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소비자 이탈 가속화, 큐텐 ‘양 사 합병’ 카드로 정상화 노린다
티몬·위메프 떠나 여타 오픈마켓으로 향하는 소비자들
"매각만으로는 안 된다" 큐텐, 티몬·위메프 합병 위해 신규 법인 설립
업계에서는 합병안 실효성에 대한 의문 제기돼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11번가·G마켓 등 여타 오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기에 빠진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Qoo10)은 티몬·위메프 합병안을 필두로 부랴부랴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다수 소비자, 티몬·위메프 ‘외면’
12일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21일 사이 큐텐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1회 이상 결제한 이용자들의 큐텐 계열 플랫폼 결제 건수 비중은 최근 3.1%로 급감했다(지난달 22~31일 기준). 이들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전에는 티몬·위메프 플랫폼에서 전체 결제 건수 중 17.6%를 결제했다. 그 뒤를 11번가·G마켓·옥션 등 대형 오픈마켓(8.7%), 롯데온·SSG닷컴 등 백화점 플랫폼(2.2%) 등이 이었다.
하지만 이들 이용자의 11번가·G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 결제 비중은 미정산 사태 이후 9.4%로 0.7%포인트(p) 올랐고, 백화점 플랫폼 역시 2.3%로 0.1%p 상승했다. 반면 네이버·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결제 비중은 69.6%로 오히려 1.5%p 줄었다. 미정산 사태 이전 이들 플랫폼의 결제 비중은 71.1%에 달했다. 오성수 BC카드 데이터사업본부장은 “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티몬·위메프 이탈 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에서 소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커머스 업계 이용자 모시기가 본격화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등에서 초특가 상품을 주로 구매하던 알뜰 소비자들이 유사한 성격을 띠는 오픈마켓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실제 이들 플랫폼은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모시기’에 나선 것은 물론, 판매 수수료 인하와 광고 포인트 지원 등 셀러를 위한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판매자 역시 흡수하고 있다. 그 결과 11번가의 지난달 신규 입점 판매자 수는 전달 대비 16%가량 늘어났다. 그동안 판매자 증가율이 5% 안팎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G마켓 역시 최근 신규 판매자 유입세가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티몬·위메프 합병에 속도 내는 큐텐
소비자와 셀러가 급속도로 이탈하며 위기가 가중되자, 큐텐 측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9일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신규 법인(KCCW, K-Commerce Center for World) 설립을 신청,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양 사의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먼저 신규 법인을 설립한 후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이다.
KCCW는 앞으로 사업 정상화 기반 마련 및 자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빠른 사업 정상화를 통해 KCCW가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완전한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큐텐은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100% 감자하고, 구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 38%를 합병 법인에 백지신탁한다. 이 경우 KCCW는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으로 급성장하게 된다.
합병법인에는 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한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판매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KCCW는 판매자 중심의 수수료 정책과 정산 정책을 도입하고 운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KCCW는 이달 9일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 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8월 말까지 모집한 판매자들로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후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2호, 3호 주주조합이 순차적으로 결성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합병을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내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뜬구름 잡는다” 업계 비판 이어져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이 같은 계획이 ‘뜬구름 잡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피해 업체들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당장의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미정산 대금 지급”이라며 전환사채나 주주조합 참여로 관련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미정산 사태 이후 고객과 셀러가 줄줄이 이탈하며 양 사가 사실상 플랫폼으로의 기업가치를 상실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티몬·위메프의 합병 계획이 구 대표가 과거 추진했던 티몬·위메프 인수 방식과 유사하다는 혹평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분 스왑은 큐텐이 과거 재무 구조가 불량하던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할 때 활용했던 방식”이라며 “이번에도 지분을 앞세워 부채 문제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의 사기·횡령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큐텐 측이 책임 회피를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티몬·위메프 사태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될 때, 구 대표가 법정에서 (이번 합병 시도를 근거로) ‘본인은 할 만큼 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