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엔진 출시한 구글, ‘제미나이 생태계’ 확장 본격화
'제미나이 1.5 프로' 탑재한 AI 검색 엔진 선보여
차세대 멀티모달 모델 '프로젝트 아스트라' 공개
동영상 생성 기능 '비오', '에스크포토스' 등 시연
구글이 검색 기능을 포함한 구글 서비스 전반에 자사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미나이(Gemini)’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 엔진을 선보인 지 25년 만에 가장 큰 변화다. 구글은 이와 함께 챗봇과 동영상 생성 기능에도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등 생성형 AI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메일·캘린더·포토 등 서비스 연동한 ‘AI 비서’
14일(현지시각)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I/O)를 열고 자사의 생성형 AI ‘제미나이 1.5 프로’를 탑재한 구글 검색 엔진을 공개했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 1.5 프로’는 약 100만 개의 토큰(AI의 정보 처리 단위)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날 공개한 검색 엔진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검색 엔진 ‘빙(Bing)’과 같이 대화형 질문은 물론, 검색 결과 요약, 연관 검색어 제안 등의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한다.
기조연설에 나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검색, 포토, 워크스페이스, 안드로이드 등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구글 서비스 전반에 제미나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제미나이와 지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내 문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내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AI 비서’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구글은 멀티모달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도 공개했다. ‘멀티모달 모델’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고려해 명령을 처리하는 AI 모델로 구글이 차세대 AI 비전으로 강조하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일환으로 제미나이 1.5 프로 기반한 음성 챗봇 ‘제미나이 라이브’를 선보였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음성 패턴을 분석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사용자가 주변 사물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춰주면 이를 분석해 해당 사물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AI 기반 사진 검색 기능 ‘에스크 포토스(Ask photos)’, 동영상 생성 기능 ‘비오(Veo)’도 공개했다. 올여름 ‘구글 포토’에 탑재될 예정인 에스크 포토스는 사진 검색 기능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적합한 사진을 찾아낼 수 있다. 이날 피차이 CEO는 해당 기능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비오는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약 1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영화의 스타일을 학습하고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있어 사용자가 ‘폭발’, ‘줌’ 등의 명령어만 입력해도 자연스러운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
MS·퍼플렉시티 등 AI 검색 경쟁에 흔들리는 구글
구글이 AI 검색 기능을 강화한 것은 오픈AI의 챗GPT로부터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이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검색’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90.91%로 2018년 8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MS의 검색엔진 ‘빙’의 점유율은 3.64%로 0.46%p 상승했고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점유율은 0.15%에서 0.31%로 상승했다.
구글 점유율은 여전히 90%대로 압도적이지만 오픈AI, MS 등 주요 빅테크들이 AI와 검색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며 구글 바짝 뒤쫒고 있다. MS는 지난해 1월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3조6,200억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MS는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의 기술을 도입해 개발한 ‘빙 검색’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오픈AI가 직접 AI 기술을 결합한 검색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설립된 미국의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AI’도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다. 퍼플렉시티AI는 사용자의 요청에 맞은 일정을 짜주거나 검색 결과를 조합해 요약해 주고 추가 질문에도 정확하게 답해 주는 맞춤형 AI 서비스를 개발해 인지도를 얻고 있다. 퍼플렉시티AI의 검색 시스템은 현재 실리콘밸리의 많은 CEO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1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으로부터 7,360만 달러(약 1,00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4월에는 6,270만 달러(약 853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의 韓 공략 가속화, AI 챗봇 ‘바드’ 한국어 서비스
이런 가운데 국내 검색 엔진 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웹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4월 국내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 1위는 네이버(56.18%)로 집계됐다. 구글은 35.75%로 2위를 기록했고 3위인 카카오 다음의 점유율은 3.72%에 그쳤다.
1년 새 네이버 검색엔진 점유율은 60% 밑으로 내려온 반면 구글 점유율은 30% 선을 넘어섰다. 5년 전인 2018년 말과 비교해도 구글 검색엔진 점유율은 23.64%에서 30% 위로 7%포인트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네이버 검색엔진 점유율은 67.64%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한국 PC와 스마트폰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의 ‘크롬’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크롬 기본 검색엔진인 구글의 점유율 상승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매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10월 기준 한국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 점유율은 54.1%에 이른다.
실제 구글은 최근 한국 검색 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구글은 AI 챗봇 ‘바드’를 공개하면서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를 추가했다. 당시 피차이 CEO는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기술 채택에 있어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지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치랩스’와 ‘생성형 AI 기반 검색 서비스(SGE) 검색’ 이용 국가에 한국을 포함해 120개 국가로 확대하고 지원 언어에도 한국어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