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제4호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 대형 금융사가 판도 뒤집을까
우리은행, 시중은행 최초로 인터넷은행 인가 경쟁 참여
신한은행·현대해상 등도 컨소시엄 참여 본격화
"금융사 끌어안아야 살아남는다" 인가 요건 강화 조짐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신청을 앞두고 금융권 내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인가 경쟁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출사표를 던진 컨소시엄들이 줄줄이 대형 금융사와 손을 잡으며 자본금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우리은행까지 본격 참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신청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도전장을 내민 곳은 △더존뱅크컨소시엄(더존비즈온-신한은행) △유뱅크컨소시엄(렌딧-현대해상) △KCD컨소시엄(한국신용데이터-우리은행) △소소뱅크컨소시엄(전국소상공인연합회) 등이다. 신한은행, 현대해상, 우리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줄줄이 경쟁에 뛰어들며 금융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특히 업계는 우리은행이 KCD컨소시엄에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공식 투자의향서를 전달한 최초 사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측은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지원하는 금융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기대하고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합류하는 KCD컨소시엄은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은행을 모델로 삼는다.
실제 컨소시엄을 이끄는 KCD는 소상공인 대상 금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다. 전국 140만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경영 관리 애플리케이션 ‘캐시노트’를 운영 중이며, 국내 최초의 전업 개인 사업자 신용평가사인 한국평가정보(KCS)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KCS는 개인 사업자의 영업 정보를 바탕으로 다수의 금융기관에 신용평가 모형을 제공하고 있다.
줄줄이 출사표 던지는 ‘대형 금융사’
이외 경쟁 주자들도 대형 금융사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더존뱅크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더존뱅크컨소시엄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 더존비즈온을 주축으로 구성됐으며, 추후 기업 데이터 기반의 혁신 금융을 선보여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 계획이다.
유뱅크컨소시엄의 경우 현대해상·렌딧·트래블월렛·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루닛 등 5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차후 고령층·외국인·소상공인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드는 게 목표다. 유뱅크컨소시엄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소액 해외송금업 등 서로 사업 분야가 다른 기업들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포용 금융을 실현할 방침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렌딧이 중금리 대출을 위해 직접 신용평가모델을 개발, 운용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소소뱅크컨소시엄은 지역 소상공인연합회를 주축으로 지난해 말부터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준비해 왔으며, 조만간 11개 정보통신기술(ICT)·핀테크 기업 등이 컨소시엄에 합류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업에 대한 노하우, 자본력 등을 갖추려면 여타 컨소시엄과 같이 금융사의 추가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익성·건전성이 최대 관건
한편 시장에서는 대형 금융사를 품에 안은 컨소시엄이 인가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관련 시장 ‘선두 주자’인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고금리 장기화, 경기 부진 여파로 건전성이 꾸준히 악화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은행의 연체율은 △카카오뱅크 0.49% △케이뱅크 0.96% △토스뱅크 1.32% 수준이었다.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1,679억원으로 전년 동기(1,249억원) 대비 34.4% 급증했다.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도 1,191억원으로 같은 기간 16.4% 늘었고, 토스뱅크의 고정이하여신 역시 1,5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0억원) 대비 3.3배 확대됐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한 부실채권(NPL)을 일컫는 용어다.
기존 인터넷은행이 줄줄이 건전성 위기에 빠진 가운데, 금융당국은 제4호 인터넷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가 요건 강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수익성 기존 인가 요건인 △자본금 △자금 조달 방안 △주주구성 계획 △사업 계획 외에도 중금리대출 계획, 신용평가모델 등을 추가 인가 요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제4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형 금융사’들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대형 금융사와 손을 잡고 충분한 금융 거래 경험·자본을 확보한 컨소시엄이 승기를 쟁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