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도래에 IPTV·지상파 빨간불, OTT 파트너 제휴 등 노력에도 한계 여전
IPTV 3사 VOD 매출 급락, OTT 시장 장악에 성장률도 하락세
새 수익원 찾아 나선 업체들, OTT와 파트너 제휴 맺기도
IPTV 설치비 인상까지 나섰지만, 업계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
OTT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인터넷TV(IPTV)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유료 VOD 매출이 급락했다. 지상파 방송사도 주중 드라마가 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실적과 성장률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말 그대로 위기에 당면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OTT와의 동침을 시작하는 등 새 수익원을 물색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적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IPTV VOD 매출액 20% 감소, 지상파 드라마는 시청률 0%대 기록
24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의 유료 VOD 매출액은 4,172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5,216억원 대비 20%(1,044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사업자별로 보면 가입자 수 1위인 KT의 유료 VOD 매출액은 1,706억원으로 전년보다 31.1% 줄었고, LG유플러스는 891억원으로 동기간 15.5%, SK브로드밴드는 1,574억원으로 6.6%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매출액은 10.2% 감소한 3조7,309억원에 불과했으며, 방송광고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3.3% 감소한 9,273억원에 그쳤다. 시청률 지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시청률 0%대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했다. 2020년 KBS2 수목드라마 ‘어서와’는 전국 시청률 0.9%를 기록하면서 지상파 드라마 중 처음으로 0%대 시청률에 진입한 바 있으며, 지난해 방영된 KBS2 월화드라마 ‘순정복서’ 역시 10, 11화가 0.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방송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건 OTT 플랫폼이 시장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기만 하면 VOD 한 편 가격으로 장르와 관계없이 여러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단 점에 매력을 느낀 수요층이 OTT로 몰려간 것이다. 실제 방통위의 ‘2023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률은 지난해 7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IPTV 가입자 유료 VOD 이용률이 24.6%였음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실적 악화에 ‘적과의 동침’, OTT 끌어들인 IPTV
이에 방송업계는 손실을 메울 새 수익원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받거 있는 건 맞춤형 광고다. 소비자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 광고 수익을 올리겠단 것이다. AI·머신러닝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셋톱박스에 축적된 시청 이력을 분석해 시청자별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광고를 송출하는 ‘어드레서블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KT는 최근 유명 수입 자동차 브랜드 A사가 자사 제품을 KT 어드레서블 TV 광고로 집행한 결과 일반 광고 집행 시보다 온라인 디지털 쇼룸에 접속한 비율이 2.5배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엔 OTT와 동침을 시작한 사례도 나왔다. OTT 사업자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VOD만으론 대처가 어렵게 되자 변화한 미디어 시청 트렌드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는 자사 IPTV브랜드 ‘Btv’와 넷플릭스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요금제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8개월 만의 일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분쟁을 중단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와 KT도 OTT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18년 넷플릭스를 IPTV에 접목한 이래 디즈니플러스·티빙·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국내외 OTT 파트너와 제휴에 나섰고, KT는 2020년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체 OTT 경영은 사실상 포기했다. KT는 자사 OTT 플랫폼 ‘시즌’을 티빙과 합병했고, IPTV 서비스명도 기존 ‘올래tv’에서 ‘지니TV’로 바꿔 포털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IPTV 입장에서 적이지만 시청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건 사실”이라며 “넷플릭스와 제휴를 시작하면서 덕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현상 유지도 ‘난관’, 설치비 인상까지 단행했지만
다만 이 같은 전략에도 IPTV의 미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월간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2019년 1만4,076원에서 2021년 1만3,621원, 2022년 1만3,312원으로 하락을 거듭하는 탓이다. SK브로드밴드의 신규 요금제 출시에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침체가 심화한 만큼 요금 인상이든 인하든 눈치를 보고 있단 의미다.
이처럼 IPTV의 추락이 가시화하다 보니, 방송업계에선 그나마 남아 있던 희망도 빼앗기는 모양새란 비관의 목소리가 나온다. OTT업계에 침식되던 방송업계에서 그나마 일정한 성장률을 보이던 ‘최후의 보루’가 IPTV였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까지만 해도 IPTV의 성장률은 11.07%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2021년 8.24%, 2022년 5.55%로 하락세를 이어오다, 결국 지난해엔 성장률이 2%대까지 줄었다. OTT를 끌어들였음에도 현상 유지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업체들은 IPTV 신규 설치비를 줄인상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신규 설치비는 55% 전격 인상하고, 야간 및 주말·공휴일의 경우 25% 할증된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전엔 신규 설치와 주소 변경(댁외 이전)에 대한 비용은 2만2,000원, 동일 주소지 내 위치 이동(댁내 이전)은 1만1,000원 선이었지만 오는 25일부턴 3만4,100원으로 동일하게 인상한다. 신규 설치든 댁내 이전이든 요금을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도 지난 3일부터 IPTV 출동비 기준을 기존 2만2,000원에서 3만4,100원으로 인상했고, KT도 곧 설치비 인상에 나서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OTT 성장 및 물가 상승 등 각종 악재에 ‘결단’을 내린 셈이지만, 가격 인상에 소비자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