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대면 진료 허용에 약국 대신 아마존에서 온라인 주문하게 될 것 전망
일본, 비대면으로 처방약 배송받는 서비스 출시 예정
아마존재팬과 일본 1·2위 약국 체인 웰시아·츠루히 연합
한국은 의사 집단행동에 비대면 진료만 일시적 전면 개방
약 배송 자율화 늦어지면 해외 업체들에 시장 뺏길 수도
아마존이 일본의 처방약 온라인 판매 시장에 진출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1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열린 데다, 처방약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만큼 환자 복지가 증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비대면 처방약, 앞서가는 일본과 발목 잡힌 한국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재팬은 약국(드럭스토어) 체인인 웰시아(Welcia) 등과 제휴해 연내 처방약의 인터넷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는 웰시아 외에 다른 약국 체인들도 동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약국 체인 1위 업체인 웰시아는 2위 업체인 츠루하(Tsuruha)와 경영 통합을 진행 중이다. 두 기업의 합계 매출액이 연간 2조 엔(약 18조원)에 달하는 데다 점포수도 5,000여 곳이라는 점에서 일본 최대 제약 유통 공룡의 탄생이 예상된다. 아마존재팬은 이번 협력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 처방약 공급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의 처방약 시장 진출 선언으로 일본에서는 비대면으로 의사 진료를 받은 뒤, 처방약도 택배를 통해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고객들이 아마존 앱 등에 처방전을 등록하고 구매하면, 아마존 배송망으로 약을 전달받는 형태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이나 약국 등을 찾아 돌아다니는 수고를 덜게 된 것이다. 처방약은 공정가격이 있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배송비 정도만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용방법에 대한 설명도 약국 체인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고령자의 경우 전화로 추가 설명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처방전이 필요한 의료용 의약품은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제조하는 구조라 처방약에 대해서는 약사가 복용과 관련된 주의점을 설명해야 하는데, 2020년 9월부터 비대면으로도 이것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1월부터는 처방전을 디지털화하는 전자처방전이 시작돼 26,272곳의 병원·약국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지난 2018년 비대면 온라인 진료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3월 말 기준 약 18,000개의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아마존의 일본 시장 진출, 시장 규모, 성장 가능성 모두 충족하는 시장 판단
아마존이 일본의 처방약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2년 회계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기준 일본 처방약 시장은 전년도 대비 2% 늘어난 7조8,000억 엔(약 70조7,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아마존은 미국에서 2018년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인수했고, 2020년부터는 처방약을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 프라임 회원은 당일 배송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존은 미국에서의 경험과 일본 협력사들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일본에서도 빠르게 안착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한국에서 처방약 배송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지난 2월 모든 의료기관에서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처방약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사람은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65세 이상 중 장기요양등급 판정자나 장애인), 1·2급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에 한정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은 지정한 약국에 의료기관이 팩스나 이메일 등으로 처방전을 전송하면 직접 가서 약국에 방문해 수령해야 한다.
때문에 비대면 진료 업계에서는 경증 질환자에 한해서라도 의약품 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이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확대 허용하면서 현재 감기 몸살, 비염 등의 경증 질환에 대해서는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약품 수령은 여전히 현장 방문을 요하는 상황이라 비대면 진료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높다.
경증과 중증, 초진과 재진 구분해 처방약 배송 서비스 확대돼야
비대면 진료 업계 관계자들은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 초진 환자와 재진 환자에 대한 구분을 통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오진, 처방 부작용 등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경험이 누적된 만큼,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일시적인 비대면 진료 확대가 아닌 전면 활성화를 위해서는 약 처방과 배송, 비대면 진료 수가 등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비대면 진료 해외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프랑스는 비대면 진료 참여 범위, 약 처방, 배송, 진료 수가 등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거쳐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업계는 올 초 일본에서 법 개정으로 온라인 약 처방 및 배송 시장이 열리자 국내에서도 법 체제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웰시아와 츠루하의 경영 통합이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아마존재팬까지 참여하면서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보다 IT시스템이 후진적인 일본에서 이미 비대면 진료가 처방약 배송까지 확대된 상태에서 한국만 뒤처질 경우 자칫 시장이 열렸을 때 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선점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