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해외 매출 1조원 돌파, 해외 공연 매출 증가·IP 활용 상품 개발 등 영향
K-팝 해외 매출액 사상 최초로 1조원 넘었다, 공연 매출 비중 가장 높아
해외 시장 다변화하기도, 유럽·미주 지역에서 스트리밍 수요 증가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 수익만 1조 이상, "K-팝 매출 규모 아직 부족"
지난해 K-팝 시장의 해외 매출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소되면서 해외 공연 매출이 늘었단 점,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상품을 거듭 개발해 왔다는 점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K-팝 해외 매출액 34.3% 증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4일 발표한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K-팝 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34.3% 증가한 1조2,377억원으로 집계됐다. K-팝 시장의 해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 매출액은 음반류 상품 수출액과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 해외 공연 3개 영역의 매출액 추정치를 합산해 산출한 수치다.
영역별로 보면 해외 공연 매출액이 5,885억원(47.5%)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반류 상품 수출액은 3,889억원(31.4%)으로 그 뒤를 이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2,603억원(21.0%)가량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연 매출액이 높게 나타난 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 회복이 이뤄진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공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6%의 증가율을 보였다.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액 추정치도 2017년의 3.4배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K-팝의 주요 시장이었던 아시아 외에도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스트리밍 수요가 증가하는 등 시장이 다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K-팝 해외 시장의 다변화, 신인들의 활약, 꾸준한 해외 진출 노력 등을 고려하면 해외 매출액은 올해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포토 카드 등 IP 활용 상품이 원동력 됐다
K-팝 시장의 해외 매출 비중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엔 오히려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큰 경향도 보이고 있다. 실제 업계 1위 하이브의 경우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 올린 바 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상반기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를 앞질렀다. YG엔터테인먼트 또한 해외 매출이 국내와 비슷한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국내 가요 기획사들이 K-팝 한류를 타고 어엿한 수출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들 기획사가 해외 매출을 급격히 늘릴 수 있었던 건 소속 가수를 활용한 IP 상품을 거듭 개발해 온 덕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가요 기획사들의 수출 효자 품목은 음반과 더불어 ‘포토 카드’다. 음반에 가수들의 포토 카드를 삽입한 게 음원 매출을 끌어올렸단 것이다. 하이브가 지난해 잼버리 폐영식에서 방탄소년단(BTS) 포토 카드 4만3,000여 개를 스카우트 대원에게 공개하자 SNS를 중심으로 큰 화제 몰이가 이어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계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IP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련 굿즈와 결합해 매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K-팝 규모 아직 작아”
다만 시장에선 K-팝의 매출 규모가 아직은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시장과 비교하면 K-팝 매출 규모를 모두 합해도 유명 팝스타 한 명에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일러 스위프트다. 미국 공연 산업 전문지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는 지난해 12월 기준 10억4,000만 달러(약 1조3,73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해당 투어의 평균 티켓 가격은 평균 283달러(약 31만원)로, 콘서트 1회당 평균 7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단순 계산 시 공연 한 번에 2,000만 달러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 MD(기념품) 등 상품 수익으로도 2억 달러(약 2,64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스위프트의 투어는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스위프트노믹스(테일러 스위프트+경제)’라는 합성어가 탄생할 정도다. 디 에라스 투어 공연의 실황을 기록한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 디 에라스 투어’의 수익이 2억5,000만 달러를 돌파한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마블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 ‘더 마블스’의 수익을 상회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