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의 ‘아픈손가락’ 효성비나케미컬, UAE 정유사에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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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ADNOC에 1조원 상당 지분 매각 타진
베트남법인 부실화에 재무상황 악화
지난해 연속 영업손실·부채비율 5천%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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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이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컬·Hyosung Vina Chemicals) 지분을 아랍에미리트(UAE) 정유사에 매각한다. 올해 3월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타계 이후 ‘각자 경영’을 선언한 효성그룹 3세들이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선 가운데 부채비율이 5,000%에 육박하는 효성화학의 위기 타개책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1조원에 매각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해 말부터 효성비나케미컬의 지분 일부 매각을 타진해 왔다. 효성화학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에 효성비나케미컬 지분 1조원어치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효성화학의 올해 차입금 축소 계획은 크게 두 가지로, 특수가스사업부 매각과 효성비나케미컬 유동화”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효성비나케미컬 지분 매각 계약이 6월에서 7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효성비나케미컬의 유동화가 먼저 추진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효성화학의 이 같은 사업 정리는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수위 높은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차입금을 줄이지 않으면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조6,275억원의 장단기차입금을 보유 중인데, 이 중 2조원 가량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돈이다.

효성비나케미컬, 지난해 순손실 전년비 358.7% 확대

효성화학의 재무 악화 원인은 효성화학의 100% 자회사 효성비나케미컬에서 비롯됐다. 비나케미컬은 지난해 시황 악화로 순손실(3,179억원)이 전년 대비 358.7% 확대됐다. 1조원 이상 투입한 현지 공장이 글로벌 수요 감소와 원가 부담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다. 실제 주요 제품인 PP의 톤당 수출가가 2022년 1,127~2,881달러에서 2023년 801~1,827달러로 대폭 떨어진 모습이다.

잦은 설비 결함도 추가 비용을 늘렸다. 이에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을 지원하며 재무 부담을 키웠다. 지난 2월에만 세 차례 채무보증 결정 공시를 냈다. 효성비나케미컬이 현지 신한·국민·하나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보증한다는 내용이었다. 효성화학의 효성비나케미컬에 대한 채무보증 잔액은 1조7,972억원으로, 중국 법인에 대한 채무보증 잔액이 1,009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법인은 모회사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비나케미컬의 매각은 조 명예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사안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2022년 경영진회의에서 베트남 투자 책임을 물으며 격노, 비나케미컬을 무조건 정상화시켜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며 “당시 조 명예회장은 비나케미컬에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고, 올 초까지 비나케미컬이 비싼 영구채(표면 및 만기 이자율 8.3%, 중도 상환하지 않을 경우 11.8~13.8%)를 발행해 운영을 해왔던 것도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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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비나케미컬 공장 전경/사진=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매각 이후에도 적자 해소 쉽지 않을 듯

다만 업계에서는 베트남 법인을 매각하더라도 효성화학의 누적된 적자를 쉽게 해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2년 2,631%에서 지난해 4,934%로 1년 전(2,632%) 대비 약 2,300%p 늘었으며 차입금의존도는 79.7%에 달한다. 또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만 2조1,475억원에 달한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효성화학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변경했다. 2022년 A(긍정적)이었던 신용등급이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는 모습이다. 신용등급 하향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부진한 영업 수익성이 이어지고 있으며, 비우호적인 수급환경을 감안할 때 더딘 수익성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이익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며, 재무구조 또한 미흡한 수준”을 이유로 들었다.

이어 “단시일 내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재무부담 경감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에도 중국에서의 프로필렌과 PP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에 비우호적인 수급환경이 이어져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자금조달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8일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선 바 있는 효성화학은 단 한 건의 주문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