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인상 단행한 삼성, 수요 확대 수순에 실적 개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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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서버 수요 확대, 삼성 "메모리 반도체 가격 15~20% 인상할 것"
PC용 D램 범용제품 고정거래가격 상승, 반도체 '가격 정상화' 속도 붙나
AI 칩 자체 수급 사실상 실패한 중국, 삼성·SK 등에 눈 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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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과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주요 메모리 반도체 서버용 D램과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상승세에 발맞춰 가격을 정상화함으로써 실적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삼성전자 D램·낸드 가격 15% 이상 인상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26일 경기도 화성 사업장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서버용 D램과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오는 3분기에 15~20% 올리겠다”고 전했다. 지난 2분기 기업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20% 이상 인상한 데 이어 연달아 가격 인상을 공식화한 것이다.

AI 열풍이 서버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시장 성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자 실적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기업용 낸드플래시 매출은 37억5,800만 달러(약 5조1,800억원)로 전 분기보다 62.9% 증가했다. 수요 확대로 일부 제품의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자 고객사들의 물량 확보 의지가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재고 비축 수요 확대에 본격적인 ‘가격 정상화’ 나서는 듯

이에 대해 시장에선 예상하던 바라는 입장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메모리 가격 상승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재고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D램 3사의 고강도 감산의 영향도 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모바일, PC, 서버 등 주요 D램 사용처에서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고, 일부에선 이미 공급 부족 조짐까지 나타났다.

지난해 초부터 D램 가격 하락을 이끌었던 DDR4 D램 과잉 재고 문제도 지난해 4분기부터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6.45% 상승한 수준이다. 고정거래가격은 제조업체와 수요 업체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대량 납품 가격을 뜻한다.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했단 건 수요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에 합의했단 의미다. 즉 지난해 고객사의 ‘가격 후려치기’에 끌려다니던 D램 제조업체들의 협상력이 회복됐단 것이다. 결과적으로 적정한 여건이 마련된 만큼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선 가격 인상 및 정상화를 고려치 않을 이유가 없단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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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국산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

중국 수요가 회복되는 중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그간 중국은 AI 칩 자체 생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강화하면서 반도체 자력 수급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탓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보였다. 화웨이의 2세대 AI 칩인 ‘어센드 910B’는 중국 시장을 90% 이상 장악했던 엔비디아 AI 칩의 대체제로 떠오르며 현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의 AI 칩 도전기는 한계에 봉착했다. 낮은 수율과 잦은 장비 고장, 미국의 대중 제재에 따른 장비·기술 수급 난항 등이 겹치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어센드 910B는 생산 수율이 여전히 20%대 수준에 그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에서 양산에 돌입한 지 6개월이 넘었음에도 5개 칩 중 4개에 결함이 발생하고 있단 의미다. 더군다나 장비 고장이 잇따르면서 당초 생산 계획마저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

중국 AI 칩의 수율이 지나치게 낮은 건, 강력한 수출 제재에 노후화한 장비를 써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MIC는 미 제재로 신규 장비 도입이 불가능해지자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대신 성능이 낮은 심자외선(DUV) 장비를 개조해 AI 칩 7㎚(나노미터) 회로를 그려왔다.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에 따르면, EUV 장비를 사용하면 7㎚ 공정에서 9단계를 거치지만 DUV 장비에선 34단계를 거쳐야 한다. 통상 단계가 추가될수록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불량 빛 및 부품 고장도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근본적인 기술력 부족과 장비 부족이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국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차후 더 높아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자력 수급만으로 내부 수요를 모두 처리하지 못하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이 소재한 한국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단 시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 세계 메모리 소비량의 약 30~35%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내 AI 생태계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 메모리 반도체에 더 많이 의존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요가 점진적인 회복을 이룰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