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불만에도 ‘Return To Office’, 생산성 떨어지는 재택근무 축소 양상
사무실 복귀 명령하는 기업들, 생산성 낮은 재택근무 지양되나
직원들은 볼멘소리, RTO 정책 시행에 이직 결정하기도
재택근무 속임수 사례 ↑,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윤리 문제 여전
미국발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리턴 투 오피스(RTO)’ 정책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실시했던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의무화하기 시작했단 것이다. 국내에서도 재택근무 기조가 철회되는 분위기다. 생산성 및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단 이유에서다.
경기 침체 위기에 RTO 정책 확산
8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RTO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운영에 고삐를 당기겠단 취지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마트다. 월마트는 지난 5월 아칸소주 벤턴빌 본사와 뉴저지주 호보켄,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외곽 오피스 직원들에게 본사 전근 및 오피스 출근을 통보했다. 형편상 전근이 어려운 직원을 조직개편 대상으로 올리는 등 엄격한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도 지난달 300명의 직원을 해고한 뒤 여러 부서에 걸쳐 사무실 출근을 통보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RTO를 시행하며 출근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외 델타항공도 사무직 직원들에게 오피스 출근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3회 출근 및 재택을 병행하던 기존 근무 체계를 주 4회 오피스 출근으로 변경해 재택근무 일수를 축소하는 식이다. 컴퓨터 제조사 델(Dell) 역시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사무실 출근을 통보하며 출근하지 않는 지원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사무실 출근 강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RTO 추세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4월 야놀자는 100% 전면 원격근무(재택근무) 제도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며 “주 2회, 6월부터 주 3회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회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며 “원격근무는 효율적인 부분이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고 재택근무 철회 이유를 밝혔다. 내부적으로 재택근무가 출근 근무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내렸단 의미다.
야놀자 외에도 국내 IT 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부터 사무실 근무로 돌아간 상태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근무 제도 ‘카카오 온(ON)’을 도입했고,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올해 들어 주 1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했다. 롯데멤버스도 지난해 4월 상시 재택근무제를 종료하고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한 바 있다.
올해 4월엔 국내 주요 IT 기업 중 마지막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하던 네이버의 계열사마저 사무실 근무로의 전환을 알렸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손자 회사 네이버제트가 그 당사자다. 이전까지는 재택근무나 주 2회 이상 출근을 선택할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4월 이후로는 주 4회 이상 출근 제도가 의무화됐다.
직원 불만 높지만, “기업 입장에선 사무실 출근이 효율적”
RTO 확산이 본격화하자 직원들은 불만을 쏟아내는 모양새다. 사무실 복귀 의무화에 이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잦았다. 미국 시카고대와 미시간대 연구팀이 인력 정보 회사 ‘피플 데이터 랩스’에 등록된 이력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스페이스X에서 2022년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의무화한 이후 전체 직원 대비 고위직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4%에서 최대 15%까지 감소했다. 특히 100% 대면 근무를 요구한 스페이스X의 감소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RTO 정책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다.
이처럼 반발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RTO가 본격화한 건, 기업 입장에서 재택근무의 폐해가 거듭 노출돼 온 탓이다. 가장 일반적인 문제는 근태관리다. 재택근무 특성상 직원이 근무 시간 동안 업무에 집중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실례로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지난해 6월 재택근무 중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해 업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속인 재택근무 직원 12명을 해임 처리한 바 있다. 이들은 마우스 커서를 계속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우스 지글러’나 자판을 치는 것처럼 속일 수 있는 ‘키보드 액티비티 시뮬레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의 재택근무 속임수 사례가 늘면서 직원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보스웨어(bossware)’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긴 하나, 이 또한 문제가 적지 않다. 감시 시스템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에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서다. 윤리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실상이 어떻든 회사가 직원 개인을 일일이 ‘감시’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직원들의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게 여러 방면에서 더 효율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