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세대 공정 로드맵 제시, ‘성능·수율 부족’ 등 약점 해소하나
삼성전자 "턴키 서비스 역량 강화할 것, 첨단 공정 로드맵도 차질 없이 진행 중"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TSMC가 61.7%, 차세대 기술로 격차 줄이는 데 집중할 듯
일각선 회의적 의견, "실리콘 포토닉스·BSPDN 등 기술 도입 시기 너무 늦어"
삼성전자가 차세대 공정 로드맵을 제시했다. 통합 AI 솔루션 턴키(일괄 생산) 역량 제고를 통해 경쟁사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줄이겠단 방침이다. 차세대 기술을 도입해 자사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성능·수율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세이프 포럼 개최
삼성전자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Samsung Foundry Forum)과 세이프 포럼(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Forum) 2024를 개최하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성과 및 향후 지원 계획 등을 공개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은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들과 협력을 위해 선단 공정 외에도 다양한 스페셜티 공정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AI 전력 효율을 높이는 BCD(Bipolar-CMOS-DMOS), 엣지 디바이스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고감도 센서 기술 등 스페셜티 솔루션을 융합해 나가며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포럼에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패키지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요구에 맞춘 통합 AI 솔루션 턴키 서비스 등의 차별화 전략을 제시했다. AI 반도체에 적합한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GAA(Gate-All-Around) 공정과 2.5차원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 GAA 구조 기반 파운드리 양산을 성공한 데 이어 안정된 성능과 수율을 기반으로 3나노 2세대 공정 계획까지 순탄히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첨단 공정 기반 턴키 서비스 수주 성과도 언급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국내 DSP 업체인 가온칩스와의 협력으로 최첨단 공정 기반 턴키 서비스를 수주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2나노(SF2) 기반 AI 가속기 반도체를 2.5차원(I-Cube S) 첨단 패키지를 통해 양산할 계획이다. 프리퍼드 네트웍스는 일본 AI 기업으로, 딥러닝 분야에 특화해 칩부터 슈퍼컴퓨터, 생성형 AI 기반 모델까지 AI 밸류체인을 수직적으로 통합해 첨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첨단 공정 로드맵에 대해선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2나노 공정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2027년엔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BSPDN은 전류 배선층을 웨이퍼(반도체 원판) 후면에 배치해 전력과 신호 라인의 병목 현상을 개선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은 2027년까지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기본 반도체 신호 전달 방식을 전기에서 전자·빛으로 구현한 광자(Photon)로 바꾼 기술이다. 광자를 활용하면 이론상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존 대비 수십 배 이상 빠르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최대 전송 거리, 전력 효율성 등도 향상시킬 수 있다.
“파운드리 격차 줄이고 수율·성능 문제 해결할 것”
삼성전자는 턴키 역량 제고 등을 통해 경쟁사인 TSMC와의 파운드리 격차를 좁히겠단 방침이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TSMC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삼성 파운드리의 오랜 고객사였던 구글마저도 내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에 TSMC 3나노 공정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표에서도 차이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 수준이다.
2세대 3나노 공정을 통해 삼성전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 온 수율·성능 논란도 잠재울 계획이다. 그간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제품 수율이 떨어지고 전력 효율성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하이닉스의 HBM3E 양산 수율이 50%를 상회하는 반면 삼성전자의 수율은 이보다 저조한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수율은 제조사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와 직결된다. 수율이 저조해 고객사와 협의한 납기 일자를 맞추지 못하면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계획대로 성능과 더불어 수율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향후 삼성전자의 기업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엑시노스2500 수율 악재에 기대감↓, 차세대 기술 도입 더디단 의견도
다만 시장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미래 계획에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체 AP ‘엑시노스2500’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앞서 지난해 말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차기 엑시노스 제품(엑시노스2500)에는 GAA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이 활용된 엑시노스2400에서 탈피해 3나노 공정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엑시노스2500 역시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수율 문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IT 정보유출자(팁스터) 판다플래시X에 따르면 현재 엑시노스2500의 수율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대만 자유시보 등 일부 외신은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20%를 밑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통상 제품을 양산하는 데 필요한 최소 수율을 60% 정도로 설정한단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 기대하던 갤럭시 S25 시리즈의 엑시노스2500 탑재 계획도 불분명해졌다. 업계에선 갤럭시 S시리즈에 자사 엑시노스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혼용하거나 미디어텍 AP인 디멘시티9400을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사 기술력 이슈로 인해 타사 제품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삼성전자의 로드맵이 제시한 차세대 기술 도입 시기가 경쟁사 대비 더딘 흐름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포럼에서 언급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만 봐도, 삼성전자는 기술 도입 시기로 2027년을 제시한 반면 TSMC는 이르면 내년 양산 단계에 돌입할 계획이다. 인텔은 이미 업계 최초로 완전 통합 광학 컴퓨트 인터커넥트(OCI·Optical Compute Interconnect) 칩렛을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에 패키징해 실시간 데이터를 실행하는 최첨단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BSPDN 기술도 로드맵상 인텔, TSMC 대비 2년 이상 뒤처졌다. 삼성전자는 BSPDN 기술 상용화까지 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인텔은 올해 말 선보이는 20A(2나노급) 공정에 ‘파워비아’라는 이름으로 BSPDB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TSMC 역시 N2P 공정에 BSPDN이 적용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N2P는 3나노 공정 ‘N3E’ 대비 클럭 수는 15~20% 향상되고 소비 전력은 30~40% 절감되는 등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공정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삼성 파운드리엔 경쟁사를 앞서갈 확실한 무기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