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자리 잡은 ’46㎜ 원통형 배터리’, 주요 배터리사 양산 경쟁 돌입
4680 원통형 배터리, 테슬라 사이버트럭 등에 탑재
LG엔솔 오는 8월부터 양산, 美 애리조나 공장 신설
파나소닉 올 하반기, 삼성SDI는 내년 초 양산 계획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지름 46㎜’의 배터리가 신규 폼펙터로 주목받는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의 양산 경쟁이 치열하다. 해당 배터리는 세계 전기차 업체 1위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등 주력 제품에 탑재할 배터리로, 국내 기업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먼저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이어 오랜 기간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이어온 파나소닉이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삼성SDI도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현재 고객사와 협의 중에 있다.
테슬라, 주력 배터리지만 수율 낮아 자체 생산 고전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월부터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6㎜, 높이 80㎜)’의 양산을 시작한다. 4680 배터리를 직접 제작하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주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중 양산 시기가 가장 빠르다. 원통형 배터리 제조의 ‘마더팹’인 오창 공장 라인의 초기 생산 능력은 연간 9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전기차 약 11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2026년 가동을 목표로 36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두고 발생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단계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해야지만 본격 성장기에 돌입할 때 선제적 진입 효과를 누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고객사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에 우선 적용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테슬라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CATL 등과 배터리 공급 관계를 맺고 있으나 4680 배터리만큼은 자체 생산하는 ‘내재화 전략’을 강조해 왔다. 테슬라는 현재 자사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에서 4680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저조한 수율에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극 혼합과 건식 전극 공정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 배터리 공급업체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엔솔, 양산 시점 가장 먼저 공표하며 한발 앞서가
이런 가운데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를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 등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4680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개발 초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과 협력해 양산을 준비해 왔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먼저 생산 시점을 공표한 데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용 4680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선제 생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에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한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다. 현재 40억 달러(약 5조2,30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건설 중인데 여기에 추가로 4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캔자스 공장에서 연간 3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향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5월 파나소닉은 경쟁력 향상과 성능 개선을 위해 4680 배터리의 양산 시기를 2023년 하반기에서 2024년 상반기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SDI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까지 양산 준비를 마친 뒤 내년 초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4680, 4695, 46110, 46120 등 네 가지 구성을 검토 중이며 현재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제품 규격 등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SK온도 지난해 각형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초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3~4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EVE에너지가 올해 9월부터 46파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EVE에너지의 46파이 배터리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완충까지 9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는 고객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외에 GM, BMW, 벤츠, 스탤란티스, 볼보, 리비안 등 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4680 배터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GM과 BMW에는 삼성SDI의 46파이 배터리가 납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680 배터리, 공정·효율·안전 면에서 2170 단점 개선
이른바 ‘테슬라 규격’으로 불리는 4680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 업계 부진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히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커스터마이징 제품으로 개발된 각형이나 파우치형과 달리 표준화된 사이즈로 여러 공급사가 공급하기 때문에 소량 구매가 가능하고 쉽게 공급사를 바꿀 수도 있어 공급사 입김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테슬라를 비롯해 리비안, 루시드 모터스 등 EV 스타트업들도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원통형 배터리에도 분명 단점은 있다. 원형 구조의 특성상 셀과 셀 사이 불용 공간이 많아 팩·모듈 단위 에너지 밀도가 각형이나 파우치형에 비해 낮다. 또 각형과 파우치형이 300~400개의 셀을 사용하는 데 반해 원통형은 10배 이상 많은 4,000개의 셀을 사용하기 때문에 팩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조립이 복잡하고 공정이 많아 만들기도 까다롭다. 많은 수의 셀이 밀집해 팩 형태로 조립되다 보니 중앙에 위치한 셀은 열 배출이 어려워 관리도 쉽지 않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원통형 배터리를 자사의 주력 배터리로 장착시켰다. 먼저 원통형 배터리에 맞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제작해 배터리를 탑재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셀을 모아 모듈과 팩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모듈과 팩 공정을 생략하고 셀 상태에서 바로 프레임에 끼워 넣는 방식을 채택했다. 2020년에는 제조와 관리가 수월한 셀 폼펙터로 기존 2170 배터리(지름 21㎜, 높이 70㎜)보다 5배가 큰 4680 배터리를 개발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발한 4680 배터리는 2170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향상되면서 주행거리가 16% 증가했다. 사용되는 셀의 수량도 4,400개에서 830개로 큰 폭으로 줄여 공정과 관리의 난이도를 개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680 배터리의 셀당 용접 횟수는 2회로 2170의 절반 수준이며, 전체 용접 횟수는 90% 이상 줄였다. 여기에 셀 탑재 수량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여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다만 열 방출의 문제가 남아 있는 데다 공정과 용접 기술이 고난도인 탓에 ‘수율 안정화’가 빠른 대량 양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