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큐라클·HLB 폭락에 흔들리는 국장, 허위 정보 유포에 금융당국 책임론도
수출 물질 반환에 주가 폭락한 큐라클, HLB도 FDA 승인 실패 악재
성과 부풀리기 등 '꼼수'에 얼룩진 바이오주, "투심 위축 당연한 수순"
시장선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재 회피 및 관리 부실 원죄 드러난 꼴"
투자자들 사이 코스닥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업체 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하지 못한 데 이어 큐라클까지 수출 물질 반환 통보를 받으면서다. 특히 두 업체 모두 성과 부풀리기와 허위 공시 등 논란에 휩싸인 이력이 있는 데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제대로 된 사후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탓에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HLB 사태가 장기화할 시 코스닥 시장 전반에 패닉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의 보다 확실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속속 드러나는 바이오주 ‘꼼수’, 큐라클도 ‘성과 뻥튀기’
최근 국장이 흔들리고 있다. 바이오 기업들의 허위·과장 정보 유통, 공시 지연 등 각종 꼼수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큐라클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큐라클은 지난 24일 전장 대비 7.85%(560원) 하락한 6,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22일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하기도 했다. 3년 전 유럽 안과 치료제 전문 제약사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했던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CU06)을 떼아 측이 반환하기로 한 사실을 21일 공시한 영향이다.
당초 큐라클은 지난 2021년 10월 27일 기술이전 사실을 전하면서 유럽 1위 안과 전문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그 규모가 2조3,000억원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문제는 당시 회사가 낸 공시에 적힌 기술수출 규모는 선급금(계약금) 600만 달러(약 81억원)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1억5,750만 달러(약 2,150억원)가 전부였단 점이다. 나머지 2조원은 제품 출시 후 판매액에 대한 로열티(순매출액의 8%)까지 고려한 금액이었다는 게 큐라클 측의 설명이지만,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은 후보 물질을 수출하면서 마일스톤에 로열티까지 성과로 포함하는 건 노골적인 ‘성과 뻥튀기’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주가 폭락한 HLB, ‘성과 부풀리기’ 원죄도 고개
HLB도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다. 지난 17일 미 FDA 신약 승인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다. 당초 HLB는 자체 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사용하는 임상을 진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미 FDA 승인을 받을 수만 있다면 기업가치 제고는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FDA가 승인 대신 보완을 요구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신약 승인 불발 직전인 16일 종가 기준 9만5,800원이던 HLB는 17일 6만7,100원까지 하락했고, 24일엔 5만700원에 장을 마쳤다. 27일 마감 시 5만6,200원으로 다소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승인 불발 이전까지 회복하는 건 아직 요원하단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에 진양곤 HLB 회장은 “이른 시일 내 문제점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겠단 취지지만, 막상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선 “제발 성과로 증명하라”는 식의 글이 다수 눈에 띈다. 이처럼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소적인 건 HLB가 과거 섣부른 낙관론과 자의적 해석으로 금융당국·검찰 조사까지 받은 전례가 있어서다.
HLB는 지난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FDA 승인 신청이 힘들 것 같다고 언급했다가 불과 3개월 후인 9월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깜짝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HLB가 실패에 가까운 임상 결과를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고 판단,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긴 했으나, HLB의 성과 부풀리기 의혹은 투자자들 사이 여전히 응어리로 남아 있단 평가를 받는다.
바이오주 투심 위축에 ‘금융당국 책임론’ 대두되기도
큐라클·HLB가 연달아 주가 급락 사태를 겪자 최근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마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양상이다. 실제 HLB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국내 대표 제약 바이오 73종목을 담고 있는 ‘KRX300 헬스케어’ 지수는 9.2%(3,017.54→2,740.71) 떨어졌다. HLB그룹주의 비중이 큰 코스닥 시장에선 ‘제약'(9,564.54→8,373.17)과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3,770.84→3,338.08)가 각각 -12.4%, -11.5%로 모두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오주에 대한 신뢰도 하락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유독 바이오주만 투자 과정에서 리스크가 크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HLB 쇼크가 이어질 경우 바이오 업종뿐 아니라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패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우량주이자 바이오 대장주로 불렸던 HLB가 신약 개발에 실패한 만큼 동종 업계에 불확실성 리스크를 안겨주는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도 덩달아 도마에 오른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파급이 커졌단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 측은 나름대로 노력을 다했단 입장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바이오주의 허위사실 유포 및 주가 띄우기 사례를 확인하고 계도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모니터링에 착수한 바 있다. 2018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력해 신약 개발 관련 허위·과장 정보의 유통을 막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제대로 된 사후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실제로 2019년 당시 금융당국은 바이오주의 주가 띄우기 사례를 모니터링하겠다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제재 계획은 언급하지 않고 투자 ‘주의령’을 발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기업 펩트론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음에도 반년 넘게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펩트론은 2022년 12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뇨병 치료제 PT403에 대해 제형 확정과 실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2020년 11월 글로벌(PCT)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고 명시했으나, 실제론 2020년 11월 당시 출원한 특허는 취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펩트론은 잘못된 내용을 기재한 점을 인정했으나 정정 자료 배포 등 시정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고, 금융당국도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업계에서 ‘관리 부실’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