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후폭풍’ 야놀자 기업가치 4조원대, 3개월 새 시총 1조 증발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야놀자', 티몬·위메프 사태 불똥
인터파크커머스 미수금 1,650억원 충당부채 전환 가능성↑
기존 플랫폼 성공 방정식도 한계 도달, 새 혁신모델 필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따른 피해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여행 플랫폼 야놀자도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시가총액이 지속 감소하면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기에 거액을 들여 이용자부터 모은 뒤 뒤늦게 수익 모델을 찾는 플랫폼의 성공 방정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놀자 기업가치, 4조원대로 추락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에서 야놀자는 기업가치 4조3,501억원(주당 4만2,900원)에 거래됐다. 석 달 전인 5월 6일(5조6,277억원) 대비 추정 시가총액이 1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야놀자는 한때 10조~2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한국의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야놀자의 시총은 과거의 밸류에이션은 물론 야놀자가 기대하는 기업가치의 반토막 수준으로 괴리가 상당하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이후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왔다. 그 일환으로 호텔나우와 데일리호텔, 이지테크노시스, 인터파크, 고글로벌트래블(GGT) 등을 흡수하며 신사업 경쟁력을 크게 키웠다.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임원 출시인 알렉산드르 이브라힘(Alexandre Ibrahim)을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한 데 이어 올해 3월 뉴욕 맨해튼에 50번째 해외 사무소를 설립한 것 또한 나스닥 상장과 무관하지 않다.
티메프 사태 불똥, 나스닥 상장 추진 빨간불
당초 야놀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IPO를 할 계획이었다. 이에 야놀자는 기업가치로 70억∼90억 달러(약 9조6,000억~12조4,000억원)를 평가받길 원하며 4억 달러(약 5,5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최근 야놀자는 지난해 큐텐에 매각한 인터파크커머스 대금을 다 받지 못해 티메프 사태의 불똥을 맞았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해 4월 보유하고 있었던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1,871억원 규모)을 큐텐에 매각했다. 당시 야놀자는 미수금에 대해 큐텐 산하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와 인터파크커머스의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다. 주식 담보 설정 금액은 2,280억원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티메프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만큼 모회사인 큐텐 역시 자금줄이 말라 야놀자에 매각 잔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아울러 야놀자가 매각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담보로 설정한 큐텐 계열사의 주식 역시 현재 큐텐의 열악한 재무상황으로 시장 가치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모은 후 수익화 추진 BM ‘한계’
문제는 미수금이 추후 야놀자의 당기순이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상장을 노리는 야놀자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당기순이익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활동뿐 아니라 영업외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야놀자의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야놀자가 큐텐으로부터 미수령한 금액은 총 매각금(1,871억원) 가운데 1,681억원이다. 지급 시기와 지급액이 정해지지 않아 해당 미수금 중 31억원은 지난해 말부터 기타충당부채로 분류됐다.
통상 기업은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예상되는 미수금을 추산해 미리 비용에 인식하기 위해 충당부채를 설정한다. 이 경우 회계상 충당부채를 영업외비용으로 반영하다 보니 당기순이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야놀자는 큐텐으로부터 미수령한 미수금 가운데 충당부채로 설정한 31억원을 제한 1,650억원을 이후 당기순이익에 반영할 여지가 남은 셈이다.
여기에 야놀자가 티메프에서 판매한 숙박·레저 상품의 판매대금을 아직 정산 받지 못한 점도 수익성 위축에 일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티메프로부터의 미정산 대금과 더불어 야놀자가 피해 고객에게 보상하는 부담금을 합산하면 350억원에 달한다. 영업 활동에서 생긴 미정산 금액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회사의 이익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이 축소되면 기업가치 평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 최고의 재무건전성을 갖췄다는 야놀자는 올 1분기 기준 7,368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연결기준)을 보유 중이다. 다만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6,955억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0년 넘게 한국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이끌어 온 플랫폼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BM)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기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이용자를 확보하고 그 이후에 수익화를 추진하는 모델이 더 이상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넘쳐나던 지난 2021년만 해도 소위 ‘괜찮아 보이는’ 기업들은 비전이 있다는 평가만으로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거액의 투자를 속속 유치했다. 이에 본질적 기업가치를 따져볼 겨를도 없이 이들의 가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후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필두로 한 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기는 급속도로 악화했고,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뛰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회수가 어려워지자 투자사들도 투자 포트폴리오 사의 본질을 따지기 시작했다. 차기 유니콘으로 거론돼 온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밸류에이션 조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