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블록체인 기술로 AI 개발 비용 해결할 수 있을까?
AI 개발 비용 급증으로 수익성 및 시장 가치 우려 증폭
분산형 네트워크 통한 AI 컴퓨팅 비용 해결 가능성 제기
“대형 클라우드 상대 못 돼” 비관론도 확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AI 개발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급등하며 수익성과 투자 가치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일부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선 가상화폐(crypto), 웹 3.0(Web3, 분산화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 웹) 등 분산형 네트워크를 AI와 접목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AI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각자 보유하고 있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블록체인(blockchain) 기반 시스템에서 대여할 수 있는 분권화된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비용은 줄이고 AI 접근성은 높이는 동시에 데이터 품질도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기반 GPU 거래 플랫폼에 벤처 투자 이어져
이런 가운데 이미 일부 스타트업들은 기회 선점을 위한 실행에 들어갔다. 블록체인 기반 컴퓨팅 리소스 제공업체 젠신(Gensyn)은 지난해 글로벌 VC 앤드리슨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가 이끄는 가상화폐 투자펀드에서 진행한 시리즈 A 라운드에서 4,300만 달러(약 577억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분산형 컴퓨팅 기술 기업 아이오넷(Io.net)도 올 3월 웹3.0 기술에 주로 투자하는 핵VC(Hack VC)가 진행한 시리즈 A를 통해 3,000만 달러(약 403억원)를 투자받았다.
앞서 3,200만 달러(약 429억원)를 유치한 또 다른 분산형 GPU 인프라 기업 에이더(Aethir)의 경우 이미 연 3,600만 달러(약 483억원) 수준의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은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기업 대상 투자액은 2022년 이후 저조한 실적을 거듭하다 올해 2분기에 27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반전했다.
“분권화 네트워크만이 AI 개발 비용 및 진입 장벽 문제 해결”
가상화폐 지지자들은 분권화된 네트워크가 AI 개발 비용을 낮추고, AI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을 허물며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AI 인프라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Google), 오픈AI(OpenAI) 등 빅테크 회사들의 독점적 지위를 허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폴리곤(Polygon)과 월드코인(Worldcoin) 등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코인펀드(CoinFund)의 제이크 브룩먼(Jake Brukhman) 대표는 AI 개발 주체의 다원화를 강조하며 “분권화된 네트워크만이 구글과 오픈AI에 대항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룩먼 대표는 천문학적인 컴퓨팅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GPU 거래소 시장을 제안한다. GPU 거래소란 GPU 보유자들은 남는 용량을 제공하는 대가로 토큰(token)을 지급받고,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이용자들은 GPU를 AI 개발 등 업무에 활용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AI 개발을 위한 모델 트레이닝(model training)과 명령(query) 처리에 엄청난 에너지와 자본이 소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픈AI가 올해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메타(Meta)를 비롯한 빅테크들도 AI 연구개발 본격화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2027년에 이르면 AI 산업 전체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이 네덜란드 국가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됐다.
“AI 붐에 편승한 기회주의자들” 비판도
그러나 가상화폐-AI 결합에 대한 비판 역시 컴퓨팅 파워 문제에서 나온다. 이에 일부 투자자와 전문가들은 분권화된 네트워크가 AI에 요구되는 천문학적 컴퓨팅 파워와 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드러낸다.
블록체인 전용 VC인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Castle Island Ventures)의 닉 카터(Nic Carter) 파트너는 가상화폐-AI 결합을 표방한 스타트업들에 대해 “실행 가능한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AI 열기에 편승해 한탕 챙기려는 기회주의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AWS(Amazon Web Services, 아마존웹서비스)나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성능과 신뢰성 면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GPU와 전력량, 하드웨어 등이 턱없이 부족해 이용 가능 수준의 제품 개발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화폐, AI 장점 함께 살릴 수 있는 교차점 찾아야
찬반에 치우치지 않고 가상화폐와 AI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중도론도 나온다. 카터 파트너는 전면적인 가상화폐-AI 결합에는 회의적이지만 AI를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코드 감사(auditing) 및 생성(generating)과 같이 유용한 교차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주장을 증명하듯 그는 가상화폐-AI 스타트업을 거르고, 이더리움(ethereum) 기반 블록체인 개발업체인 모나드 랩스(Monad Labs)에 투자했다. 다만 “앞으로 가능성 있는 가상화폐-AI 결합 모델이 나온다면 투자할 용의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가상화폐 VC 라이트스피드 팩션(Lightspeed Faction)의 공동 창업자인 바나프셰 파티에(Banafsheh Fathieh)도 중도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분권화 기술로 AWS와 같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체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파티에 대표는 “가상화폐 업계도 이것 아니면 저것 식으로 나뉘어 싸우기보다 데이터 보안이나 개인 정보 보호와 같이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류의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각광받는 AI와 블록체인이 각자의 길을 갈지, 더 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접합점을 발견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저자는 제이컵 로빈스(Jacob Robbins) 피치북(PitchBook) 기자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an crypto alleviate AI’s computing crunch? Not so fast | PitchBook에 게재돼 있습니다.