창 진입 등은 더욱 엄격히 제한된다. 테슬라로서는 14억 명의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FSD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열쇠인 셈이다.
FSD 사업을 두고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테슬라엔 악재다. 가장 큰 잠재적 경쟁사로는 미중 갈등으로 수년간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화웨이가 꼽힌다. 화웨이의 ADS 2.0은 매일 1,000만㎞ 이상의 가상 주행을 통해 딥러닝을 수행한다. 도로에서도 자율주행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변 상황을 실시간 감지하며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특히 화웨이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화웨이의 ADS 2.0 가격은 3만6,000위안(약 679만원)으로, 테슬라 FSD(6만4,000위안)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테슬라의 FSD 하위 버전으로 불리는 ‘오토파일럿’이 미국에서 적지 않은 사상자를 낸 점도 장애 요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미국의 안전 규제 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12월 이후 발생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의 20건 충돌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한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슬라는 내년 오토파일럿과 관련한 교통사고 관련 재판을 8건 이상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