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시장 한·중·일 삼파전, 中 ‘1조’ 투자하며 추격
가장 앞서있다 평가받는 日, 민간투자 54조원
韓, 2028년까지 1,000억원 '中의 10%' 수준
국내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중·일 3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전고체 시장에서 일본이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한국은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배터리 3사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중국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선두 주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中, CATL 등 6개 기업에 사상 최대 규모 자금 투입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오는 2027년까지 총 60억 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금으로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웰리온,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이치자동차 등이 추진하는 7개 프로젝트에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전고체 산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 협력체 ‘중국 전고체 배터리 혁신 플랫폼(CASIP)’을 출범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20년 탈석탄화 기술지원기금 가운데 수천억엔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배정해 일본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R&D를 위한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최근에는 2030년까지 총 5조6,000엔(약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탑재용 배터리를 ‘경제 안보상 중요 물자’로 지정하고 ‘그린에너지 자국 생산 감세 제도’ 도입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고체 전해질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이 뛰어나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배터리 성능이 높으면서도 인화성 물질이 없어 화재 위험이 낮아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고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어 15분을 충전하면 서울과 부산 왕복 주행이 가능하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가 이르면 2025년 성공해 2030년에는 10%를 웃도는 시장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리 정부도 차세대 배터리 지원에 2028년까지 1,17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배터리 R&D 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율도 상향 조정했으나, 소극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배터리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인 데다 아직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초기 단계고 안정적 보급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패권 잡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다.
日,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의 49% 차지
현재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장은 한·중·일 3파전 구도다. 이 가운데 일본이 선제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 초기 대응에 한발 늦어 산업의 주도권을 한국, 미국, 중국 등에 빼앗긴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2013~2021년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총 5,438건 중 일본 기업의 특허 출원 수는 2,645건으로 전체의 48.6%를 차지했다. 특허 출원 건수 상위 20곳 중 14곳이 일본 기업인 셈이다.
일본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2028년으로 잡았다. 현재 토요타는 2027~2028년 석유화학·소재기업인 이데미츠 코산과 협력해 충전 시간이 10분 이내, 항속거리 약 1,200km를 목표로 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닛산은 2028년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공개할 예정으로, 최근에는 요코하마 공장에 구축 중인 전고체전지 파일럿 생산 라인을 공개했다. 혼다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전고체는 기술 난제가 많아 상품화까지 멀었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한 달 만에 “오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소량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방향을 선회했다. 상하이차는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추고 오는 2026년부터 양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삼성SDI 2027년, LG엔솔·SK온 2030년 내 양산 목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지난해 4분기 S라인에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생산해 고객사로 출하해 현재 고객사와 샘플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속도보다는 완성도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3월 11일 ‘인터배터리 2024’ 기간 중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완성도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미국 솔리드파워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CES 2024에서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해 솔리드파워의 전고체 배터리 셀 설계, 파일럿 라인 공정 등 기술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에는 대전의 배터리 연구원에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2029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