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에 1만1,130대 생산 차질 빚은 한국GM, 호실적 기세 결국 꺾이나
한국GM 영업이익 전년 대비 388% 증가, 자사 차종 '수출 왕' 등극하기도
노조 파업 장기화 흐름, 사측 수정안 제시에도 '교섭 결렬'
지나친 요구 등으로 노조 사회적 이미지 실추, 한국GM 노조도 잦은 물의
한국제네럴모터스(GM)공장이 보름째 정상 가동을 못 하고 있다.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동조합 측이 파업에 들어간 탓이다. 파업 사태로 구조조정 이후 역대급 실적을 이뤘던 한국GM의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 매출 52% 급증했지만, 노조 파업에 생산 차질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2% 급증한 13조7,339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8% 급증한 1조3,506억원에 달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덕에 역대급 실적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18년 GM은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했고, 군산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을 이룬 바 있다.
인기 차종의 수출 증가세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 창원공장이 생산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21만6,833대)는 지난해 4년 연속 수출 1위였던 현대차 코나(21만2,489대)를 누르고 ‘수출 왕’ 자리에 올랐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21만4,048대) 역시 수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수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기간 내수 판매(1만3,457대)가 29.1% 감소하긴 했지만 수출(25만6,000대)이 31% 늘면서 전체 판매량은 25.7% 급증했다. 한국GM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이에 한국GM은 올해 생산 목표를 전년 판매량(46만8,059대)보다 13% 늘어난 52만9,200대로 잡았다. 북미 시장으로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를 위해 7월 한 달 동안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4만1,0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게 한국GM 측의 당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국GM 노조가 이달 1일부터 잔업을 거부하고 8일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GM에 따르면 14일까지 총 1만1,13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하루 생산량이 절반가량 급감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국GM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 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측이 부분파업 이후 전면파업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한 상태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주요 요구안으로 △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올해 성과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 이상 지급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평·창원공장 생산 물량의 30% 내수 물량 우선 배정 △고용안정과 신차 물량 확보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 확약 등을 제시한 상태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기업회생을 위해 고통을 분담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취지다. 이에 한국GM 측은 두 차례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사측 제시안에 임금 및 성과급 내용이 제외돼 있다는 이유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KGM모빌리티·르노도 노사 간 이견 표출
다른 완성차 업계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 11만2,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기본급의 500%+정액 1,800만원) 및 주식 25주 지급 등 역대 최대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노조 측의 눈높이가 달라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의 형제 업체인 기아다. 기아 노조 측은 “지난해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11.63%로 현대차(9.3%)보다 높았던 만큼 이에 걸맞은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장기근속자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기아 노사는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매주 3회씩 교섭을 벌이는 중이다.
KGM모빌리티 역시 지난 3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KGM 노조 측은 올해 요구안에 △기본급 14만3,000원 인상 △정년 63세 연장 △퇴직연금제 도입 등을 담았지만, 사측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된 탓이다. 지난 11일 노사 본교섭을 시작한 르노코리아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폐지 및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르노의 경우 실적이 부진한 데다 최근 사내 직원의 혐오 표현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어 노사 간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GM 노조, 무리한 요구로 논란 일으키기도
이 같은 노조 활동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며, 노조는 통상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중요한 사회적 장치로 작용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쟁의행위가 반복되면서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실추됐단 점이다.
한국GM 노조도 이전부터 잦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 2020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임단협에서 노조 측은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 지급 △TC 수당 500% 인상 등 총 1조원에 달하는 협상안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들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부터 3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누적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잔업 및 특근 거부,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를 펼쳤다. 한국GM에 따르면 당시 한 달간의 누적 생산 손실은 차량 2만 대에 달했다. 월평균 생산량의 68%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2022년에도 다소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GM 측은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고 유휴 인력을 1공장으로 전환배치해 총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1공장은 극심한 인력 부족을 겪고 2공장은 인력이 남는 비효율적인 고용 형태를 재정비하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노조 측은 “2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려면 특근 감소로 발생하는 급여를 사측이 보전해야 하며, 1공장의 인력 부족은 신규 채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시대에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엔진공장에 배치된 근로자들에게 새로운 일감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력 재배치를 거부하면서도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사측에 전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