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추진하는 SK바이오, 獨 IDT 인수로 CDMO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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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백신 수요 감소하며 실적 부진
기술력과 생산 거점 갖춘 기업과의 M&A 통해 영역 확장 추진
IDT 인수로 美 등 선진 시장 진출 발판, 글로벌 도약 단초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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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사이언스가 총 6,560억원 규모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독일의 백신 생산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IDT Biologika GmbH)를 인수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매출이 급증했지만, 엔데믹 이후 계약이 종료되면서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백신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유럽과 북중미에 생산 거점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獨·美 거점 둔 IDT 지분 60% 취득

27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클로케그룹과 IDT 바이오로지카의 경영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클로케가 보유한 IDT 구주 일부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약 7,500만 유로(약 1,120억원)의 신주를 포함해 회사 지분 60%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취득 금액은 약 3,390억원으로 추산된다. 클로케는 IDT의 지분 40%를 유지하면서 약 760억 원을 투자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9%를 확보할 예정이다.

독일계 바이오 기업 IDT는 1921년 설립된 CMO·CDMO(위탁개발생산) 전문 회사로 독일과 미국 메릴랜드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 핵심 의약품 규제기관 10여 곳으로부터 인정받은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는 IDT는 공정·분석법 개발과 함께 임상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백신·바이오 전 영역에 걸쳐 원액과 완제를 생산한다. 백신 생산이 주력 사업이며 세계 최초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인 ‘임리직’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에스테틱 기업 멀츠의 주름 개선용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제오민(Xeomin)’을 위탁 생산하면서 미용 의료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제오민은 미국 애브비의 앨러간(Allergan), 프랑스 입센(Ipsen) 등과 함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여기에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IDT의 지난해 매출에서 코로나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실제로 엔데믹 이후에도 팬데믹 당시와 유사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며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SK 新성장동력으로 꼽혔지만, 실적 부진한 바이오 사업

이번 IDT 인수는 SK그룹 바이오 사업의 미래 먹거리 찾기의 첫걸음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엔데믹 이후 저조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CDMO 사업 확장과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T가 견조한 매출을 거두고 있는 만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재무 성과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의 인수가 마무리되는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그룹은 한때 배터리,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 사업을 ‘3대 성장동력(BBC)’으로 꼽았지만, 실적 개선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 3,695억원,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하며 엔데믹 이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이 281억원로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손실이 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백신 ‘스카이코비원’의 매출 부재가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 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CMO 계약을 체결하고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했다.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에는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4742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무려 312%, 1158% 각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수요가 감소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의 위탁 계약이 먼저 종료됐고, 이후 지난해 8월에는 노바백스와의 계약마저 끝나며 실적이 급락하고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R&D)비도 부담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래 성장을 위해 백신·바이오 의약품의 R&D에 지난해 1,173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는 매출 대비 31.7%에 달하는 규모다. 백신 생산 설비와 인력 유지 등 고정비의 지출 비중도 크다. 현재 수요로는 팬데믹 기간 확대한 생산능력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R&D 비용 증가, 고정비 지출 부담 속에서 엔데믹으로 인한 매출 축소가 더해지면서 ‘삼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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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4월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M&A 등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IDT 인수 외에도 자체 의약품·백신 개발 프로젝트 추진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의 수준 높은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IDT는 대규모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 FDA, 유럽 EMA, 브라질 ANVISA, 국내 식약처를 비롯한 선진국 의약품 규제기관과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풍부한 대응 경험도 갖고 있다.

항암 바이러스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신규 바이오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IDT는 15개 이상의 주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은 물론, 다수의 바이오텍, 연구기관들과 오랜 CDMO 파트너십 이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외에도 일본 다케다 제약의 뎅기열 백신, FDA와 EMA의 승인을 획득한 항암 바이러스 치료 등 다양한 바이오 의약품의 위탁생산 경험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 완료한 제품들의 생산 기반이 확대돼 공급 시장과 대상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과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할 핵심 공급망을 폭넓게 확보한다는 점도 성장 전략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특히 독일과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둔 지리적 강점을 살려 유럽,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진출의 활로를 마련하고 주요 수출 품목을 벌크 원액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경북 안동 공장에서 원액을 제조하고 미국과 독일에서 완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적인 시장 확대와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폐렴구균 백신의 수출 등에 대비한 생산시설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2027년 허가 신청을 목표로 21가 폐렴구균 백신의 임상 3상도 준비 중이다. 지난달에는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태국에 수출했고 올해 2월 장티푸스 접합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가 WHO(세계보건기구)의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획득해 수출 방안을 모색 중이다.

SK그룹 바이오 3사 간 중복 투자 개선도 리밸런싱 과제

다만 SK그룹 내 바이오 사업에 대한 중복 투자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SK그룹의 제약·바이오 계열사는 크게 5개로 나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계열의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끄는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가 있다. 이중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 이포스케시 등 4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이들 바이오 계열사는 서로 다른 지배구조 아래 독립경영 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 사업이 있어도 통합·정리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SK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바이오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에 주력하는 SK팜테코가 사업구조 개편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SK팜테코의 생산 설비뿐 아니라 지분 매각을 통해 바이오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SK팜테코는 미국 버지니아의 원료의약품 공장을 노보노디스크에 매각했다. 이와 관련해 SK㈜는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사업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