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 공격’에 시름 앓는 e커머스 업계, 정책적 대안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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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제재 기준 강화한 네이버, "플랫폼 신뢰 유지 위한 강력 제재"
플랫폼 경향성 '역이용'한 공격 횡행, 경쟁사에 의도적 어뷰징 작업
어뷰징 피해 시 회복 어려운 탓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모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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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커머스 업계가 어뷰징 공격으로 인해 시름을 앓고 있다. 경쟁사 쇼핑몰에 의도적으로 어뷰징 작업을 진행해 플랫폼 제재나 과도한 광고비 지출 등을 유도하는 경우가 잦아진 데 따른 것이다.

어뷰징 제재 강화하는 플랫폼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쟁사의 어뷰징 공격으로 피해를 보는 판매자들이 늘고 있다. 어뷰징이란 상품이나 쇼핑몰 트래픽을 임의로 조작하거나 허위 리뷰·평점을 작성하는 것을 뜻한다. 조회 수, 구매 후기 등 일부 데이터에 기반해 노출 순위가 결정되는 e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어뷰징 행위는 강력히 제재되는 사안 중 하나다.

네이버도 어뷰징 적발 시 일정 기간 상품 랭크 다운 및 카탈로그 매칭 해제를 적용하고 3회 이상 적발 시 영구 이용 정지 조치를 취하는 등 어뷰징 행위 차단에 부단히 힘써왔다. 지난해 12월 15일엔 관련 제재 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페널티 기간을 기존 최소 30일에서 기본 90일로 확대하고 영구 제재 기준도 기존 누적 3회 이상에서 2회 이상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엔 기술을 고도화해 실구매 목적과 무관한 시도를 탐지해 내는 AI 모델을 플랫폼에 적용한 바도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해당 탐지 기술은 실제 구매가 아닌 목적으로 기계적으로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한 정밀한 파악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클릭 수는 높지만 실제 구매나 리뷰가 없는 어뷰징 상품들을 보다 손쉽게 분별해 내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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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신뢰와 직결된 어뷰징 문제

이처럼 플랫폼 차원에서 어뷰징을 거듭 경계하는 건, 어뷰징 행위로 인해 경쟁 체제가 무너지면 플랫폼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네이버가 공지를 통해 밝힌 어뷰징 현황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트래픽 어뷰징으로 적발된 상품은 82건, 판매자는 43건, 2회 이상 적발로 영구 제재된 판매자는 4건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적발 사례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가 어뷰징을 활용해 부정경쟁을 저지른 셈”이라며 “어뷰징 사용자들이 상단에 노출되는 사태가 반복되면 판매자·소비자 입장에서 플랫폼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어뷰징에 대한 판매자들의 볼멘소리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트래픽 어뷰징의 성행을 키운 데 네이버의 잘못이 크다는 시선에서다. 2022년 상반기 네이버가 내놓은 ‘트래픽 어뷰징 신고’ 채널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졌다. 신고를 해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니 답답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해 한 네이버 쇼핑 판매자는 “어뷰징 신고 이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상담원에 추가적인 요구를 해도 내부 방침상 불가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사실상 네이버가 어뷰징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가 어뷰징 행위에 강력한 ‘모션’을 취하기 시작한 이유다.

횡행하는 ‘어뷰징 공격’, “의도적으로 제재 유도”

문제는 플랫폼들이 어뷰징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경향을 역이용해 상대 쇼핑몰 트래픽을 고의로 조작함으로써 제재를 유도하는 방식의 공격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릭당과금(CPC) 방식 광고 상품을 공략하는 수법도 있다. 경쟁사가 설정한 CPC 광고에 트래픽을 집중해 과도한 광고비를 지출시키는 방식이다.

어뷰징 행위에 필요한 비용도 저렴하다. 어뷰징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트래픽 조작 프로그램을 뜻하는 ‘슬롯’의 평균 이용 가격은 10일에 2~5만원이다. 저렴한 금액으로 경쟁사 쇼핑몰을 끌어내리고 자사 쇼핑몰을 플랫폼 상단에 노출시킬 수 있는 셈이다.

어뷰징 공격이 횡행하다 보니 어뷰징 공격을 받은 판매자들이 연쇄적으로 어뷰징 업체를 찾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플랫폼 특성상 노출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인위적인 조작 없이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어뷰징이 어뷰징을 낳는 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