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옥시아도 깨어났다” 생산량 늘리는 낸드플래시 업체들, 삼성전자·SK그룹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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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위기 넘긴 키옥시아, 감산 기조 마침표
"가격 올랐다" 가동률 끌어올리는 낸드플래시 기업들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국내 업체 점유율 훼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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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감산 전략이 마침표를 찍었다. 반도체 업황 회복,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등 시장 호재가 겹친 결과다. 지난해 나란히 몸을 웅크렸던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한동안 시장 강자 자리를 지켜온 삼성전자와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공급 정상화하는 키옥시아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달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과 이와테현 기타카미 공장의 가동률을 100%로 정상화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22년 9월 낸드 생산 기지인 욧카이치·키타가미 공장의 생산량을 약 30%로 줄인다고 발표한 뒤 그해 10월부터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된 키옥시아가 본격적인 공급 정상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키옥시아는 최근 진행한 2023 회계연도 4분기(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3,221억 엔(약 2조8,000억원), 영업이익 439억 엔(약 3,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침체의 그늘을 벗어난 것이다.

키옥시아는 실적·업황 회복에 힘입어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키옥시아는 지난 2020년 이미 한 차례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았으나, 미·중 무역 갈등과 시장 악화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생존을 위해 웨스턴디지털(WD)과 사업 통합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며 사실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낸드플래시 기업 줄줄이 ‘기지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키옥시아 외에도 다수의 낸드플래시 업체가 생산량을 정상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수요 침체·공급 과잉으로 인한 침체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WD,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들은 줄줄이 대대적인 감산에 돌입했다. 해당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낸드 가동률은 20~30%대 수준까지 하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강도 높은 감산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63%가량 성장한 620억4,000만 달러(약 85조8,6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업황·가격 회복세가 관측되자,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나섰다. 지난달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생산 가동률은 70%대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고용량 낸드 제품군을 중심으로 가동률을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 WD도 가동률을 90%까지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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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낸드플래시 업체 영향은?

다만 업계에서는 키옥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체들의 회복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있어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가파른 공급 증가세로 인해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재차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고용량 낸드플래시뿐”이라며 “각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급작스럽게 물량을 쏟아내면 가격이 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 방면에서도 변화가 관측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직전 분기(31.4%) 대비 5.2%p 상승한 36.6%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그룹의 점유율도 20.2%에서 21.6% 증가했다. 키옥시아, WD 등 해외 낸드플래시 업체들의 시장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동일 기간 WD의 점유율은 16.9%에서 14.5%로,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14.5%에서 12.6%로 축소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키옥시아와 WD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었다는 평이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들 업체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등의 전면적인 사업 재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이 시장 예상보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상황이 반전됐다. 위기를 한 차례 넘긴 이들 업체가 본격적으로 공급을 늘리며 시장 수요를 흡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강자들의 입지가 일부 약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