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美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7조원 투자
폭스바겐, 10억 달러 투자해 리비안의 지분 먼저 인수
2026년 전기차 아키텍처·SW 공유하는 합작회사 설립
투자 유치 소식에 주가 폭등하며 시총 60억 달러 증가
전기차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리비안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받게 됐다. 지난 2021년 이후 자금난에 허덕이던 리비안은 이번 투자로 보급형 신차 개발과 출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과감한 현금 투입, 리비안 성장 동력 마련
25일(현지시각) 폭스바겐은 리비안에 오는 2026년까지 50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우선 무담보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10억 달러(약 1조3,900억원)를 리비안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리비안의 대주주는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으로 지분율은 16%다.
지분 인수 외에 나머지 40억 달러는 리비안과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이번 계약은 전기차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합작투자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설립할 합작회사는 양사가 같이 통제하고 소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리비안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0% 폭등했다. 로이터 통신은 “주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런 상승세가 유지된다면 리비안의 시가총액이 60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투자금융업계 전문가들도 폭스바겐이 엄청난 현금을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리비안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동력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한때 테슬라 경쟁자였지만 실적 악화로 자금난 심화
리비안은 지난 2021년 뉴욕 증시 입성에 성공하면서 한때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사로 평가받았다. 당시 나스닥 상장 5거래일 만에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양산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신생 전기차 업체가 한 세기 가까이 이어온 포드, 다임러 등 전통 완성차 업체를 단숨에 제치는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상장 이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리비안의 기업 가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분분했다. 리비안이 대량 양산 체제도 갖추지 않은 데다 실제 고객에게 인도한 차량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거품론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리비안이 판매한 150대의 전기 픽업트럭은 모두 아마존 직원들에게 보급됐다. 이뿐 아니라 테슬라와 달리 차종이 고가의 픽업트럭과 SUV에 한정된 것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결국 리비안은 주력 차종 R1S(SUV)와 R1T(픽업트럭)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실패하며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때 129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올해 들어 10달러 밑으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실적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5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분기에만 14억5,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리비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79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유동성 부족으로 신모델 개발보다는 비용 절감에 주력하면서 투자계획과 개발 프로젝트도 표류했다. 초기 투자자였던 포드와의 전기차 공동 개발 계획이 무산됐고,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전기 벤 제작 계약도 보류됐다. 수십억 달러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던 조지아주 신규 공장 건설 역시 중단했다. 현재는 고육지책으로 일리노이주 공장을 개조해 신형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품질 만족도 높은 리비안, 투자 유치로 도약의 기회
다만 경영 실적 악화에도 리비안은 여전히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미국 최대 비영리 소비자 단체 ‘컨슈머 리포트’가 실시한 조사에서 리비안의 소유주 86%가 ‘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구매할 의사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수치로 2위 ‘미니’와는 9%,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는 14% 앞서는 수치다.
해당 조사는 편안함, 드라이빙, 실내 공간, 유용성, 소유 비용 등의 5가지 항목으로 측정됐는데 리비안은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품질 전반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리비안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올해 보급형 SUV와 픽업트럭으로 라인업 확장을 예고했다. 특히 첫 콤팩트 SUV ‘R2’의 라인업은 미국을 넘어 유럽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리비안이 이번 투자 유치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급 차를 시작으로 점차 저렴한 모델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공식은 테슬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부분의 자동차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렴한 보급형 모델 R2가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폭스바겐의 투자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투자로 폭스바겐도 리비안이 보유한 배터리, 자율주행 등 전기차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 미국 내 생산시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폭스바겐은 테슬라와 대등한 수준의 효율성과 기능을 갖춘 플러그인 차량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고군분투해 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양사는 2030년 이전에 합작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