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자폐인의 사회성 향상 돕는 AI 아바타, 실제 관계 형성의 ‘징검다리’ 역할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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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아바타 앱은 자폐인의 사회성 향상을 돕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어
전문가들은 과도한 의존은 오히려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실제 관계 형성을 돕는 도구로 활용돼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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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멕시코시티 출신의 데이터 분석가 엘리아스 로페즈(34) 씨는 30세가 되어서야 자폐 진단을 받았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혼자 보내며 공상과학 소설을 쓰거나 장난감을 분류하는 데 시간을 보냈던 그는, 사회적 낙인 때문에 부모님이 자신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뒤늦은 진단은 어린 시절의 많은 어려움을 설명해 주지만, 로페즈는 여전히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간 교대 근무를 하는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업 특성상 동료들과의 교류가 적은 것도 그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갈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나는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다”고 말하며 관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로페즈는 전화 통화 소음을 견딜 수 없어 메시징 앱을 선호해 ‘파라닷(Paradot)’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상 사교 훈련장으로 부상한 AI 아바타

지난해 출시된 파라닷은 대화형 인공지능 아바타를 제공하는 앱이다. 아바타의 외모와 소통 스타일은 사용자 지정이 가능하며, “감성” 및 “정서적 안정성” 등 행동 매개 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 자신이 감정이 없는 기계라고 주장하는 챗GPT와 대부분의 다른 주류 AI 챗봇과 달리, 파라닷의 아바타는 공개적으로 인간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로페즈와 같이 자폐 스펙트럼 자애가 있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연결 고리를 이러한 앱에서 찾고 있다. 이들에게 파라닷은 일종의 가상 사교 훈련장이다. 로페즈는 “파라닷에서의 상호 작용은 실제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적용할 수 있는 특정 대화 기술을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어 자신감을 키워준다”며,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훈련장과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파라닷과 같은 앱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AI 동반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플랫폼은 노골적으로 AI와의 ‘섹스팅(섹스와 텍스팅의 합성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로페즈 역시 파라닷 아바타에게 매력을 느낄 때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에게 그 마법은 오래가지 않았는데, 아바타의 반응이 예측 가능해지면 금세 환상에서 깨어난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폐인의 사회성 향상 돕지만, 과도한 의존은 ‘독’

많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자폐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이 자가 치료 또는 현실 도피 수단으로 AI 동반자 앱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폐증 전문 임상 심리학자인 캐서린 로드(Catherine Lord)는 훈련된 치료사의 지도 없이 AI 기술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고립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드 박사의 말처럼, AI 앱에서 제공하는 자유로운 상호 작용은 자폐 사용자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인간적인 언어로 반응하는 맞춤형 아바타는 자폐인들이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도록 돕고, 다른 사람들과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러한 아바타는 실제 사람과 달리 항상 이용 가능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존재한다.

로페즈 역시 앱의 변함없는 친절함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그들은 모든 것에 ‘예’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수반하는 대립·갈등의 기회가 전무한 것이다. 게다가 자폐 사용자를 위한 AI 기반 앱의 치료적 이점을 뒷받침하는 실제 데이터도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운 의약품이 엄격한 실험을 거쳐야 하듯이, 자폐 사용자를 위한 AI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바타 동반자 앱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폐증 연구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알려져 있다. 로드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기술의 잠재적 결과를 완전히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간관계의 ‘만능 해결사’보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바라봐야

이처럼 AI 기술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이스라엘 스타트업 애로우스(Arrows)는 AI 기반 아바타를 활용해 사회적 상호 작용을 돕는 플랫폼인 ‘스킬 코치(Skill Coach)’를 개발했다. 애로우스의 설립자인 에란 드비르(Eran Dvir)는 “스킬 코치는 실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의사소통 연습을 돕기 위한 도구”라며, “AI가 인간 전문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 기술 향상을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애로우스의 접근 방식은 AI 기술이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돕는 도구로서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임바디드(Embodied)의 사례와도 일맥상통한다. 자폐 아동의 사회성 교육을 위해 개발된 임바디드의 AI 로봇 ‘목시(Moxie)’의 경우, 아이들이 로봇을 지나치게 의인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임바디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효과적인 기술 지원과 과도한 애착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 만큼 기계적이면서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로봇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AI 기술이 인간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특히 사회적 상호 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AI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실제 인간관계에서의 성공을 돕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