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 흥행만 믿는다” 시프트업, 3조원 몸값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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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동 거는 시프트업, 높은 몸값에 고평가 논란
'7억 달러 매출' 니케 흥행 따라 눈높이 높였나
비교 기업 말라붙은 게임업계, 상장 흥행 여부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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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시프트업

기업공개(IPO) 일정을 앞둔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다. 해외 매출 비중을 근거 삼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을 비교 기업으로 선정,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를 적용하면서다. 시프트업 측은 주요 수익원인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등의 매출이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은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몸값 3조’ 고평가 논란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공모 주식 수는 725만 주로 100% 신주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4만7,000원~6만원, 공모 예정 금액은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4,350억원 수준이다. 몸값은 2조7,272억원에서 3조4,815억원에 달한다.

시프트업의 몸값이 뛰어오른 것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을 비교 기업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은 비교 기업으로 자산규모가 조(兆) 단위인 일본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싸이게임즈, 카도카와를 선정했다. 이들 비교 기업 자산 평균은 3조7,093억원으로 시프트업의 16배에 육박한다. 시프트업은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인 39.25배를 적용해 몸값을 산정했다.

시프트업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기에 국내 지역의 회사만으로는 적절한 비교기업 선정에 한계가 있다”며 “니케 및 스텔라 블레이드를 주요 수익원으로 보유한 시프트업과 비교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2023년 기준 글로벌 톱 10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혹은 톱 20 콘솔 게임 개발 이력이 있는 기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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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니케’의 캐릭터 일러스트/사진=시프트업

‘니케’에 올인하는 시프트업

실제 시프트업 실적을 견인하는 니케의 매출 대부분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니케의 iOS 및 안드로이드 국가별 누적 매출 비중은 일본 57.6%, 미국 15.3%, 한국 13.7%, 기타 국가가 1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프트업이 주요 수익원의 수요층에 발맞춰 비교 기업을 선정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이유다.

니케는 2022년 11월 출시 이후 1년여 만에 7억 달러(약 9,6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시프트업의 실적 성장세 전반을 견인한 ‘효자 상품’이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무려 155%, 508% 급증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65.9%로 국내 상장 게임사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율을 자랑하는 크래프톤(40%)을 대폭 웃돌았다. 당기순손익 역시 재작년 71억원 순손실에서 1,067억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매출 대부분이 니케 단일 게임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추후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니케의 뒤를 이을 흥행작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말 데모 버전이 공개된 콘솔 신작 ‘스텔라블레이드’의 흥행 여부가 차후 시프트업의 기업가치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평도 흘러나온다.

“네가 성공하면 우리도”, 꿈틀대는 게임업계

시프트업이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는 시프트업의 IPO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 IPO 시장 내 게임사의 흥행 사례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이 앞장서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경우,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여타 게임사들도 시프트업을 비교군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이번 상장 건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 개발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2022년 비교군이 없는 상태에서 IPO를 추진,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결국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당시 연기 이유에 대해 라이온하트 측은 “현재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프트업의 상장은 올해 내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시프트업 기업가치 상승세를 이끈 니케의 매출이 서서히 하향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글로벌 버전 출시 이후 거둔 ‘7억 달러’ 매출 기록이 마지막 고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종사자는 “국내 IPO 시장은 전년도 매출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해 니케가 ‘대박’을 치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만큼 사실상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올해가 (시프트업이) 상장하기에 가장 유리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