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악화 일로, 업황 부진·실적 악화에 자산 매각도 지지부진
롯데케미칼 영업손실 60.80% 상승, 누적 적자만 1,000억원 이상
FCF 개선 등 실적 개선 노력 이어왔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어려울 듯"
현금 유동성 여력 축소, 2024년 1분기 기준 순차입금비율 31.2%
롯데케미칼이 업황 부진 여파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이에 사업 전략에서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이어서다.
롯데케미칼 3개 분기 연속 적자
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매출 5조2,480억원, 영업손실 1,1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5%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60.80% 대폭 커지면서 적자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벌써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은 총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누적했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3조원 수준으로 책정된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내년 1조7,000억원까지 축소할 방침이다. 기존 투자계획들을 순연하고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사업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낙선 재무혁신본부장(CFO)은 “단기 수요 회복 지연, 해상, 운송비 상승 등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 실행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현 60%에서 30%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초화학 대신 정밀화학, 배터리 소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을 육성에 주력함으로써 2030년까지 기업가치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까지 총 4조9,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개선하겠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2조3,000억원 △운영 효율화 8.000억원 △투자계획 조정 1조9,000억원 등이다.
‘효자 회사’ LC 타이탄도 부진, 결국 매각 카드 꺼냈지만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롯데케미칼이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기초화학(기초소재사업, LC 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 부문의 부진이 거듭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2분기 기준 이 사업 부문은 매출 3조6,069억원, 영업손실 1,3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긍정적인 환율 효과로 제품 스프레드가 확대됐지만 재고 평가손실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하락해 결국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이 중 특히 손해를 키우는 건 말레이시아 소재 대형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LC 타이탄이다. LC 타이탄은 당초 ‘효자 회사’였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매년 3,000억~5,000억원가량의 이익을 내줬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엔 인수가의 2.5배에 달하는 4조원의 시가총액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소재 자급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22년 분기엔 적자 전환이 시작됐으며, 지난해 한 해 동안엔 총 6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증시에 상장된 주식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시가총액은 7,400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인수가인 약 1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LC 타이탄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 관리에 집중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적자를 이어 온 LC 타이탄을 선뜻 인수할 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에서다.
여력 축소에 주주 환원 정책도 실현 가능성 ↓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케미칼이 내놓은 주주 환원 정책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올해까지 3,000억원가량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단 취지였지만, 지난해 10월 롯데케미칼은 돌연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을 오는 2026년으로 2년 연기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데 따른 조치다. 실제 2023년 말 롯데케미칼의 부채비율은 65.5%로 2022년 말(55.1%) 대비 10.4%p 늘었다. 동기간 순차입금비율 역시 14.2%에서 15.0%p 늘어 29.2%까지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중간배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의 여력이 그만큼 부족한 상황이란 방증이다. 올해도 중간배당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이 72%, 31.2%로 또 늘어나는 등 현금 유동성 여력 부족이 지표상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 측의 거듭된 주주 가치 제고 약속에 불신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