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쇼크 기록한 쿠팡, 공격적인 투자로 입지 강화 노린다
쿠팡, 파페치 부진·C커머스 약진 등으로 실적 둔화
C커머스 공세에 맞서 '국내산 제품' 라인업 강화 예정
와우 멤버십 혜택 강화, 물류센터 확보 등 공격적 투자 박차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 주자 쿠팡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의 실적 부진 및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국내 영향력 확대 등 악재가 누적된 결과다. 쿠팡은 추후 공격적인 투자와 국산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 1분기 영업이익 61% 급감
8일 쿠팡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억677만 달러) 대비 61% 급감한 4,000만 달러(약 549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3분기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1분기 9,085만 달러(약 1,160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2,400만 달러(약 3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이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원인으로는 지난해 인수한 영국-포르투갈 온라인 명품 패션 리테일 플랫폼 파페치의 실적 부진이 지목된다. 쿠팡에 따르면 파페치 실적이 반영된 성장 사업 분야의 1분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470억원 적자였다. 이 중 파페치가 기록한 손실은 약 16.64%(411억원) 수준이다. 기존 쿠팡 서비스와 파페치 서비스의 시너지 부족, 명품업계의 판도 변화 등이 실적 전반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의 적극적인 한국 사업 확대 역시 쿠팡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입 장벽이 낮고,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히며 현 시장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C커머스 ‘불신’ 역이용하는 쿠팡
실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신규 회원 가입 이벤트를 강화하고, 초저가 ‘직구 아이템’을 내세우며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한국 제조사 전용 코너인 ‘K베뉴’ 입점 수수료 면제 혜택을 통해 국내 판매자들을 적극 유치, 본격적으로 ‘현지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쿠팡은 이들 C커머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제품의 구매 및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에서 올해 2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C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역이용,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시장 곳곳에서는 C커머스의 주력 상품인 중국산 공산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인천본부세관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판매하는 초저가 액세서리 제품 404점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총 96점(24%)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드뮴, 납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 역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완구·학용품 제품 31점 중 8점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안전성 논란 속 알리 한국 이용자 수는 지난 3월 887만1,000여 명에서 지난달 858만9,000여 명으로 28만2,000명(3.2%)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테무의 이용자도 약 829만6,000명에서 823만8,000여 명으로 5만7,000명(0.7%)가량 줄었다.
적극적인 투자 확대 전략
C커머스의 ‘질주’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린 가운데,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예정이다. 우선 무료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서비스 등이 포함된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를 전년 대비 1조원 늘린다. 최근 와우 멤버십 요금이 월 7,890원으로 58.1%(기존 요금 4,990원) 인상된 가운데 높아진 가격에 응당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의 발길을 묶어 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쿠팡은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로켓배송·로켓직구 무제한 무료배송 △와우 전용 할인가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 생태계 전반에 걸친 멤버십 혜택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멤버십을 통해 올린 수익을 또다시 멤버십 혜택에 투자하며 고객을 ‘쿠팡 울타리’에 몰아넣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번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 확대 역시 이 같은 재투자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이에 더해 쿠팡은 물류 시설 확충을 통해 전국 무료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총 3조원 이상을 투입해 경북 김천, 광주 등에 신규 물류센터 8곳을 구축하고, 2027년에는 전국민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