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제시

160X600_GIAI_AIDSNote
'SFF 2024'에서 'AI 시대 파운드리 비전' 제시
AI 반도체 기술·서비스 통합, IDM 장점 극대화
나노 공정에선 시기보다는 기술력 확보에 초점
1-1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에서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해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AI 턴키 솔루션’을 제시했다. 원스톱 공정을 통해 TSMC·SK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과 차별화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AI 턴키 솔루션’ 공급망 단순화, 생산 기간 단축 기대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Empowering the AI Revolution’을 주제로 ‘삼성 파운드리 포럼(SFF) 2024’을 열어 AI 시대 파운드리 기술전략을 공개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AI를 중심으로 모든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AI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라고 강조하면서 “GAA(Gate-All-Around) 공정 기술과 광학 소자 기술 등을 통해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원스톱 AI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가 강조한 ‘원스톱 솔루션’은 파운드리·메모리·패키징 역량을 지닌 삼성전자의 강점을 살려 칩셋의 설계·생산부터 메모리 패키징까지 AI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턴키로 지원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송태중 삼성전자 상무는 “세 개 사업 분야간 협업으로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 통합 AI 솔루션을 선보여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20% 가량 단축할 수 있다”며 “2027년에는 광학 소자 기술도 AI 솔루션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종합 반도체 회사)이라는 이유로 외부 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체 물량을 우선하거나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AI 반도체 공정에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IDM이 강점을 살린 ‘원스톱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TSMC와 인텔은 메모리 역량이 없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파운드리 역량이 없다. 설계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상에 구현하고 AI 반도체 필수 메모리인 HBM을 공급·패키징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20240614
출처=삼성전자

예년과 달리 새로운 ‘나노 공정 로드맵’ 발표하지 않아

이번 포럼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4나노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등의 ‘깜짝 발표’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나노 경쟁’으로 불리는 미세 공정 경쟁이 파운드리 업계의 최대 화두였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회사의 미세 공정 로드맵을 제시해왔다. 2022년 포럼에서는 2025년에 2나노, 2027년에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을 선언했고 지난해에는TSMC보다 먼저 구체적인 2나노 공정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 삼성전자는 2022년 포럼에서 공개한 로드맵을 재확인하면서 양산 시점이 1년 늦어지더라도 성능과 수율을 확보해 미래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속도경쟁에 힘을 빼기보다는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파운드리 1위 TSMC는 지난 4월 2026년부터 1.6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중간에 1.6나노를 추가해 1나노대 진입 시기를 1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약점인 ‘수율 제고’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 개발 추진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상반기 세계 최초로 3나노 칩 양산을 시작한 이후 1나노급 파운드리 로드맵에서 TSMC에 밀려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6개월 먼저 3나노 칩 양산을 시작했지만 TSMC와의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61.2%로 전 분기 대비 3.3%p 증가한 반면 삼성전자는 12.4%에서 11.3%로 줄어들었다. TSMC 점유율이 60%를 넘긴 건 지난해 1분기 이후 3개 분기 만이다.

업계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수율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율’은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로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인 3나노 2세대 공정의 목표 수율을 60%로 정했다. TSMC의 올해 3나노 목표 수율이 8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약 20% 뒤처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수율 제고를 위해 스마트팩토리 ‘레벨5’ 수준인 디지털 트윈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기계·설비 등을 디지털 공간에 동일하게 재현해 개발·제조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최적의 수율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2030년 가상의 반도체 공장 구현을 목표로 정했다. 이에 앞서 디지털 트윈 기술의 중간단계 성과를 토대로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반도체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