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中 벗어나 새로운 전략지로 공략”
인도에서 갤럭시 Z폴드·플립6 '흥행 성공', 성과 초과 달성
'1분기 점유율 1위' 삼성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력"
애플도 脫 중국 행보 가속화, 2025년 인도에서 25% 생산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이 애국 소비의 열풍에으로 부진한 중국을 벗어나 인도를 새로운 전략지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산층이 확대되고 구매력이 향상된 젊은 인구가 늘면서 갤럭시, 아이폰 시리즈 등 프리미엄폰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플립6의 사전 판매량이 기대를 뛰어넘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고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도 인도에서의 점유율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Z폴드·플립6, 사전 주문 40% 증가
17일 삼성전자 인도법인에 따르면 지난 10일 사전 판매를 시작한 갤럭시 Z폴드·플립6 사전 판매량은 전작 대비 40% 증가했다. 인도에서 팔린 삼성전자 폴더블폰 시리즈의 사전 판매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폴드6·플립6의 판매 목표를 전작 대비 10% 이상 높게 설정했는데, 인도 시장에서의 성과로 초과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사전 판매량은 전작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라주 풀란 삼성전자 인도법인 MX(모바일경험)사업부 수석부사장은 “신제품의 사전 판매량은 인도 소비자가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25%로 1위에 올랐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4와 중저가 ‘갤럭시 A’ 시리즈가 흥행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현지에서는 폴더블폰까지 인기를 끌며 삼성전자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도는 성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14억 인구 중 무선통신 가입자가 11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시장으로 피처폰과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양분돼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지난해 인도에서 피처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0% 증가하면서 여전히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피처폰의 핵심 고객은 노년층, 저소득층, 블루칼라 직종 종사자로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리면서 실제로 대체재인 보급형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청년층과 중산층 인구의 확대가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IT·통신 시장분석기관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도에서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난 3,400만 대로 3분기 연속 출하량이 증가했다. 특히 800달러 이상의 슈퍼 프리미엄 부문이 가장 높은 44%의 성장률을 보이며 점유율이 7%로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417억 달러(약 58조원)에서 올해 447억 달러(약 62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인도는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 앞으로도 스마트폰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프리미엄폰의 성장세가 시장의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도 갤럭시 S24 시리즈의 AI 기능에 인도인 약 6억 명이 쓰는 힌디어를 적용하는 등 인도 공략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애플도 인도로 생산 거점 이동, 연 매출 33% 급증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에 애플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3월) 인도 매출은 전년 대비 33% 늘어난 80억 달러(약 11조800억원)를 기록했다. 2008년 애플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애플 관계자에 따르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고가의 아이폰 모델에서 나왔다.
아직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대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인 만큼 애플은 시장 성숙도가 높아지기 전에 프리미엄폰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지난해 뭄바이와 뉴델리에 인도 최초의 ‘애플 스토어’를 개장하며 현지 소비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5월 애플의 실적 발표 당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는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애플의 핵심 시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인도는 최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애플은 그동안 중국 본토에서 생산해 왔지만, 최근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인도 등 신흥국으로 거점을 옮기는 탈(脫)중국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애플은 세계에서 출하되는 아이폰의 14%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억 달러(약 19조3,620억원)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나아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아이폰 생산의 25%를 인도로 옮길 계획이다.
애국 소비 열풍에 애플·삼성 스마트폰 ‘무덤’ 된 中
삼성전자와 애플이 인도 공략에 나선 것은 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3%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기타 업체’로 분류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점유율이 1% 안팎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내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렸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상승가도를 달렸던 애플도 성장세가 대폭 꺾였다.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은 208억 달러(약 28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수치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 중 애플의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곳은 중국뿐이다. 점유율도 쪼그라들었다. 4분기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 기록한 23.7%보다 낮아졌다. 아이폰의 성수기인 4분기마저 예상 밖의 부진을 겪자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매출 하락세는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중국 시장에서 1분기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7%로 3위에 올랐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비보가 17.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고 화웨이에서 분사한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가 16.1%로 뒤를 이었다. 특히 화웨이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1분기 화웨이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6.2%p 증가한 5.5%로 뛰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