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상장 ‘초읽기’ 들어간 네이버웹툰, 기업가치 시장 기대 밑돌아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후 기업가치 3조원대 추산
시장 기대치 밑도는 가치 산정, 1년 전 대비 '반토막'
불안정한 매출 구조 고려해 보수적으로 공모가 산정
나스닥 상장을 본격화한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특징적인 매출 구조 등을 고려해 공모가를 보수적으로 산정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IP 사업을 중심으로 한 매출 구조 개편이 미래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기업가치 시장 기대 밑돌아
25일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A)에 따르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3조1,434억~3조6,672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예정 주식 수(1억2,675만5,150주)에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 18~21달러를 적용한 결과다. 최근 4개 분기 매출(1조7,128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매출비율(PSR)은 1.8~2.1배 수준이다.
업계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3년 5월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를 대상으로 신주 41만3,782주를 발행할 때 주당 가치를 202만7,384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총발행주식 수(365만172주)를 고려하면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약 7조4,003억원 수준이다. 사실상 1년 전 대비 기업가치가 반토막 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시 기업가치가 30억~40억 달러(약 4조1,415억~5조5,2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PSR 역시 여타 콘텐츠 기업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다. 분석기관인 한미회계법인이 웹툰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등을 기반으로 제시한 평가 의견에 따르면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경쟁사는 △인스타그램·핀터레스트·스냅·페이스북·유튜브·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 △컴캐스트·디즈니·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사 △액티비전 블리자드·일렉트로닉 아츠·테이크투 등 게임사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픽코마·타파스 등 웹툰, 웹소설 플랫폼 기업 등이다. 이 중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PSR은 △알파벳 7.6배 △메타플랫폼 9.3배 △스냅 5.3배 △핀터레스트 9.3배 △넷플릭스 8.7배 △일렉트로닉 아츠 4.9배 등이다.
아슬아슬한 매출 구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보수적인 기업 가치 산정의 배경으로는 ‘매출 구조’가 지목된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출 대부분은 유료 콘텐츠 판매에서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전체 매출(1조6,745억원) 중 80.2%(1조3,432억원)가 유료 콘텐츠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광고와 지식재산권(IP)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은 각각 11.3%, 8.5%에 그쳤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이미 편중된 매출 구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투자자에게 고지한 상태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당사가 유료 사용자를 유지 또는 증가시킬 수 있을지 또는 유료 사용자의 콘텐츠 구매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한 예측은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이 같은 위험성을 고려,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며 공모가를 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 둔화 추세에 접어든 회사의 이용자 지표 역시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웹툰엔터테인먼트의 MAU는 올해 1분기 1억6,900만 명으로 직전 분기(1억6,960만 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용자당 평균 수익을 나타내는 ARPPU는 11.1달러에서 11.5달러로 증가했지만, 한국과 일본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타 지역 기준 ARPPU은 6.7달러에서 6.3달러로 감소했다.
성장 관건은 IP 사업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추가 성장 관건은 IP 사업에 달려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꾸준한 흥행 IP 개발이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구조에서 트래픽과 실적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로 흥행한 국내 웹툰 IP인 ‘나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작품이 매년 끊이지 않고 나와야 하고 IP 매출 비중 확대가 필수적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또 “웹툰 엔터의 비전은 글로벌 스토리텔링 기술 플랫폼으로의 성장”이라며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북미 침투, IP 콘텐츠 비중 확대를 위한 추가 인수·합병(M&A), 협업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매출의 증가세가 확인된다면 네이버의 기업 가치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유료 콘텐츠 판매에 실적 전반을 의존하는 현재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매출 구조를 IP 사업 중심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영상화 등 IP의 원 소스 멀티 유즈(OSMU·하나의 IP를 다른 장르에 접목) 전략을 바탕으로 빠르게 IP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IP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을 다각화하면 콘텐츠 판매 상황에 따른 ‘실적 널뛰기’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