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발 줄도산 공포, 생존 위기에 내몰린 판매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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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 기업회생 신청에 '돈줄' 마른 판매자들 한숨
"정부 긴급경영지원금, 6%에 육박하는 고금리" 비난
"이러다 연쇄 도산" 판매자들, 국가 특별법 제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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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피해 셀러(판매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피해 금액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유동성 확보가 막힌 일부 판매자들은 당장 파산할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줄도산 현실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티메프 피해 판매자들, 자금난 심화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메프에 입점한 6만여 셀러 대부분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약 70개사는 이달 내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파산이나 회생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피해 판매자는 “현재는 괜찮아 보여도 시급히 금번 일을 대처하지 않으면 8월을 시작으로 9월, 10월에는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업체들이 늘어난다”며 “많은 실업자가 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줄도산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법원이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한 티메프에 대해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양사의 자산과 채권이 모두 동결됐기 때문이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판매자들이 받아야 하는 미정산금도 채권으로 분류돼 환불·정산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문제는 법정관리가 성사되려면 채권단 3분의 2,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나, 채권단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섣불리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법정관리가 무산되면 티메프가 선택할 카드는 파산밖에 없는데 이 경우 피해자 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메프에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연쇄 부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피해는 불가피하다. 법정관리가 개시된 이후에도 한동안 대금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대금 미정산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판매자 상당수를 더욱더 벼랑 끝으로 몰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도 기업회생 신청 자체가 자금난을 인정한 꼴인 만큼 본격 회생 절차에 돌입할 경우 미정산 대금을 돌려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보고 있다.

정부 대책 무용지물, 특별법 제정해야

이에 판매자를 비롯한 피해자 측은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정치권의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티메프사태대응TF와 가진 간담회에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할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20년간 기업을 운영했다는 한 피해자는 “이 모든 것을 통칭해서 특별법 제정이라는 것을 통해 피해자들이나 소비자, 판매자들이 구제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세사기특별법이나 조세특례제한법과 같은 선례를 참조해 달라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도 “티메프 사태에서 조속한 환불, 카드사 취소, 제대로 된 수사,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난 2021년 머지 포인트 사태, 2024년 티메프 사태 피해 1조원 보다 더 큰 금액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 사례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극단의 조치가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현재 정부가 발표한 대응 방안 대로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이달 7일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내놓으며 판매사 대상 1조1,600억원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이 각각 2,000억원과 6,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이 3,000억원, 관광사업자 대상 이자보전이 600억원이다.

그러나 이 중 지자체 경영안정자금과 관광사업자 이자보전은 받을 수 있는 판매자가 한정적이라 사실상 티메프 판매자들은 1조원이 넘는 미정산 대금을 떠안고 중기부 및 신보·기은 협약 대출 5,000억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영 안정자금은 당초 30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하루 만에 1,330억원의 신청이 몰려 접수를 마감했다. 중기부는 재정당국 협의를 거쳐 증액을 약속했지만 한시가 급한 판매자들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또 정부의 ‘추가 지원방안’이라는 발언이 무색하게,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금리는 실질 6%에 가까운 실정이다. 신보·기은 협약 대출 금리는 3.9%~4.5%인데, 보증금액에 대한 보증료(0.5%~1.0%)가 합산돼 최대 5.5%가 된 것이다. 통상 2% 안팎인 이익률과 판매한 물품대금을 치러야만 또다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유통업계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빚으로 빚을 막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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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티몬, 위메프

PG·카드사에 ‘고통 분담’, 1조 폭탄 돌리기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금융 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카드사와 PG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의해 일부 건에 대한 환불을 해주고 있으나, 티메프가 판매 대금을 지급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당장 손실로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PG사 관계자는 “1차적으로 환불로 인한 피해는 모두 PG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인데 PG사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게다가 이를 전부 PG사가 부담하면 다른 거래처에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져 오히려 다른 기업이나 업계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온전히 PG사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소비자와 이커머스 기업 간 자금 흐름에 속해 있는 업권 중 가장 큰 업권이 카드사여서 사실상 카드사에 손실을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온전히 금융권에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니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일단 금융권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구제한 후 티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입장이지만, 티메프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시름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으로, 771만 개의 중소기업에서 1,849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온라인 유통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이커머스 플랫폼에 물건을 납품하는 만큼 플랫폼의 정산 불능으로 유동 자금이 막히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과는 달리 순식간에 도산 위기에 처한다. 이뿐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 파산하면 연결된 업체들도 일제히 타격을 입게 된다.

이번 사태는 이커머스 기업의 정산금 돌려막기와 금융당국의 부실 관리가 만들어 낸 결과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대금이 장장 70일에 달하는 기간 동안 무이자로 쓰이는 그림자 금융이 곳곳에 만연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그림자 금융이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로부터 먼저 돈을 받은 이후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는 업종에선 얼마든지 ‘제2의 티메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